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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과학 1/35 M4A3(76) 벌지전투 중전차.

yoonoca 2025. 4. 27. 20:17

 아케데미 전차를 하나 조립함. 미군 소프트스킨 차량은 정말 많이 조립해 봤었는데 셔먼은 이번이 내 인생최초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어린시절 탱크를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셔먼 탱크를 위시한 2차 대전 무렵 미군 탱크들이 내 취향을 아득히 비켜나갔었다는 표현이 맞다. 그토록 좋아했던 냉전시대 말기 80년대 당시의 M48이나 M1과 같이 압도적 무력적 이미지의 맛도 없고, 외관도 간단하고 껑충하게 높은데다가 두부 자른 것 위에 참치캔에 빨때 꽂은 듯한, 멋짐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외형에, 당시 일본 밀덕용 취미 잡지들을 무작정 번안/번역했던 글들 모두 셔먼을 야라레메카 취급했기에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어쨌든 전에 포스팅했던 155mm 자주포 조립 해 보면서 M3/M4섀시 기반의 차량도 마치 건프라의 자쿠와 같이 처음에는 건담의 댄디함에 밀려 처다도 보지 않다가 결국 오랫동안 쳐다보면 정들고 그나마 현실적인 메카 형태라고 납득하게 되는 것 처럼, 이번에 그렇게 셔먼을 받아들이고 드디어 셔먼 탱크 모형 제작에 돌입 해봄. 이번에는 킷 수지의 사출색이 올리브드랍 그 색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따로 도색은 하지 않았고, 대신 군제 웨더링컬러를 이용, 떡칠하고 문질러주는 것으로 도색을 대신하였는데 생플라스틱 질감도 좀 가라앉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작업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여기에 타미야의 전차병인형세트를 하나 구해다가 반신모형인 장전수를 차장으로 개조 후에 커맨더 자리에 앉혀주고, 상반신만 있는 운전병도 해치 따주고 안에 앉혀 보았다. 캔버스류의 액새서리 역시 키트에 부속된 것 뿐만 아니라, 타미야제 드럼/제리캔/군장세트에 있는 것들을 추가해 주었고, 왼쪽에는 진창길 극복 차원에서 늘어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통나무들을 굴러다니는 미술재료에서 구해다가 노끈과 같이 묶어주고 글루건으로 고정함. 인형과 액세서리들은 모두 서페이서 처리 후에 일반 미술용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 해 주었다.

 조립 하루, 웨더링 처리 반나절, 그리고 인형과 액세서리 조립 및 채색해서 붙여주는데 한 달 정도 걸렸다. 액세서리 만드는데 시간이 걸렸다기 보다 하나하나 붙이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재를 사고 붙이고 또 생각하고 붙이고 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보시면 됨. 캔버스류 도장 시 하이라이트는 따로 블랜딩 (보까시라고 하는 그것) 하지 않고 그저 회화적 기법(?)으로 흰색 아크릴을 칠해주는 것으로 해 보았는데 실제로 보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미군 소프트스킨 차량 조립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2차대전 미군 차량들은 차체 겉에다가 대중없이 뭘 쌓아놓는 것이 국룰이고 가장 어울리는 듯. 특히나 키가 껑충하고 앞뒤옆이 두부자른 것 같은 모양의 셔먼 차체는 밋밋함을 좀 죽이려면 악세사리를 구해다 쌓는게 정석인 듯. 변속기 커버가 되는 전면부쪽도 '증가장갑' 개념으로 예비 트랙이나 아이들러 휠, 배낭 등을 쌓아놓고 다니는 차량이 꽤 많이 작례로 보여서, 앞펜더 사이에 굴러다니던 아이스바 나무 스틱을 잘라다가 웨더링 칼라에 절여준 후 선반같이 붙이고 그 위에 이것저것 올려 주었더니 전면의 밋밋함이 사라졌다.

 무광 탑코트라도 좀 올려주면 데칼의 번들거림이 죽어버리겠지만...이번에는 도색을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만들자로 컨셉을 정했으므로 관두었고, 고무재질의 연결궤도 역시 페인트 등이 닿으면 삭아내릴까봐 따로 색칠은 안함. 간만에 고무 궤도 불로지져서 붙이다가, 한 쪽은 실패했는데 이 때는 역시 생각없이 스테플러로 그냥 집어 주는 것이 상책이다.

 반대쪽 측후면. 역시 키트안에 부속된 액세서리 뿐만 아니라 타미야의 액세서리 세트도 함께 조합해서 달아주었다. 셔먼전체 모범 작례에 엔진 상부에도 다량의 박스나 캔버스류를 얹고 노끈이나 케이블 등으로 이삿짐 묶듯 만드는 경우가 많던데, 저렇게 해도 차량이 과열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싶어서 그 정도로 쌓지는 않았음. 엔진데크가 가려지는 것도 별로고 해서.

 짧은 대전기간동안 숱하게 많은 파생차종이나 현지개조품이 많은 까닭일까. 키트 안에 Cal 50 중기관총 등 미사용 부품들이 너무 많이 굴러다니는데다가 앞서 조립했던 자주포와도 같은 런너에서 부품이 겹치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부품도 상당수라서, 아카데미 키트 내에서 리/셔먼차량의 파생차량을 몇 가지 더 만들면 미사용 부품이 한트럭 쌓일 것만 같았다. 그런만큼 부품을 잃어버리거나 부러져도 대체할만한 부품을 바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좋다.

좌측. 공예용 나뭇가지와 노끈을 조합, 웨더링 컬러를 먹여서 글루건으로 붙여놓으니 밋밋한 측면이 상당부분 해소가 된다. 모터라이즈를 고려하고 만든 키트이기는 하나 조립 구조 상 스프라켓 휠 등이 움직이는 구조는 아닌데, 전시용 모형이지만 움직이는 기믹을 좀 만들어줄 요량으로 핀바이스로 구멍을 뜷고, 황동봉 대신 개인적으로 고정핀으로 절찬리에 여기저기 잘 사용하는 스테플러 핀을 꽂아 순접해주고 휠을 꿰어준 후 스테플러 핀 끝단을 구부려서 굴러가게 해 둠. 리얼감은 떨어지지만 휠의 탈락없이 궤도가 잘 굴러가므로 문제 없다. 고무궤도 스테플러로 연결해둔 것이 가끔 걸리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보이지 않게 가려놓으면 그만이고, 끊어지면 다시 펀칭하거나 아예 연결식 궤도 사다가 바꿔줘도 될 것이니.

 고증이 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초심자가 접근하기에 타미야/아카데미 두 회사의 키트가 경험적으로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느낌이 짙다. 최근 철도모형에 조금 매너리즘이 와서 손댄 밀프라가 개인 흥미를 북돋으면서 소싯적 마음으로만 사서 만들어봐야지 했던 이런저런 회사의 키트를 사다가 프라탑을 쌓아놓고 하나씩 조립해보고 있는데, 두 회사 외의 키트를 조립하노라면 회치기된 부품을 확대경 갖다놓고 부들부들 떨면서 붙이는 경우도 많았고, 큰 면적의 부품을 맞대면 단차때문에 결합핀을 제거하고 줄로 밀어서 단차를 맞추는 경우도 발생하거나, 부품과 설명서의 결합부위가 달라 기껏 힘들게 접착했다가 교정하느라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상당했다.

 결정적으로 생산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이런저런 모형 메이커들은 키트의 종류를 막론하고 원료를 단일화해서 단가를 줄여보고자 하는 목적인지 모르겠으나 수지의 색상이 회색 하나로 통일이었다. 전문가 레벨이라면 어짜피 조립과 함께 도색이 당연시되니 도화지와 같은 회색의 부품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시츄에이션이겠으나, 무도색으로 키트를 즐기고자 하는 성격급한자나 초심자에게는 현실성이 없는 회색의 모형이 된다.

 최근 아카데미에서 생산되는 MCP 만큼 딱딱 맞추어 부품의 색상을 조절하여 출고하지는 않지만, 올리브드랍 WW II 미군모형들은 가급적 녹색으로, 북아프리카 사양의 독일군 WW II 모형들은 사막색으로, 혹은 WW II 초기 독일 차량은 청색이 감도는 저먼 그레이 같은 그런 색감의 파츠를 내어주는 등이다. 물론 색칠이 당연시되면 밑색 가리느라 수고는 좀 더 들게 되지만 가끔은 미도색이나 간단한 웨더링만으로도 즐길수 있는 키트가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게다가 이 가격에 셔면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도 축복임.

 어쨌든 인생 첫 셔먼키트 제작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할 수 있다면 연결식 트랙 구해다가 궤도만 좀 디테일업 해 주면 더 괜찮아보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