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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팸 뮤지엄 in Austin, MN, USA
    Simple Life 2024. 2. 26. 17:47

    본 블로그에서 다루는 주제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지만, 미국 미네소타주 출장 중 한국과 인연이 있는 아이템들을 둘러 보는 것으로 주말 보내기를 정했고 그렇게 하루를 소비했던 곳 중 하나였다. 우리에게는 부대찌게의 주 재료로 유명한, 우리나라가 세계 2위 소비국의 지위를 차지한다는 SPAM (스팸)의 모기업인 호멜사의 본사가 바로 미네소타 남부 오스틴이라는 곳에 위치 해 있는데, 그 호멜의 박물관이 이 곳에 위치해 있다.

     흥미 본위로 원 생산지에서는 스팸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알고 싶어 무작정 찾아감.

     머물던 세인트폴로부터 대략 200키로 정도 걸리는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함. 전날 이미 강설로 인해 도로사정이 어떨지 걱정되기는 했으나... 하이웨이는 이미 눈이 많이 치워져 있었고 정작 오스틴 시내 들어가서 조금 고생했다는 후문은 있었다.

     두 가지 루트가 있었고 하나는 시간도 짧고 조금은 고속의 하이웨이를 이용할 수 있는, 미네아폴리스를 경유한 행선지였는데, 혹시나 해서 유료도로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실제로는 없었음;;;) 약간 돌아가는 오른쪽 루트를 선택하게 되었다. 보시는 대로 진행로 중간에 기차 건널목이 두 군데나 있는 것도 신기해서 이 쪽을 선택해 봄.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데다가 극단적으로 추운 날씨까지 더해서, 생각한 것 보다 렌터카의 휘발유가 빨리 동이 나 버렸다. 언제 주유소를 만날지 모르는 장거리를 여행 할 예정 이므로 우선 호텔 인근에서 기름을 가득 채워넣고 출발한다. 미국에서의 첫 셀프주유 체험이었던지라 혹시나 과도한 삽질을 하지는 않을까, 엄청나게 많은 유튜브 클립과 블로그를 들여다보고 심기일전하여 주유소로 닥돌했는데...결과는 너무나도 허무할 정도로 아무런 문제 없이, 아무런 주변 인들의 도움 없이 쉽게 기름을 채우는 것으로 상황 종료.

     - 신용카드로 결재하는 경우, 예전에는 PIN #를 입력하라는 곳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는 현금카드 (Debit card)의 경우에는 아직 유효하고 (통상 외국인 카드의 경우 00000을 입력하거나 그 지역 PIN #를 알아가서 입력하면 된다고는 한다만, 이것도 case by case이므로 확실치 않음) 신용카드는 그냥 enter 만 누르면 다음으로 넘어감. 만일 카드만 가지고 있는데 다음 과정으로 안넘어간다면 포기하고 주변 다른 주유소를 찾는 것이 이로울 듯.

     - 카드가 꽂혀진 상태로 펌프건을 들면 옥탄가에 따라 주유할 기름 옵션을 선택하라는 불이 뜨고 - 휘발유는 사진의 노란 세 개의 87/89/91이 찍혀있는 버튼 - 렌트카이므로 제일 싼 87을 선택. 우리나라 셀프 주유기와 달리, 금액을 주유 전 입력하여 주입량을 조절하는 옵션은 없고, 그냥 만땅 채우거나 주유기에서 주유건의 공급을 강제로 멈추면 컷 된만큼만 비용이 결재되는 방식.

     - 그냥 만땅되면 주유기 제위치에 꽂고 카드 빼고 영수증 꼭! 챙기면 끝.

     역시 터프한 미국 주유소인 까닭인가. 주유하는 동안 휘발유 냄새가 주변에 진동하기에 혹시나 불이라도 나지 않으려나 노심초사.

     이후 출발. 역시 대륙의 기상인가. 눈에 보이는 풍경은 죄다 위의 사진에 보는 이런 모양이다. 노 헤어핀, 노 마운틴의 오로지 직선구간이 끝도없이 펼쳐짐. 현지인들에게 통상적인 고속도로에서의 과속(?) 범위를 물어보니 보통 최고속도보다 5마일 정도 더 밟고가는 수준이라 함. 처음에는 제한속도 이하 꼭꼭 지켜서 2차선으로 할배운전하다가... 도로 시스템이 익숙해지고 직선 운전이 슬슬 지겨워지니 결국 조금 더 즈려밟게 되더라는 것이다. 물론 간혹 나타나는 강풍과 눈폭풍에 비상등을 켜고 거북이 운전을 하기도 했었지만.

     아무래도 땅덩이가 넓고 제반 시설을 한국과 같이 치밀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까닭인지, 간간히 구글맵이 끊기는 경우도 있고 해서, 우측에 있는 도로 표지판을 잘 숙지하는 것이 필수처럼 되었다. 그래도 조금만 영어를 알면 대부분 알만하게 잘 설명되어 있어서 내비 없이 도로명만 잘 알고 있으면 왠만해선 길을 잃을 일이 없었다 - 간혹 구글맵이 잘못된 루트를 알려 주는 것이 더 혼란을 가중시켜서, 결국 미국에서의 여정이 거의 끝나 갈 즈음에는 구글맵을 거의 이용하지 않게 됨.

     그렇게 도착한 오스틴, 그리고 스팸 뮤지엄이다. 생각하는 것 만큼 (일본의 소도시조차) 거대한 규모의 동네는 아니고, 아마도 광대한 언덕 같은 곳에서 농장 같은것을 경영하며 사는 지역이다보니 식품을 만드는 원료 수급이 쉬워 회사가 위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뭐 시간을 들여서 호멜의 역사나 이런 것들까지 꼼꼼히 보고 오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규모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크지 않았고 주말 치고는 너무 사람이 없었다.

     입장하면 부스에서 간단한 입문 절차를 거치게 된다 - 입장료 없음. 온라인 방명록 같은 것을 작성할 수 있게 카운터에서 도와 주시는데 한국의 '경기도' 주소의 발음이 어려웠던 탓일까. 그냥 영어발음이 약간 어색한 남미계 직원과 '서울'로 퉁쳐버리고 맘. 손소독제와 팜플릿, 그리고 스팸뮤지엄 스티커 같은 것들을 배부 해 준다. 나중에 기념품샵에서 기념품을 일정금액 구입하면, 카운터에서 호멜의 몇 가지 식료를 서비스로 제공해 준다 - 2024년 신제품 스팸 샘플을 받았는데, 스팸 포함한 가공육류는 통관법상 국제 항공편에 실어 갈 수 없으므로 현지에서 다 해결해야 했음. 엄청난 지방과 염분의 쓰나미란...

     입구에서 맞이하는 것은 거대한 스팸의 탑과, 천정에 돌아가는 스팸캔들이었음.

     박물관 중앙에는 스팸으로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들을 터치스크린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아시안 푸드 세션에는 역시 한국에서 만든 스팸 요리 사례들이 잘 게시되어 있다.

     스팸 클래식 부대찌게 아미 스튜! 보고 마음에 들면 자기 이메일로 레시피를 받을 수 있게도 되어 있음. 

     스팸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논하기 전에, 호멜푸드 회사의 역사에 대해서도 소개되어 있다. 결국 사세가 확장된 것은 스팸이 전투식량이 되어 세계대전의 역사와 함께 하면서겠지만, 스팸 외에도 다양한 제품군을 갖고 있고 특히 간혹 빵에 발라 먹게 되는 스키피 땅콩버터가 호멜푸드의 것인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됨.

     호멜푸드 내에 이렇게 다양한 제품군이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스팸이랑 스키피 빼고는 모를 메이커들이라 그냥 그렇구나...했음. 우리나라는 제일제당이 스팸을 라이센스 생산하는 관계로, 원래 메이커가 호멜푸드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일텐데.

     이후로 스팸의 역사에 대해 조금씩 deep dive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출시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스팸 캔의 형태는 '빵 슬라이스 크기에 맞추기 위해 사각형으로 디자인 된' 초기 컨셉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으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포장 방식이나 겉 문구 같은 것은 바뀌었다 정도로 보면 될까.

     중앙 홀 뒷편에, 스팸 캔이 돼지의 어느 부위를 사용하여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도 한 장의 일러스트로 잘 표시되어 있다. 뭐 이정도만 봐도 스팸의 제조 공정이나 들어가는 원료에 대해 대강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옆에 스팸을 만들어 포장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존재. 원하면 스팸 공장에서 사용하는 유니폼을 착용하고 도전 해 볼수도 있다! 적막한 박물관에 소음을 굳이 만들고 싶지 않아 시도 해 보지는 않았으나 자녀나 동료들과 함께 와서 시간 대결 해 보는 것도 재미는 있겠지.

     그리고 전시장의 1/4 정도가 전쟁과 함께하는 스팸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스팸이 전투식량으로써 소개된 세계대전 초기부터, 2차 세계대전 때 아이젠하워로 부터 호멜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달 받은 내용 같은것.

     우리의 아픈 역사였던 6.25부터 베트남전, 그리고 최근의 중동 파병 등에 이르기 까지, 아직도 스팸은 - 잘은 모르지만 - 군인과 함께하는 전투식량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듯 하다. 단기간에 고열량의, 고염도의 칼로리 음식을 섭취하기에 스팸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 같긴 하다만...

     전쟁 관련 역사를  넘어가면 미국 외에 스팸을 소비하는 주요 국가에 대한 소개 부스가 나오는데, 여기에 당당하게 한국이 하나의 부스를 차지하고 있으며, 게다가 크기는 각 나라마다 비슷하지만 갖추고 있는 것들은 역시 한국이 빵빵한 편이다. 미국 사람들이 죽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스팸 선물세트부터 티비 광고까지 잘 전시되어 있음. 그 외에 중국, 하와이, 일본, 동남아, 남미의 시장에 대한 소개 부스가 있지만 한국만큼 눈에 딱 띄지는 않는다...

     대략 내용을 보면 아시겠지만, 한국 전쟁으로부터 스팸이 소개되었고, 1987년 제일제당이 라이센스 생산했으며, 설이나 추석때 친구나 친척들에게 선물을 준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스팸 소비국이다, 가장 일반적인 스팸 요리는 부대찌개이다. 뭐 이런 내용.  

     일본관/하와이관 중간의 의미없는 동계 복장의 스팸 마스코트. 위의 한국관과 비교만 해 봐도 컨텐츠의 차이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는 부분.

     알럽 스팸. 뭐 대학교 자취시절 스팸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런천미트 같은 것 할인마트에서 양떼기로 사다가 이것저것 해 먹었던 추억은 있었지. 해로운 것이 식감은 좋다던가. 그다지 질리지 않고 잘 먹었던 기억이.

     정처없이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니어로 보이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돌아다니면서 신제품으로 나온 스팸 샘플을 시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파이시한 제품 하나와 기억나지 않는 독특한 맛 두 가지를 보여주었고 매운 맛을 선택했는데, 맵다기 보다는 역시 참을 수 없는 이 salty 한 느낌에 준비해 간 미네랄 워터를 그 자리에서 다 비웠다...

     여담으로 스팸 뮤지엄 갔다온 다음날 미국 동료들에게 박물관 갔다 온 이야기를 했더니, 한 친구는 씨익 웃으면서 '나는 살면서 스팸을 두 번 밖에 먹어보지 않았는데...' 라고 말하면서 한국이 세계 2위 소비국이라는 사실을 신기해 했음. 역시 그들에게는 런천미트는 비상식 내지는 '정크푸드'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느낌이다. 

     뮤지엄 한 켠에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기프트샵이 있고 다양한 재미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약간 가격이 비싸긴 해도 색다른 경험의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조금 무리해서 사서 선물 해 줄 정도는 될 듯. 실제로 스팸 양말 몇 개를 사서 한국 동료들에게 나누어줬는데, 대체로 재미있어하는 리액션이었다. 양말이 Made in Korea 였다는 점은 함정이었지만... 그들로서는 고국으로 돌아온 셈.

     뮤지엄 전체가 제품의 소개 위주이긴 해도 익살과 재치가 넘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보는 내내 심심하지는 않았다. 특히나 한국사람이라면 스팸이 실생활에 와 닿는 정도가 비교적 큰 편이라 역사나 의미 있는 방문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다만 박물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성격이 급한 분이면 기프트샵 제외하고 1시간 남짓이면 다 돌아볼 만한 컨텐츠이며, 주변에 연계해서 즐길만한 시설이 거의 전무하므로, 굳이 일정에 여유가 없는데 일부러 이 곳을 찾아 올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차라리 미네소타 초행이라면 미네아폴리스, 그리고 MOA를 방문하는 것이 맞을 듯 - 나는 취향이 독특하여 후회하지 않습니다.

     스팸뮤지엄의 자세한 정보는 아래 참조 (영문).

    https://www.spam.com/museum

     

    SPAM® Museum in Minnesota | SPAM® Brand

    Tour delicious curated meat exhibits at the SPAM® Museum in downtown Austin, Minn. It puts a whole new spin on cubism.

    www.sp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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