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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모형] 트윈시티 모델 레일로드 뮤지엄
    Train Model 2024. 2. 19. 20:57

    경황 없어 사진이 좀 부실한 것은 양해를.

     지난 1월, 출장으로나마 난생 처음의 미국을 체험하게 됨. 뉴욕이나 LA 등에 비하면 외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미국 북중부 미네소타, 그 곳의 중심 도시인 트윈시티 - 미네아폴리스 & 세인트폴에서 몇 주간 체류 했었다. 제버릇 남 못준다 할까, 1월 갑작스레 이 곳 주말을 강타했던 북풍을 뚫고 간 곳이란 데가 '트윈시티 모델 레일로드 뮤지엄' 으로, 말로만 듣던 미국의 철도모형 문화는 과연 어떠한지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https://www.tcmrm.org/

     

    Twin City Model Railroad Museum

    Twin City Model Railroad Museum at 668 Transfer Road, Suite 8, Saint Paul, MN 55114 651-647-9628. World famous O-scale layout shows Minnesota railroad history

    www.tcmrm.org

     박물관의 위치는 미네아폴리스로 부터 세인트폴의 경계를 진입한 이후의 초입이다. 주변에 BNSF 의 선로와 건널목, 그리고 트램들이 다니는 것으로 자동차/비행기 문화가 일반적인 미국 사회이지만 나름 과거 Northern Pacific Railway 라는 철도 회사의 본사가 있던 도시란 이미지가 아직 남아있다.

     박물관 전경. 참조로 이 날 미네소타주는 영하 20도, 체감온도 영하 30도를 찍는 끝내주는 추위를 자랑했고, 눈에 보이는 것은 눈 1/3, 소금 2/3이었다... 차도 몰고 다니려면 최소 웜업은 20분, 그저 의지만으로 밖을 돌아다니기에는 솔직히 너무 추운 날씨였음.

     카운터에 있는 할아버지들에게 10 USD 입장료를 지불하면 딱히 기념품 같은 것은 없고 미니어처 레이아웃마다 놓여있는 버튼으로 선로에 놓인 차량들을 1바퀴 주행 시킬 수 있다.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미국인지라, 레이아웃이 꾸며진 차량은 모두 HO 게이지 이상이고, 일부 O 게이지 차량이나 레고로 만든 L 게이지 레이아웃 또한 구비되어 있었다. 

     박물관의 대략적인 전경. 대부분 미네소타 지역을 중심으로 활약했던 '노던 퍼시픽 철도' 회사 차량들과 미네소타 인근의 정경 위주로 꾸며져 있고, 크리스마스 포함한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경관을 여기에 꾸며두고 오후 3시 부터 장 내 조명을 줄인 채 선로의 조명만을 이용하는 Night train 이라는 이벤트를 따로 진행한다고 한다. 시간대가 맞지 않아 3시 이전에 방문한지라 야간열차 이벤트는 보지 못하였으나 뭐 그저 미국 철도 문화를 경험 해 보았다는 것으로 만족.

     차량들 대부분은 최근 제품부터 아주 과거의 것 까지 다양한데, 특별히 라이오넬 (Lionel) 이라는 미국 철도 모형사의 제품이 대다수였다. 미국 철도모형은 정말 아무 정보 없이 처음 접한 것이었는데, 기대 외로 극단적인 퀄리티의 제품을 제조하는 것 같지는 않고, 심지어 어떤 모델들은 마치 틴토이 같은 100% 장난감의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선로의 레이아웃이나 기계/전기적인 접점이나 시스템 등은 정말 진지함이 가득 묻어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렇게 상단에 가선주를 다 꾸며놓은 것만 봐도...

     반면, 주변을 장식하는 정경들은 일부 수작업한 건물이나 지형 같은 것 들을 빼면 그저 '갖다 놓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빈 공간도 많고 일견 허술해 보인다. 그저 철도 모형과 빛내주고 심심한 주변 정경에 양념을 부어줄 정도로만 몇 개의 건물이나 인형 같은 것을 늘어 놓고 그저 주행만을 즐기는 그런 형태에 가까웠지만, 역시 덕중 덕은 양덕이라고, 제대로 꾸민 레이아웃은 또 수작업의 묘미가 짙게 느껴지는 정말 제대로 된 정경과 레이아웃을 자랑하고 있었다.

      미네아폴리스 역 건물 및 플랫폼 등이나 차량기지, 증기기관차고 같은 것들은 꽤 충실하게 고증 재현이 되어 있고, 역시 HO 게이지 이상의 거대한(?) 차량이 내뿜는 질감과 박력, 그리고 DCC와 연동한 속도제어 및 소리 등이 철도 모형 레이아웃 전체에 다이내믹함을 더한다. 방문객 입장에서는 버튼 한 번으로 소리가 나는 철도모형을 한 바퀴 주행시킬 뿐이겠지만, 그렇게 주행이 되도록 구성한 박물관 사람들의 노력은 진성 철도모형 매니아가 아니라면 알아채기 힘들 수 도 있겠음.

     게다가 절벽 사이에 나무로 부설된 다리라던가, 입체적인 회전을 구현하는 솜씨까지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레이아웃들의 대표적인 사례들이 충실한 교보재가 되었다. 전시장 한 켠에는 실제 이곳 철도 역사에 근거한 새로운 레이아웃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음.

     저렇게 "OK to Press the Buttons" 라고 표시된 곳은 주저하지 말고 버튼을 눌러 모형들을 주행시킬 수 있고, 카운터에서 입장료 계산할 때도 후덕한 할아버지가 '전시장에 있는 모든 모형들은 특별한 경고나 예외가 없는 한은 버튼을 눌러서 다 돌려볼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렇게 다 돌려변 결과, 일부 유아동 취향의 레이아웃의 경박한 주행품질부터 DCC에 기반한 세련된 운전까지 모두 다 경험 해 볼 수 있다.

     벽 한켠에는 노던 퍼시픽 레일로드의 역사 등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산이라고는 언덕조차 찾기 어려운 이 곳에서 저 버드아이 뷰 사진(?) 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대륙의 기상이 느껴진다.

     미네소타주를 돌아다니다 보면 의외로 한국과의 인연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제법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1970년대 BNSF에 병합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한 때 미네소타를 중심으로 발전했었던 노던 퍼시픽 철도 회사의 로고가 위에 보시는 대로 태극마크다. 그저 막연히 펩시처럼 태극마크가 하늘에서 떨어져서 로고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19세기 후반 경 시카고에서 열렸던 월드 페어(엑스포 같은 것)에서 당사 소속 치프 엔지니어였던 맥헨리라는 분이 우연히 당시 개설된 '조선관'에 있었던 태극기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그들의 회사 로고로 도입했다 함. 아래 내용 참조하시면 되겠고.

     대략 살펴보면,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서, 노던 퍼시픽 수석 엔지니어였던 E.H. McHenry는 한국이 주관한 전시를 우연히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당시, 노던 퍼시픽은 상표가 없어서 찾고 있는 중이었는데, 음양을 상징하는 태극기의 '모나드'가 그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가 세인트폴로 돌아왔을 때, 그의 상사들 역시 이 심볼을 좋아하게 되었고 이후 이 상징은 노던 퍼시픽 철도의 공식 상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자료사진이나 심지어 전시된 레이아웃을 봐도 저 태극마크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세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졌었더라면 꽤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했다. 

     설명란 위에는 한 때 노던 퍼시픽에서 운영되었던 차량들의 모형들을 잘 전시해 두었다. 최소 HO 게이지, 혹은 O 게이지 차량인데 초기 구매 비용만 해도 상당했을 것 같다. 박물관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어느 개인이나 욕심많은 사업자가 이 곳을 돈 벌이 수단으로 운용한다기 보다는 철도모형을 사랑하는 지역민들의 동호회 중심으로 십시일반하여 자료와 모형 일체를 기증 형식으로 채워 나가는 듯 했다. 주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저연령층 어린이들이었으나, 레이아웃을 중심으로 제법 '테츠오타' 같은 배불뚝이 할배들이 꽤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었다.

     모든 차량들이 생소한데, 형태는 다를지언정 일부 2-4-0 차륜의 볼드윈제 '미카도'형 차량들은 이 곳에서 중고로 일본이나 심지어 '조선'으로 매각된 실적도 있다 한다. 역시 철도모형의 백미는 증기기관차다. 기왕이면 N게이지 차량도 있었으면 더할나위 없었을테지만... 이 곳에서는 그저 마이너리티일 뿐. 한 켠에 카토제 N 게이지 모형 중고를 팔고 있는 것을 봤는데... 부실할 뿐 더러 비쌈. ㅎ

     박물관 곳곳에 마련된 철도모형 축적에 대한 설명. 미래 꿈나무들을 위해 레이아웃 뿐만 아니라 철도모형의 개요나 입문 방법등에 대한 정보들도 꽤 많이 자리잡고 있었다.

     시간 관계상 제대로 둘러보지는 않았으나, 리오넬이라는 메이커는 꽤 다양하고 복잡한 철도모형 기술을 오래 전 부터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반면에 철도 차량의 퀄리티는 아동용 장난감부터 진지한 모형들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였다.

     위의 철도모형은 3시 이후 벌어지는 '나이트 트레인' 전용의 선로로써, 보시는 대로 버튼들은 모두 누를 수 없도록 가려져 있음. 크리스마스에 정말로 저렇게 철도모형 장난감을 카펫 위에 설치해서 놀리면서 노는지 까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곳곳에 철도 모형 외에 저런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재미를 더해준다. 토마스 기차들도 덤.

     특수차량들과 다이캐스팅 소방차 모형들도 한 자리. 중고로나마 파는 녀석이 있으면 하나 물어오고 싶었을 정도 퀄리티였는데... 한 켠에 마련된 중고물품 코너에서는 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철도 모형으로 장식한 재미있는 트리. 그 외의 정경들도 감상.

     아주 밀도있는 구성은 아니었고, 앞서 언급한 대로 대부분의 관객들이 유년층들이고 박물관의 운영 주체는 지역 동호회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지역 철도의 역사에 대한 자료 정리와 이를 모형화 한 레이아웃의 퀄리티는 전혀 뒤지지 않으며, 오히려 동호회 사람들이 십시 일반하여 구축한 '날 것'의 느낌이 강해서 개인적으로는 간접적으로나마 미국 철도모형의 '즐기는 방법'을 제대로 체험했다고 믿고 싶다. 그저 철도 모형을 처음 접하는 분이나, 미국 철도모형의 특성, 그리고 노던 퍼시픽 철도회사의 역사를 간접적이나마 이해하고 싶다면 한 번 정도 미네소타에 계실 때 들러 보아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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