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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모형] 오산미니어처빌리지
    Train Model 2023. 6. 13. 18:18

     오산에 작지 않은 규모의 철도모형과 함께 한국의 역사, 그리고 몇몇 대표국가의 미니어처 레이아웃을 구성 해 둔 곳이 있다. 이런 곳이 다 그렇듯 저연령층의 학습을 노리고 만든 곳 + 지역의 역사와 특징을 홍보 할 목적이 더 크지만, 철도모형 취미가로서 이런 곳을 그냥 '있구나'하고 넘어가기는 좀이 쑤셔서 안된다. 한창때는 한 달 예약이 꽉 차버려서 가 볼 엄두도 나지 않았었는데, 거품이 빠진 까닭일까, 팬데믹도 끝나는 분위기에 바깥 날씨도 좋아서인지 다들 들로 산으로 나가시는 건가, 어쨌든 자녀들 데리고 가기 딱 좋은 시간대를 잡아내어 예약 후 한 번 방문 해 보았다.

     장소에 대한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 방문하셔서 확인 요망. 

     

    오산미니어처빌리지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작은 세계여행

    www.osan.go.kr

     자녀들을 케어하는 아버지 입장에서 실제 인상 깊게 봤던 것들을 일일이 이미지로 기록하기에 한계가 있어, 촬영한 이미지에 두서가 없어 송구스럽다. 다음에 혹여나 기회가 닿아서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때는 좀 제대로 정리할까 싶기도 한데, 과연 그 때라고 제대로 될까.

     우리나라의 대표 철도차량이 되어버린 KTX, 게다가 국산의 산천모델.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Korail 내부에서 벤처 형식으로 HO 모델을 개발하여 KATO HO 게이지 레일과 함께 판매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차량을 그대로 사다가 사용하고 있는 것 같고.

     의왕철도박물관에 있는 모형레이아웃도 그렇고, 이 곳도 HO게이지의 미니어처로 되어 있다. 아무래도 장소가 허락한다면 큼직큼직한 HO 게이지가 훨씬 실감도 나고 좋은 건 확실한 것 같다. 다만 땅은 좁은데 큰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징일까, 실제 가정에서 조용하게 즐기는 철도모형 유저들은 N 게이지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 같은데, 출시되었거나 출시되는 국산 철도모형들은 죄다 HO 게이지 일색인 것이 좀 아쉽다. 그나마 일본 철도에 대한 경험이 비교적 풍부한지라 스토리를 만들어 가면서 N 게이지를 즐길 수 있으나, 아예 그 쪽 차량 지식이나 경험이 전무한 경우는 스케일만 가지고 접근하기에는 제한이 많을 것 같다.

     서울역. 구청사와 신청사 모두 비교적 정밀하게 잘 재현했다. 요소요소 깨알같은 스토리 같은 것도 숨겨둔 것은 함부르크에 있는 미니어처 분더란트를 꽤 참조한 듯 하다. 물론 공항을 재현해서 점보기가 뜨고 내리는 기믹까지 재현한 그 규모에 미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의왕철도박물관의 그것 보다는 훨씬 충실하게 채워져 있다. 레이아웃의 방향성은 다르지만, 그 쪽도 조금 더 투자를 해서 다채로운 스토리를 녹여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내고향 부산의 풍경도 제한된 공간 안에 잘 함축해서 넣어 둠. 모형 매니아 입장에서 다른 것 보다 실제감 있는 건축물들 만들고, 거기에 조명을 다채롭게 삽입하는 기술이나 노하우가 너무 궁금하다.

     40~50대 아재들에게는 유년시절 이런 풍경이 아주 낮설지만은 않을 것 같다. 2000년 이후로 나라의 분위기가 역변해서 그렇지, 적어도 90년대까지만 해도 대도시 외곽에는 이런 느낌의 동네가 적지는 않았었다. 특히나 많은 외지인들이 밤 늦게 부산역에 내려서 출구를 나서니 바로 앞에 높은 지대까지 깔린 수많은 불빛들을 보고 '와 역시 제 2도시 부산은 마천루도 많구나'하고 감동했다가, 낮에 마천루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산 높이 위치한 달동네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했더라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만 전체 삶의 질이 그 당시 보다 정말 좋아졌는지는 깊게 고민 해 볼 필요는 있을 듯.

     국내관을 지나면 통일이후 남북관계와 관련된 미니어처들이 있는데 통일 이후 평양역에 들어선 전기기관차와 화물열차를 재현 한 것이다. 역시 HO 게이지 차량이 미니어처 위 뿐만 아니라 천정 레이아웃에서 관람객들 머리 위로 신나게 주행하고 있으며 북한의 철도 사정이나 주변에 대해 상세히 잘 정리되어 있다.

     이곳을 지나면 세계의 유명한 핫스팟들을 철도와 연동시켜 잘 구현 해 둠. 프랑스 이미지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미니어처의 프로포션이 좋아서 한 컷 남겨보았음. 저 개선문 조각상은 어찌 만들었을꼬.

     모든 미니어처를 다 구경하고 나면 저연령층 대상의 3D 무비 상영이 이어지고 관람은 끝난다. 그 외에 로비에 카페 및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샵도 있고 재료비를 내고 미니어처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간이 강습이나, 자유롭게 배포되는 밑그림 종이를 이용해서 색칠을 하거나, 본 오산미니어처빌리지에서 만들었으면 하는 미니어처의 드로잉을 제안 할 수도 있다.

     이하는 전체적인 감상 평.

     - 규모에 비해 관람료가 저렴하다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모형을 좋아하는 취미가의 한 명으로서, 이 정도의 관람료는 받아야 시설이 유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대부분은 시의 지원을 받아 재정을 메꾸거나 하겠지만. 관람을 종료하고 나오면 미니어처를 만들고 보수하는 작업실을 윈도우 밖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미니어처를 자작하기 위한 FDM & UV 타입 3D printer 다수가 있고 철도모형 레일(카토제)과 철도모형, 수리부속들이 꽤 많이 구비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N게이지 차량 한 세트를 구비하는 가격으로 HO게이지 차량 1량 구매할 정도인데다가, 운전되고 있는 차량들이 국산차량뿐만 아니라 해외차량들도 다수 갖추어져 있는 것을 확인 한 결과로 보면 구축 비용이 만만치는 않았을 것 같다. 게다가 미니어처들을 먼지 쌓이지 않고 변형되지 않게 관리하려면 적지 않은 시설 및 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모형에 대한 취급이나 이해도가 바닥인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의 규모 시설을 갖춘 것만 해도 오산시가 대단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 아무래도 취급에 민감한 미니어처다 보니 결정한 방법이 아닌가 싶지만, 관람시간이 좀 tight 한 감이 없지 않다. 국내관 관람에 20분, 중간 통일관(?)이 10분, 세계관이 20분, 3D 영화감상 10분 남짓 하여 일방향으로 총 70분 정도의 관람시간이 강제된다. 실제 방문 해 보면 생각보다 꽤 디테일하고 자잘한 스토리를 미니어처 안에 다수 녹여 내었는데, 이 것을 다 느끼고 경험하고 지나가기에 시간이 촉박한 편이다. 더 보려고 해도 입장 시 나눠주는 랜야드 색깔을 보고 - 무례하지는 않지만 - 양몰이 하듯 몰아낸다.

     저연령층의 적극적인 관람 유도를 위해서 빙고게임 시트 같은 것을 나눠주고 특정 스팟의 미니어처를 찾는 액티비티를 시키는데, 그것 쫒느라 전체 미니어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아이들도 적지 않게 보았다. 단순 시간 때우기라면 모를까, 좀 깊게 보려면 몇 차례 반복해서 방문해서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 대체로 덩어리로써의 미니어처는 기획대로 잘 구성되어 있으나, 철도모형, 레이아웃 덕후(!)로써 디테일이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미니어처에 쉽게 유용할 차량으로 토미카가 다수 깔려 있는데, 최대한 왜색을 지우려 노력한 흔적은 보이나 - 일어로 된 레터링을 임의로 삭제한다거나 - 알만한 사람은 거리에 핸들 방향이 다른 일본차 일색인 어색한 풍경하며(게다가 토미카의 평균 축척은 1:70대, HO게이지의 축척은 1:80대인 등 모형과 철도, 부자재들의 축척이 조금씩 어긋나는 것도 일부 발견된다), 월남전도 아닌 한국전쟁(6.25) 디오라마에 갑자기 UH-1 헬기가 튀어나온다거나(원래 H-19여야 함), 일제시대 철도차량에 뜬금없이 C11 이 견인하는 편성이 등장 한다거나, 분명 전기동차가 지나가는 선로인데 가선주가 없다거나, 어떤 차량은 펜타그래프를 올리지도 않고 주행하는 등이다. 개인적으로 지금 세대는 오타쿠가 디테일을 완성한다고 믿고 있어서, 이곳에 철도모형 덕후가 한 사람 (있을지도 모르지만...) 고용되어서 깨알같은 디테일을 완성 해 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이 레이아웃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시류에 맞게 디테일을 보강 해 주었으면. 의왕철도박물관 레이아웃, 직찍.

     - 분명 어딘가 이와 상응하거나 더 높은 디테일의 디오라마가 있는 박물관이나 체험 공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분명 인기있는 프로그램이긴 한데 있으나마나하게 관리되고 있는 의왕철도박물관의 그것 보다는 확실히 좋고 (2000원 vs. 10000원의 차이일까, 단순 철도 주행 우선 vs. 디오라마 조합의 차이일까), 미니어처 분더란트를 추종했다고 해도 확실히 국내 정서에 맞게 미니어처 스토리를 잘 각색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쪽 매니아나 관심이 높은 분들은 한 번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다. 첫 방문에서 모든 컨텐츠를 소화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지만, 두 세번 방문해서 본 빌리지가 오랫동안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것도(?) 좋을 듯.

     - 마지막으로 건물 옥외에서 서쪽방향 앞으로 직선의 복복선 고가로 구성된 경부선이 바로 보인다. 아무래도 도시철도, 여객열차, 화물열차, 심지어 일반선을 주유하는 KTX까지 볼 수 있는 주요 스팟이다보니, 관람 전/후로 날씨 좋으면 지나가는 기차들 보면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장소이다. 비교적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의왕철도박물관 앞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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