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얼마만의 음반 구매인가 - NewJeans CD versions.
    Funny Widgets 2023. 7. 25. 13:17

    콤팩-트 디스크 CD. 출처 : Pixabay 무료 이미지.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된 지금 실물의 음반을 접하는 것은 특정 가수의 찐팬이거나, 과거의 명반을 내 품에 가까이 소장할 목적이 아니고서야 하지 않을 일이 되어 버렸다. 음악이 삶의 일부였던 나 조차도 솔직히 mp3 가 나오고 '소리바다'가 유행할 무렵부터, 최근 까지 음악 감상을 스트리밍 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실물 음반을 일상적으로 구매해 본 적이 가물가물하게 된 것을 생각 해 보면, 스트리밍과 음원 구독/구매 서비스 등 '더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 음원'이 음악 감상과 소비에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름신이 문득 다른 방향으로 나를 인도하시니 이에 응답하여 받아든 것이 뉴진스 앨범. 저를 아시는 분들은 '외국곡, 그것도 락/메탈/블루스만 듣던 음악 편식자, 음악 꼰대가 뜬금없이 국내가수, 그것도 음악 자본주의의 중심으로 극혐하는 아이돌 걸그룹 음반이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첫 앨범을 처음 듣는 순간 '앗 이것은!' 했었고 그 느낌은 이번에도 같았기에 소장을 주저할 수 없었다.

     갓 발매된 뜨끈한 2nd EP와, 앞서 발매되었던 뉴진스의 두 가지 음반 - 1st EP & single - 도 함께 입수 해 보았다. 취지와 목적은...

     - 이미 커리어 하이 상태지만, 나름 취향 저격한 걸그룹 팀에 앞으로 힘내달라는 보잘것 없는 응원

     - 고품질 음원 입수 및 소장 - 음원 다운로드 버전 앨범이 있던데 의미 없음.

     - 최근 국내음반의 발매 형태나 동향 확인

     생활에 쫒겨사는 가족딸린 중년이 오프라인 매장서 앨범을 고르고 자시고 할 여유도 없었던지라 Yes24 쇼핑몰을 이용하였는데, 요즘 하드굿 아이돌 앨범 발매 트렌드 대로 같은 음원(또 CD 포함 혹은 음원 다운로드 버전 두 개로 나뉨)에 상이한 이미지의 내용물로 총 십 수종의 버전을 준비 해 놓고 있었고, 굳이 특별한 뭔가를 제공하는 한정판은 필요 없어 CD가 포함된 일반 사양을 골라 보았는데 이 것도 많게는 총 여섯 가지의 버전이 존재했으나, 불행히 소비자가 선택지의 디테일을 선택할 권한이 없는 랜덤 발송 상품이었기에 가챠하는 기분으로 배송을 기다렸다.

     만약 선택이 가능했다면 전 멤버들의 이미지가 가장 평이하고 균일하게 분배된 일반 버전을 선택했을 것이다. '고품질 하드굿 음원을 입수'하려는 당초 목적에도 부합하는, 기획사/음반사의 가챠 놀음에 편승하여 멤버 개인 테마 별로 찢어놓은 양념 듬뿍 들어간 버전을 다수 구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인데, 결과물은 보시는 대로 예상을 빗나가 '해린' 버전이 도착.

     다행인 것은 이런저런 미디어를 보면서 나름대로 혼자서 '오시맨(최애캐라카는 그것)'으로 설정 해 놓았던 멤버가 바로 해린이었기에, 가챠의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물이 우연이 겹쳐져서 만족스럽게 되었다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멤버에 순위를 두어 차별하지 않기에, 어떤 버전이 왔더라도 그저 좋았을 것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내 연령이 모든 것에 acceptable 한 10~20대 초반이었다면 들어있던 내용물 하나 하나의 푸짐함에 엄청 감동했을 것 같은데, 마음이 건조해진 40대 아저씨에게는 이 모든 것이 부담스럽다. 무려 조카뻘 정도 되는 여자아이돌 포토카드가 들어가 있는 앨범을 경박하게 대놓고 흔들고 다니면 와이프에게 주책 바가지라고 욕먹기 딱 좋고. 딴에는 용돈 쥐어주고 싶게 생긴 조카뻘 아이돌들이 실력도 좋아서 귀여운 것 뿐인데 괜히 오해 사기도 쉽고.

     어짜피 세부 내용물은 판매 쇼핑몰이나 블로그 등 여기저기서 많이 소개되는 것 같으니 본 포스팅에서는 생략하고 원래 의도했던 음반 그 자체에 집중하기로 한다. 아이템들도 시간 날 때 하나하나 보고는 있는데 아이템 파악이 좀처럼 한 번에 딱! 되지는 않는다...


     이게... 분명 상품의 주 목적이 음원을 판매하는 음반이라고 믿고 샀는데, 들어있는 CD가 왜 주체가 아니라 부수물 같은 느낌을 받을까. 우선 포토카드나 가사집 등의 부속물들이 너무 화려하고 볼륨이 푸짐해서 상대적으로 묻히는 감이 없지 않고, 무엇보다 CD를 감싸고 있는 포장재가 더 그런 느낌을 받게끔 한다. 환경보호 측면이라면 그런가 싶다가도, 하드페이퍼 봉투로 감싸진 CD 패키지가 마치 소싯적 동네 문방구 혹은 PC 잡지에 끼워팔던 주얼 게임 CD를 연상시킨다. 

     과거 음반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20세기 말 음반 시장이 성장하면서 부터 음반 패키지의 화려함은 슬슬 태동 해 오고 있긴 했다. CD 케이스의 색상을 달리 한다거나 - 서태지 솔로 1집의 짙은 파란색 시디케이스, 뒤이은 붉은색 시디케이스 등 - 포토카드나 이미지 북 등을 끼워 판다거나 등등. 그래도 '음반'으로서의 기능적인 역할에 충실한 패키지의 고민이 분명 있었다. 어떤 느낌이냐면 프로포즈를 위한 반지와,  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주변이 화려하게 꾸며진 케이스 랄까. 부속물(반지 케이스)들도 물론 상품성을 올리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어디까지나 spotlight 의 핵심은 음원을 재생하는 미디어(반지)였다. 그래서 패키지를 열어서 주변을 헤치고 나면, 마지막에 곱게 잘 보호되어 포장된 음원이 도드라지는 그런 보물찾기 하는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

    서태지 솔로 1~2집. 출처: 직찍.

     스트리밍과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 된 까닭일텐데, CD 플레이어 제대로 갖춘 가정을 찾기 어려운 현 상황을 생각 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이긴 한다. CD가 음악 감상의 주력이라기 보다는 백업 내지는 아카이브 정도 랄까. 미취학 아동들의 교육 자료가 CD로라도 배포되지 않는다면 아마 유/청소년들에게 CD가 익숙하지 않은, 마치 플로피 디스켓이나 카세트 테이프 같은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말이다. 본 앨범들의 곡 분위기로 부터 '90년대 분위기를 현대 감각으로 복고'하는 방향도 엿보이는데 패키징도 그렇게 맞춰 주었다면 틀딱을 향해 달려가는 이 40대 아저씨는 무척 감동했을 것 같다. 1st EP의 5.25" 디스켓 모양 봉투 정도로는 부족하다.


     참조로 1st EP는 그렇지 않은데, OMG/Ditto 수록된 싱글과 2nd EP는 CD player에 삽입하면 최초 앨범의, 재생 이후 각 곡의 제목이 정보창에 표시된다. ODD가 갖춰진 컴퓨터가 집에 없어서 파일로 된 음원이 재생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으나, 20여년이 다 되어가는 소니 컴포에서 되는 것을 보니 오래 전 부터 지원했던 태그 기능인 듯 한데 꽤 괜찮다. 최근 대세를 반영하여 각 곡의 러닝타임이 짧다고는 하는데 통상 2분 ~ 3분 내외이며, 과거 인기 있었던 골든 pop track 들도 보통은 3~4분 정도 러닝타임을 가졌으므로 차이가 크다고 하기는 힘들다.

     다만 보통의 러닝타임이 30분 이상, 한 때는 시디 두 장을 한 패키지로 엮어 앨범을 발매하던 때와 비교하면 15분 이내의 총 러닝타임은 정말 짧다 말할 수 있다. 시디를 넣고 잠깐 돌렸는데 이미 끝곡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반복 청취하지 않는다면 미디어를 넣었다 뺐다 하는 손이 꽤 바쁘다. 오히려 위의 세 장을 하나의 CD에 합쳐서 패키지를 구성하면 여느 가수의 정규앨범 하나와 동일한 러닝타임이 될 것이고 이렇게 손이 바쁘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콤포를 끄고 지금까지 곡들을 묶어놓은 유튜브 클립을 찾게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파블로프의 효과인지 모르겠으나 역시 CD라는 미디어를 가지고 듣는 것과, 유튜브 클립에서 듣는 음원의 해상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CD 쪽이 좀 더 명확하고 풍부한 느낌이 든달까. 그래서 손이 바쁘더라도 넣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듣고 있고 것도 귀찮으면 그냥 반복재생을 하게 된다. 아직까지는 뽕이 빠지지 않아서 그런가, 모든 곡들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다만 주변을 의식할 뿐.


      마지막으로 음악/그룹 이야기를 조금 해 보면, 물론 원래 기획 의도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양산형 걸그룹'으로 여겨지는 몇몇 아이돌 그룹들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들, 예를 들면

     1. 멤버별로 특성이 너무 두드러짐 : 누구는 메인 보컬, 누구는 래퍼, 누구는 춤 담당, 누구는 예능/얼굴마담 등등...

     2. 특정 멤버만 반짝이로 조명받고 나머지는 클라이막스 전 병풍처럼 왔다갔다하는 배경역할

     3. 전형적인 걸그룹의 라이프 사이클 : 청순/상큼으로 시작해서 컬크러쉬 / 섹시 뭐시기 하다가 더 이상 바꿀 컨셉이 없거나 소진되면 서서히 쇠퇴...

     4. 전형적인 걸그룹 식의 노래와 흐느적거리는 율동, 전형적인 운율의, 드라마 OST 같은 발라드 등.

    과 같은 전형적인 느낌이 시작부터 없었기에 좋았다. 확실히 출시 부터 기존의 걸그룹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고, 여기에 90년~00년 시대 살아온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한 레트로 뽕필이 들어 가 있으며, 음반사/기획사가 작정하고 show me the money를 한 흔적이 짙다. 게다가 멤버 5인 모두 걸그룹에 맞는 동등한 능력과 실력으로 잘 튜닝 되어 있고, 캐미가 잘 짜여진 락그룹을 보는 그런 이미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 개개인의 특징이나 개성이 잘 짜여 있어서 팀 멤버 중 누가 압도적으로 좋다는 등의 순위를 매기기가 힘들고, 미디어를 몇 번 접하고 나면 다섯 멤버의 이름이나 이미지가 혼동되거나 흐려지지 않는다. 초기 해린&혜인의 이름이 좀 햇깔릴 뿐. 특히 음악과 액션(춤 동작 등)을 조합해서 경험할 때 부스트-업 되는 이미지가 꽤 괜찮다.

     음악의 계보까지 내가 알 일은 없지만 음악과 율동 모두 90년대 힙합이나 R&B 같은 것들을 많이 차용해 와서 그 당시 음악을 즐겼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받아 들여지는 것 일수도 있고, 그것이 지금껏 최신의 걸/보이 그룹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기에 지금 세대에서는 차별화가 잘 되었을 수도 있고.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멤버들의 커리어가 점점 쌓이고, 지금과 같은 음반사/기획사의 적극적인 물량공세의 거품이 빠진  뒤에도 이 잔인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얼마나 굳건히 버틸 수 있을까 이다(당장 통상 계약이 끝나는 7년 뒤?). 일단은 작년 1st EP의 성공에 이어 이번 2nd EP도 잘 어필한 듯 하니 다행히 'One hit wonder'의 징크스는 깬 것 같지만, 멤버들의 나이도 아직 어려서 갈 길이 먼데 초반전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타의에 의해 소모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한 번 긍정적인 시그널이 박히면 좀처럼 태세를 바꾸지 않는 본인이니 만큼, 앞으로의 행보도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면서 지켜볼 생각이다.


     실물 CD앨범을 사고 나니, 거짓말같이 유일하게 집에서 CD를 돌릴 수 있는 소니 콤포 CD플레이어가 맛이 갔다. 아들녀석들이 뽀로로 음악 CD 서너장을 한 방에 강제로 슬라이딩 슬롯에 쑤셔 넣은 걸 복구 한 이후  아쉬운 대로 디스크를 넣으면 힘없는 뾰로롱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기는 했는데, 카세트 데크는 진즉에 사망했고 이제는 튜너와 AUX 앰프만 멀쩡하다. 특히 뉴진스 2nd EP CD는 랜덤하게 삽입 이후 강제로 뱉거나, 재생 버튼을 눌러도 먹통이 되는 등이다. 자, 저 녀석을 고쳐서 계속 쓸지, 허덥한 콤포 본체라도 중고로 어디선가 건져 올려야 할지, 앰프는 살아 있으니 허덥한 CD 플레이어라도 사서 연결 해 쓸지 고민.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