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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ensington SlimBlade.
    Funny Widgets 2021. 9. 26. 00:16

     앞선 포스팅을 통해 15년 정도 잘 사용하고 있던 로지텍 마블 트랙볼 상태가 좋지 않아 기변을 고민하는 내용을 공유한 바 있다.

    https://yoonoca.tistory.com/351

     

    트랙볼 바꿀때가 된 듯.

     거의 15년 된 트랙볼 하나가 있다. 소소한 변화는 있었겠지만 아직도 절찬리(?)에 판매하고 있는 로지텍 마블 트랙볼. 애플포럼 할 무렵 디바이스 입력기로 마우스보다 손이 편하다는 평에 한

    yoonoca.tistory.com

     사적인 용도로 웹서핑이나 유튜브 볼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데, 간혹 재택근무를 하면서 책상 위 붙박이 DELL 모니터와 포인팅 디바이스를 업무용 노트북에 붙여서 사용할 때, 간혹 클릭이 잘못되어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게 되었다. 메일을 쓰던 중에 갑자기 발신을 하지 않나 PPT 편집하다가 드래그가 안되지를 않나... 가지고 있는 마우스를 사용해도 되지만 최소 집에서는 이미 트랙볼 사용에 꽤 길들여져 있어서 마블을 떼고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수 차례 고민하다가, 트랙볼 아는 사람들은 한 번 정도 경험 해 봐야 한다는 바로 그 켄싱턴의 슬림 블레이드를 드디어 손에 넣게 된다.

    10년여를 돌고 돌아, 일본 출장 갈 때마다 요도바시 카메라, 빅카메라 같은 양판점에서 녀석을 집었다 놓았다 했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된다. 내 이럴줄 알았지.

     뭐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제품이니 트랙볼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저들에게는 별 다를 것은 없을 듯 하다. 이 녀석도 출시된지 꽤 된 녀석이지만 아직도 끈질기게 제품의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트랙볼이라는 입력 장비가 손에 익은 사람만 사용하는 용도나 선호도가 꽤 제한된 장비다 보니, 더 좋아지거나 더 특별해지거나 할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고. 개선된다고 한들 펑션 버튼이 좀 더 추가되거나 좀 더 인체공학을 살려서 이상한 디자인을 갖거나 블루투스 지원을 한다거나 정도일까.

    오히려 30여년 전 랩탑 등에 두루 사용되던, 혹은 볼마우스와 함께 사용되던 디바이스니 실러캔스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트랙볼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마우스같이 손목을 여기저기 휘두를 필요 없이 손가락으로 공만 굴려주면 되니 책상 위 공간도 많이 절약되고 소위 이야기 하는 'VDT증후군'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롭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오래사용해도 손이 편한 편이다.

    그래도 아무래도 기계적인 구조로 공을 손으로 굴려서 사용하다보니, 부득불 볼과 본체 사이 먼지나 기름때가 끼어 지저분해질 수 밖에 없는데, 손에 닿는 입력도구 매일 청소해서 깔끔하게 관리해준다 생각하면 요즘같은 시절에는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박스 안에 별 것 없고 본체와 종이쪼가리 몇 개 뿐이다. 보증서, 그리고 드라이버는 홈페이지서 찾아서 까세요 정도인 것. 어떨 때는 시디 쪼가리 하나라도 더 넣어주던 과거가 좀 더 그립기도 하다. 바이러스나 악성코드가 창궐할 XP 무렵에는 버전이 다소 낮더라도 업체에서 제공해 주는 드라이버를 까는 것이 더 믿음직스러웠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본체 오픈. 전반적으로 펄이 들어간 글로시한 외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fiber로 된 USB 케이블(저걸 뭐라 하던데 생각안남)이 유선 제품임을 말해준다. 실제로도 요즘 유저들은 이 제품이 유선 뿐이라 불만이 많은 모양. 나는 20세기 '퍼스컴'으로 시작한 유저라, 아직은 유선이 좀 더 믿음직하다. 특히 모니터와 입력도구는 더더욱.

     볼은 마블 트랙볼보다는 확실히 크다 못해 거대하고, 포켓볼 사이즈 공 보다는 조금 작은 듯 하다 (과거 진짜 당구공을 끼워서 쓰던 사람들이 있었다 하고 이를 막기위해(?) 사이즈를 다르게 조정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들은 듯 한데). 십자로 나누어진 영역에 네 개의 버튼이 배치되어 있는데, 아래쪽 두 버튼이 마우스 왼/오른쪽 클릭 버튼이며 위쪽은 왼쪽이 중간클릭, 오른쪽이 브라우저 돌아가기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빨간 공을 수평하게 돌리면 시계방향은 다운스크롤, 반시계방향은 업스크롤링이 된다. 듣기로 장비 안에 스크롤링 시 입력을 식별할 수 있도록 '따다닥'하는 소리를 전기적으로 내어준다고. 옛날 애플 아이팟 같이.

     볼을 보다보면, 옛날 오락실의 '스카이 어드벤쳐'라는 게임에서 3판 째던가, 해골과 곤충 나오는 판 막바지가 되면 화면 위에서 갑자기 우두두 떨어지던 거대한 붉은 공, 그것이 생각난다. 갑자기 PTSD가.

    이거슬 안다면 당신은 이미 50원좀 게임기통에 넣어 봤던 아재.
    이거 이거.

    드라이버와 램상주 앱을 깔면 키설정, 스크롤 속도, 포인트 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사용소감을 앞서 사용했던 마블 트랙볼에 비해서 설명해보면,

     - 공이 무거워서 포인터를 옮기기 아직은 조금 어렵다. 감도를 올려서 사용하니 좀 낫긴 한데, 마블을 처음 사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적응이 필요할 듯 하다. 마블이 손가락 끝으로 공을 굴리는 경향이 강한데, 슬림블레이드는 공을 손가락 2~3마디 정도에 놓고 굴리고 공넘어에 위치한 손가락으로 앞쪽 버튼을 누르고 엄지와 새끼 손가락 이요해서 좌/우 버튼을 클릭하는 그런 모양새가 나오게 만든 듯.

     - 손목 보호대가 아래 장착되어 있지 않아 장시간 사용하면 손목이 꺾이게 되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정말 좀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마블 대비 왼/오른 클릭 버튼이 뒤로 많이 후퇴한 느낌이라, 누르기가 조금 어렵다. 이것 또한 적응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 그리고 트랙볼을 감싸 쥐듯이 사용했던 마블 대비, 이녀석은 거의 평탄한 본체에 조금 큰 공이 위에 올라가 있는 형태라 손 바닥과 본체가 약간 뜨는 느낌이 있고 오래쓰면 불편이 예상된다. 

     - 공을 수평으로 돌리는 스크롤링이 편하기는 한데 상황에 따라 스크롤링과 포인팅의 경계가 애매하게 오묘한 경계선이 발생하는 듯. 차라리 공 주변의 은색 베젤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 유선. 개인적으로는 전혀 불편하지 않으나 최근 USB 포트 개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컴퓨팅 디바이스의 트렌드이니 (조립하는 수준의 데스크탑은 별건이겠지만) 항상 붙박으로 놓으면서 유전원 젠더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존재할 수 있다. 뭐 애시당초 이 정도 덩치 디바이스를 (공도 기울이면 막 떨어지고) 여기저기 옮겨가면서 쓰는 사람은 거의 극소수겠지만.

    요는 마우스보다는 제품 성격에 따라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 이렇게까지 하면서 트랙볼을 써야하나 싶긴 한데 그래도 한 번 손에 붙고나면 마우스 대비 자리도 덜 차지하고 왜 손목을 움직여가면서 써야하나 싶을 정도로 편해지니 일단 시도 해 보는 것으로 한다. 어짜피 선호하는 사람들도 없으니 중고로 팔기도 애매하고 적응 안되도 열심히 써야한다.

     골드를 좀 투자했으니, 녀석도 향후 20년은 낭낭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USB 단자가 멀지 않은 때에 사라지게 된다면 꽤 곤란해지겠지만 PS2 to USB 같이 과도기에는 젠더 정도는 내어 주겠지...

     일단 당분간 켄싱턴의 스크롤링이 적응 될 때 까지는 20년이 다 되어가는 그리핀 파워메이트를 왼쪽에 놓고 스크롤링 머신으로 써먹어야겠다. 이제 저 녀석도 공홈에서 드라이버도 최신 사양으로 지원 해 주지 않을 뿐 더러 바닥의 파란색 LED도 들어왔다 어떨 때는 나갔다를 반복하는 노망끼를 보여주고 있지만, 메커니즘이 단순해서인지 아직까지는 현역이다. 이 녀석은 뒤를 이을 장비가 없다는 것이 현재로써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손에 익어 있는데...이럴거면 2015년 경에 출시된 블루투스 버전을 하나 사 놨어야 할까. 여튼 컴퓨터 욕심보다 손에 닿는 입력기 욕심은 언제나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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