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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있는 워크맨을 살리고 싶은데...
    Funny Widgets 2021. 10. 12. 18:29

     엊그제 카세트 테이프 돌려본 이후, 또 다시 이쪽에 회가 동해서 와이프가 모셔두고 있던 아이와 RX490 워크맨을 한 번 꺼내보았다. 외관도 상한 곳이 많지 않고 무려 리모콘도 있으며, 오토리버스 기능도 있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조금 음이 늘어지기는 했지만 테이프를 듣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테이프 쪽이 작동을 안함. 라디오가 잘 되는 것으로 보아 기능상 큰 문제는 없는 것 같고 아마도 안에 들어있는 고무벨트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맛이 간 것 아닌가 예상이 된다.

     개인적으로 아이와는 '이런저런 음장효과들은 좋은데 내구도가 약한' 제품 중 하나로 각인된다. 실제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유흥비(?)를 보태기 위해 비싼 돈 주고 샀다고 하는 아이와 워크맨(HS JX705)을 엄청난 헐값에 사준 기억도 나고 - 2~3년 정도 쥐어 짜내며 쓰다가 한 방에 맛이 가버림 - 약간 맛이 가기 전 제품(HS JX707)을 지인에게 얻어다가 6개월이 안되게 쓰고 갖다 버린 적도 있기 때문이다. 

     본 아이와 RX490 제품은 테이프 워크맨 era의 거의 말기에 나왔던 제품으로 아이와 제품의 특징적인 이퀄라이저나 돌비 등 다양한 테크니컬한 기능들이 거의 없는 간단한 제품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뭐...카세트 플레이어의 테크니컬한 정점은 80년대~90년대 중반까지지. 결국 최종 승리자는 '스마트폰'과 '온라인'이 되어버린 것이 현재의 현실이지만.

     여튼 안되는거 뭐가 문제인지 일단 보기나 하자 싶어서 한 번 뜯어보았다. 이녀석은 테이프 오작동 방지장치를 몇 중으로 강하게 무장해 놓아서 카세트를 삽입하지 않으면 모터가 돌아갈 생각도 않는다. 그래서 일단 쓸데 없는 카세트를 하나 넣고 분해를 시작한다.

     결론 : 벨트가 끊어진게 맞네요. 기판 안으로 보이는 흑색(좌측), 회색(우측)의 벨트 풀리에 고무줄이 없거든요. 끊어져서 저 안에서 어딘가 열심히 떠돌고 있을 것 같은데...해서 배터리 연결해서 모터를 몇 차례 돌려보니 모터가 힘들게 돌다가 뭔가를 살짝 뱉어낸다.

     확인사살. 벨트 끊어짐. 그냥 단순하게 끊어진 것도 아니고 모터 축에서 vulcanization(가황화)가 풀리면서 진득해진 상태로 엉킴을 반복하다가 끊어진 것으로 보여짐. 자료를 찾아보니 당시 아이와 제품의 벨트들이 다 저모양이었다고. 차라리 확 끊어져 버리면 처리하기라도 편한데 조청처럼 늘어져서 갖은 곳을 다 오염시켜 놓고 기기를 조져놓았다 한다.

    그 다음, 벨트를 사서 갈기만 하면 이 포스팅은 해피엔딩일텐데, 그냥 지나갈 리가 없지. 아이와 제품의 복병이 하나 숨어있다. 구조를 컴팩트하게 만들고 비용 절감을 위해, 기판과 드라이빙부를 터미널 단자 등으로 처리하지 않고 그냥 납땜으로 조져서 붙여놓은 것 - 그림의 화살표 부분. 여기를 납으로 지져서 떼어내지 않으면 기판을 들어낼 수 없다. 그 외에 좌상단 이미드 필름으로 된 플렉서블 단자쪽도 떼어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납땜은 어릴 때 부터 젬병이라 여기서 그만두고 전문가를 찾는게 좋겠다 생각을 하게된다.

     갑자기 10년 전 후지산(일본에 있는 그 후지산 맞습니다) 오합목까지 꼭두새벽에 차 타고 갔다가 태풍경보에 오르지도 못하고 내려왔던 추억이 떠오른다. 저것만 어찌 처단하면 고지가 눈앞인데 갈 수가 없는. 여기에는 과거 가지고 있던 워크맨을 고쳐보겠답시고 뜯었다가 벽돌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라, 이제와서 그럴 수는 없겠다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무식하게 볼트 풀고 틈새를 비집고 넣어도 되겠지만 왠지 결말이 뻔할 것 같아(빠지직...)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 때문에 무림의 고수를 찾아서 챌린지를 할 지는 모르겠다. 결국 서울로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은데 지금 COVID 상황에서는.

     작동이 전혀 되지 않는 미이라를 데리고 있는 것이지만 위는 당시 들어두었던 적금 10만원인가를 깨서 남포동 깡통시장서 구매했던 WM-EX501, 아래는 이 포스팅 앞에 이야기 했던 HS JX705이다. 로고 변경 전 '대문자' 아이와 로고 제품. 비인기 제품인지 구글링을 해도 잘 나오지 않아 결국 뒷베란다에 짱박아 둔것을 뒤져서 찾아내서 결코 사진을 찍고 맘.

     둘 다 중/고교시절 내 mind control을 책임져 주던 소중한 존재라 버리지를 못하겠네.

    요즘같으면 포토샵으로 쓱 만들어서 프린트 해서 쉽게 쉽게 만들었을텐데, 저걸 그 당시 다 그려서 만들었었다. 카라얀 사진은 도데체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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