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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문/글폭탄/궤변주의] 올바른 취미생활?
    Simple Life 2022. 6. 27. 17:27

     개인적으로 한 분야에 철저히 전문적인 지식을 추구하기보다는 관심이 있는 다양한 분야를 부페서 찍먹하듯 알고싶은 심도까지만 즐겨보고 충족되면 철수하거나, 거기서 더 계속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적당한 선을 계속 유지하는 형태로 취미생활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컨텐츠 전문가/창조자/인플루언서 경지에 도달한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남보다 더 많이 들여다보면서 쌓아놓은 정보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다른 분들 보다 조금 더 해당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상식(지식이 아닌)을 많이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거기에 한 때를 풍미했던, 하지만 금전적 시간적 사정이 있어 당시에는 해 볼 수 없었던 것들 - 콘솔 게임기(에뮬 포함)이나 올드 컴퓨터들이 예 - 도 늦더라도 쫓아서 즐기는 'Late adopter' 생활 정도가 특징적이라고 하겠다.

     대략 2000년 초기, 군 제대 이후 알게 된 인터넷 세계를 통해 처음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몇 차례 플랫폼을 바꾸면서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블로그까지, 관심사 mainstream을 차례로 나열 해 보면 일러스트 --> 매킨토시/IT장비 --> 사진 --> 철도모형 순이었던 것 같다. 그 외에 실력은 부족하지만 게임기/일렉기타/인형/조그만 물건의 수리나 자작/자동차/기타 서브컬쳐 정도가 곁다리였고, 올해는 아시다시피 HAM 그리고 에어소프트 건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도 꾸준한 진리 탐구를 위해 이런저런 온/오프라인 활동 중, 올바른 취미생활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이 이런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데 얼마나 기반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도. 결론은 '자기가 즐거우면 그만'이겠지만, 이런 단순한 생각을 방해하는 요소가 최근 많이 생겨 답답한 마음에 요 며칠 글을 쓰지 않고 있다가 스트레스 해소차 썰을 풀고자 한다.


    i) 취미를 즐기는 환경. 확실히 10년 동안 전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고, 과잉일 정도로 물류가 넘치는 세상이 되어 취미생활즐기기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단순 활자나 이미지만으로 된 잡지나 전문 원서서적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었던 간접적인 지식과 정보, 그리고 그 시장 안에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노력을 들일 필요도 없어졌다. 현재 절찬리에 즐기고 있는 철도모형만 해도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유튜브와 같이 동영상을 통한 빠른 최신 제품이나 신기술에 대한 간접체험도 가능해졌으니까. 국제 물류가 이렇게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옛날 같으면 그저 해외의 TV 다큐멘터리에나 나올 법한 취미가 내 손까지 와 있을리도 만무하고, 모형이 활성화 된 국가로의 출장이나 여행을 통해서만관련 취미의 정보를 얻거나 직접 희귀한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고, 평소에는 국내의 도소매상이나 그레이 마켓을 통해 말도되지 않는 비싼 가격으로 종류도 많지 않은 물건, 혹은 기존 제품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부품을 구입하게 될 것이었으니.

     다만 현재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가져온 폐단들도 무시할 수 없는데, 취미의 종류들이 워낙 다양해지다 보니 일부 관련 취미를 처음 시작하고 알리게 된 소위 '스타 인플루언서'에 의해 관련 분야의 취미생활 접근 및 확대 방법이 정형화/획일화 되어 가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되었고, 취미생활을 위한 재료나 도구를 갖추려고 할 때 국내 공급망 보다 '직구'라고 불리우는 글로벌 공급망을 이용하는 것이 쉬워지면서 국내의 유통망과 시장이 무너지고, 국내에서 관련 제품을 실시간으로 속히 구하거나 AS 하는데 어려움이 많게 되더라는 것. 그리고 취미를 받쳐주기 위한 기반 산업이 무너지니 국내에서 전문가나 사업 종사자의 손을 직접 빌리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 또는 거대한 주 공급자(매우 소수)와 주 소비자(매우 다수)만 비대해져서 중간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취미생활이 '모래시계'형태의 이상한 구조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ii) 규제. OECD 선진국 반열에 든 이 나라의 위상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싱가폴 못지 않은 상당히 규제 일변도 국가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지역적 문화 특징, 작금의 남북 분단상황이라는 핑게에 맞물려, 애당초 국민들이 사회 질서와 정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만한 행동을 싹부터 근본적으로 자르겠다는 취지의 규제가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예가 될지 모르겠으나 성인물(음란물이 아닌 성인물이다)에 대한 강력한 법규는 워낙 복잡한 역학관계라 어떤 것이 바른 정책인지 객관적으로 이거다 라고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본인 주관적 의견을 물어보신다면는 창작물의 소비 및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이슬람 국가 혹은 중세시대와 똑같을 정도로 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entertainment/hobby 계열에는 여러 복잡한 규제가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다. 그 규제 내에서 위태위태하게 작두를 타고 있는 많은 취미가들을 바라본다.

     근본적인 문제는 특정 개인이 규제의 법망을 넘어가 버린 경우 국가가 이해 당사자나 주변인에게 취하는 태도인데, 통제에 대한 의지도 부족하고 위반자를 취급하는 공정하고 일관적인 조치가 애매하고 약하다. 아무리 쳐다봐도 나랏님들이 권력만 손에쥐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은 싫어서, 애당초 문제될 소지가 있는 것들을 규제라는 이름으로 미리 차단 해 놓고 후속 관리 없이 그냥 드러누워 놀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정헌법 1조를 통해 '일단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자유를 보장 해 주되, 그 결과가 전체의 이익에 반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때는 강력하게 엄벌한다'는 미국의 환경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동아시아 국가 특성 상, 미국의 수정헌법 수준의 자유도를 적용 해 달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틀린게 아니라, 그들과 우리는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 근본적으로 다르니까. 개인의 취미생활 하나 하나가 국가의 경제적/문화적/정서적 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까지도 한 번 심각하게 고민 해 보고, '제구실도 못할 정도'로 마냥 규제만 가할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이 인정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의 규제를 걸어놓고, 이를 위반하는 개인에 대해서는 철저한 엄벌을 수행하는 것이 더 건설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최근 관심을 갖게 된 에어소프트, BB탄 총 관련한 것인데, 국내 회사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디테일한 모형 총기를 어느나라 못지 않게 잘 만들 수 있는 잠재적인 기술과 능력이 있어, 잘 만들어진 모형총기는 실총소지가 허용되는 국가 마저도 수집하는 인구가 존재하는 등 수출 시장도 넓어서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게다가 나라의 전체 인구가 줄어가는 마당에 아직 분단국가여서 전쟁의 잠재적인 위험을 품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시절이라면 치를 떠는 남성들 사이에서 특별히 이 분야의 정보와 취미에 관심을 가지면서, 굳이 자기 돈을 들여서 동원/예비군 소집때도 맹렬하게 하지 않는 병정놀이를 취미로 가져가겠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것만 아닌 것이, 군 복무시절 몸으로 익혔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의 위기 대처능력과 전투력을 사회에 나와서까지 보전하겠다는 부차적인 효과가 있을텐데, 이걸 과도하게 통제만 하는것이 과연 옳은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지금 해당 취미가 활성화되고 작금의 양안관계에서 개인 전술/전략을 몸에 익히겠다고 BB탄 총기를 사비로 구매하여 기관에서 훈련을 받기도 하는 대만의 사례에서 보듯, 장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규제는 풀어주어 자발적이고 잠재적인 예비군 양성의 한 방안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떠한지, 그와 동시에 한 편으로는 최근 뉴스에 회자된 사례와 같이 모형 총기로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범죄에 악용하는 case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엄벌을 부여하여 시범케이스로 꾸준히 조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iii) 인터액션. 이 부분은 이야기하자니 괜히 역린을 건드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뭐 방문객 별로 없는 시골같은 개인 블로그니 한 번 썰을 풀어본다. 최근들어 관심을 갖는 취미분야마다 특정 그룹과 그룹이 반목을 이루고 싸우거나, 한 개인이 갑자기 조직에 난입하여 잘 돌아가고 있는 조직을 뿌리부터 흔들어 망쳐놓는 것을 꽤 흔하게 본다. 혼자서도 충분히 취미를 즐기기 가능한 모형/만들기같은 취미에서는 보지 못했던 현상이다.

     관련 취미가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을 타고 갑자기 사회에 유행처럼 떠 오르고, 이를 통해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을 수록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교환되면서 즐기는 방향이 제각각 나뉘게 되는 등 유무형의 리소스가 풍부해지는 것이 선순환이라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취미인과 신규 유입 인원 간 그 분쟁(?)의 정도가 좀 심한 것 같다. 그냥 진리추구하고 자기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취지로 즐기는 것이 취미생활일텐데,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취미생활 자체를 즐긴다기 보다 그 업계나 조직에 얽힌 역린을 건드려서 서로 감정싸움을 즐기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 타겟도 등급, 연령/세대, 앞서말한 규제의 바운더리에 얽힌 유권해석까지 너무나 다양한데, 각자 자기 소리만 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쉽게 해결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강요와 독단을 주 무기로 삼는 정치인, 종교인, 방구석키보드워리어를 매우 극혐하는 본인인데 지금은 온 취미계에 이런 세 부류만 널린 것 같다. 그냥 각자 취미분야의 정수만 열정적으로 추구하면서 개인 사정은 제발 서로 '리스펙트'하면서 지나가면 안될까? 솔직히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몇 몇 취미들은 초반에 확 타올랐다가, 이런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처음 기대했던 강렬한 인상만큼 실망감이 더 커져 흥미가 확 식어버렸다. 사람과의 관계 없이 할 수 없는 취미의 분야도 많기에, 결국 이런 분야에 깊이를 더 하려면 지금의 한국 취미계에서는 이 분탕질 속으로 들어가 어느 한 편에 수 밖에 없을 것 같기 때문. 건설적인 논쟁은 환영이지만 감정만 깎아먹는 소모적인 싸움은 정말 하고싶지 않다.


     그냥 개인이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만 찾아서 조용히 즐거움을 누릴지, 포화속으로 뛰어 들지는 개인의 선택인 듯 하다. 그저 취미생활이 감정의 배설이 되기보다 정서 안정의 도우미가 되기를 바란다.

     

    <3줄 요약>

     - 잡학다식해지려니 최근 관련 판을 보고 있노라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몇 가지는 접어야 하나 싶다.

     - 취미를 즐기는 환경, 국가에서 정한 관련 규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자들끼리의 감정싸움을 불구경하노라니 속이 터진다.

     - 그냥 삶에 지친자에게 정서 안정의 도우미가 되는 취미생활이 되었으면, 그리고 동종 업계 사람들끼리 서로 리스펙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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