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을 다녀 옴.

몇년 만에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을 다녀옴. 다른 건 아니고, 한국전쟁 때 활약했다는 M46 패튼 Ripper Tiger 버전을 복각했다 소식을 듣고 보고 싶어서 가족을 끌고. 지난 번 다녀왔을 때 보다 전시 된 물품도 늘어나고 꽤 정리도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기념관 바로 앞에 ㅇㄱㄸ 가 있는 건물이 있었다는 사실은 생각지 못했네. 

 전쟁 기념관의 거의 60%를 차지하는 전시 주제 및 테마는 한국전쟁. 다른 전쟁들에 비해 꽤 잊혀진 전쟁인데 나름 시간 순서대로, 진영대로 자료와 전시물들을 적절히 정리하여 잘 전시 해 두었다. 뭐 어른들만 가면 좀 더 찬찬히 전시물들을 구경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겠지만 미취학 어린이들을 데리고 다니면 결국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것 위주로만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오늘 방문의 핵심. M46 패튼 Ripper Tiger 버전. 1951년 리퍼 작전 시 전차류에 호랑이 무늬를 새겨 넣으면 적에게 위압감을 주고 부적같은 효과가 있다고 해서 당시 이렇게 악마나 호랑이 도색을 칠한 상태로 돌격했으나...색상이 화려해서 되려 표적이 되기 쉬었다는 후문이 있었다고. 올리브 드랍 단색의 M46 전차에 유명한 작가가 고증에 맞추어 새로 도색한 작품이라고 들었다. 마치 1차 대전 '붉은 남작' 포커 3엽기, 혹은 베트남전 시대 화려한 마킹의 해군 항공기들 보는 기분이긴 하지만 한국전에서 사용한 적 있는 역사적이고 독특한 도색이다 보니 꽤 흥미로웠다. 1/35 프라모델을 구해다가 비슷하게 칠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그 옆에는 이지에잇 셔먼도 있음. 한 때 뚱뚱한 차체가 그다지 어필하지 못했었는데, 나이가 들면 들 수록 마치 건담에 나오는 자쿠 시리즈 같이 질리지 않는 프로포션이 조금씩 어필하는 것 같다. 혹자가 말하길, 밀덕에 입문할 때 최초 미군 - 독일군 - 소련군 까지 돌다가 결국 미군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던데 그런가보다. 개인적으로는 우드랜드 캐모플라지 감성 폭발하는 80-90년대 미군 스타일을 좋아합니다만...

 별 생각없이 애들 쫓아다니다 보니 반대측에 있던 SU100이나 떼34 등 쏘련 기갑들은 하나도 안찍어놨네. 헐 --> 와이프가 찍어놓은 것이 있어서 올려 둠.

 영원한 원쑤, T34/85. 2차 대전 독일군에게도 쇼크가 되었을 만큼 혁신적이면서도 저글링같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단순함이 있는 등, 셔먼과 함께 당시의 총력전에 딱 맞는 시대를 잘 타고난 무기이다.

 코뮤니스트의 불벼락, 카츄샤. 방사포, 평사포는 아직도 북한의 위협적인 물량 전력으로 남아있음.

 김일성이 타고다니던 차량이 전쟁기념관에 있었군.

 그 외에 최근 갱신 된 것으로 보이는 국군의 외국 파견 실적, 그리고 현대 군대의 발자취 같은 것도 추가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전포 통신병이었던 관계로 직접 K55 의 포반은 아니었지만 나름 155미리 HE 탄 적재 작업에도 끌려가서 허리도 아작 나 보고 마지막 ATT 훈련 때는 내무반 전포반 식구들과 함께 포를 타고 복귀한 적도 있어 꽤 추억이 많이 남는 차량이다. 복무 당시 당시 현재 거의 다수인 위장색 아닌 이미지와 같은 올리브드랍 단색의 차량으로 운용했었는데, 모형이나마 다시 보게 되니 너무 반갑네.

 연평해전에서 큰 피해를 받았던 참수리 357함도 전시되어 있다. 피격받은 곳이 모두 붉은 색 페인트로 마킹 되어 있어서 그 날의 참극을 remind 하고 있음. 

그리고 야외에도 K-1, K-9 등 나름 최신의 전투 차량들도 잘 전시되어 있고, B-52 등 우리나라에서 운용하지 않았으나 미군이 기증하여 전시된 값진 실물들도 옥외에 잘 전시 되어 있으니 이 쪽 분야 관심 많은 분들은 한 번 쯤 찾아 가 볼만 함. 특설 전시 제외하면 입장 및 관람도 공짜고, 두 시간 내로 짧게 볼 거면 주차비도 저렴하고 생각보다 주차가 힘들지 않으니 차를 가지고 가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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