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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산기 수리.
    Funny Widgets 2023. 6. 20. 21:23

     본인도 어쩔 수 없는 공돌이인지라, 대학시절부터 당연한 듯 공학용 계산기를 가까이 두고 사용 해 왔다. 물론 지금이야 간단한 것은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대부분의 계산에는 엑셀을 쓰거나 미니탭을 돌리거나 하는 식이지만, 모바일 환경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 이런 핸드헬드 컴퓨터 - 말 그대로 계산을 위한 컴퓨터 - 는 공학도에게는 필수품이었음.

     오늘 소개하려는 제품은 생애 최초 모델은 아니고, 2000여년 초 군대 제대 이후 복학 할 무렵 대학교 새내기때 샀었던, 얇은 헤어라인 금속 하우징에 수첩형 레자 케이스가 달려있던 공학용 계산기를 분실하는 바람에, 계산기 판매하는 가게에서 '싸지만 최소 두~세줄은 한 화면에 나오는' 계산기를 집어든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아마도 카시오 제품이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했나 싶기도 하지만 당시 전자사전이나 전자수첩도 활발히 발매했던 샤프인지라 꼭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델명은 샤프 EL-5120이라는 모델이고 원래 이미지는 아래와 같이 생겼다.

     대략 20년 가량 되었으니 왠만한 가전이라면 이미 죽고도 남았겠지만, 태생이 계산기라 죽을 생각을 안한다... 것보다 학부-대학원-회사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오랫동안 사용하다보니 상태가 그리 고급지다 하지 못하겠는데, 문제인 즉슨,

     - 대학원 무렵, 액체라고는 취급도 않던 전공자가 학기 말에 우레탄 합성 해 보겠다고 계산기들고 포뮬레이션 계산한답시고 설치다 이소시아네이트를 위에 흘려서 계산기가 투페이스가 됨. 특히나 액정 전면의 외측 창(이라고 해야하나)가 완전히 뿌옇게 흐려져서, 그냥 뜯어 내고 사용함.

     - 중심의 기능키들의 인쇄가 벗겨져서 그냥 봐서는 뭐가 뭔지 알아볼 수가 없음. 약간 고개를 돌려서 반사광으로 흔적을 봐야지 이게 무슨키였는지 알 수 있을 정도.

     - 이 계산기 모델의 고질병인듯 한데, 2열 하단의 액정이 맛이감. 

     직장에 던져놓은 계산기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 몰골이 측은하여 집으로 갖고 와서 손을 좀 대보았다. 때마침 아래의 링크를 어디선가 보게되어 이 모델의 액정 2열이 이상하게 되는게 나만의 현상은 아니었구나, 해결 방법이 있구나 알게된 시발점이 됨. 당김에 데미지 먹어서 액정을 전혀 보호 해 주지 못하고 있는 전면 디스플레이부도 좀 어떻게 하고.

     

    Fixing my calculator display iss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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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ur.com

     워낙 간단한 구조의 기기인지라, 뒷판만 뜯어내면 어렵지 않게 속살을 볼 수 있다. 위에 보시는 많은 세로줄같은 회로가 있는 곳이 액정부인데, 액정부와 기판부를 잇는 이 리본커넥터의 말단이 테이프같은 것으로 고정되어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년변화를 일으켜 점착력이 떨어지면 접속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한다. 비용 때문에 기계적인 터미널/커넥터나 정밀한 솔더링은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일까.

     설명대로 각 접접부에 헤어드라이어로 고열을 준 뒤에 압착을 한 번 해 주는 것으로 정리. 첨에 원하지 않는 곳의 디스플레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고 '아 조때따' 하고 반쯤 포기했었는데, 헤어드라이어로 가했던 열이 가시고 나니 컨디션을 정상 회복하였다. Profit!

     그리고 라벨테이프에 제품명 등을 프린트 아웃하여 안쪽에 부착하고, 뒤이어 두께감이 있는 투명 플라판 하나를 디오라마 제작을 위해 모아둔 자재박스 안에서 발굴하여 목공본드 발라 고정시켰다. 아직 목공본드가 다 마르지 않아 일부 흰구름 같은 부분이 있지만 완전히 마르면 죄다 투명하게 바뀔 것이다. 목공본드가 안으로 삐져나와 외관은 보기 흉하지만,어짜피 액정의 변부쪽도 오래 풍화되어 엉망인 상태라 이 정도로만 정리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표면 AR 처리가 안되어 반사광이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학시절과는 달리 고차원의 방정식이나 수식을 이것만 가지고 풀어낼 이유도, 필요도 더 이상 없어졌지만, 단순 포물레이션의 함량 조절이나 측정된 값의 평균, 비즈니스 숫자 등 머리에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를 빠르게 확인할 때 책상에 잡히는 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20년여 세월을 주인 잘 못 만나서 외관이 엉망 진창일지라도 그저 퍼지지 않고 배신하지 않고 꾸준히 잘 돌아간다. 오히려 이것을 사용했던 주인의 뇌가 풍화되어, 과거 이 계산기로 미적분을 어떻게 조작해서 풀어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 매뉴얼을 웹에서 찾아 다시 쳐다봐도 뭔소리인지 모르겠음. 여튼 앞으로도 완전히 뻗기 전 까지는 계속 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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