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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 KT 리와인드 블라썸 카세트 플레이어 KST-016RB. 그리고 꼰대 꼰대소리.
    Funny Widgets 2021. 10. 17. 19:02

    (주: 카세트 플레이어와 카세트만 리뷰 결과를 남깁니다. 굿즈는 모르겠습니다.)

     며칠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몇 곡 듣다가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구매를 넣고 난 뒤 꽤 후회를 했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구매였기 때문. 아이돌 찐팬도 아니고, 이 가격으로 이 정도 퀄리티의 카세트를 돈을 주고 샀다는 것 자체가 용납되지 않을 일이었다.

    패키지에 불쑥 나와있는 오렌지색 팁. 패키지 구성은 좋다.

     제품을 받아들고 난 뒤, 그리고 실체를 직접 알아버린 뒤에도 역시 계속 후회하고 있지만, 한 가지 변명섞인 당위성은 남는다. 2021년 현재 국내 보증이 되는, 그리고 최소 4년 간은 스페어 파트가 시장에 풀려있는 거의 국내 유일의 신품의 포터블 오토리버스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라는 점.

     일단 겉 박스에는 'Cassette' 가 아닌 'KASSETTE' 라고만 써져있긴 하지만, 본래 제품명은 '블루투스카세트플레이어 KST-106RB'라고 하고 KT, CJ 엔터, 지니, 인켈 네 개 회사가 작당하고 만든 '리와인드: 블라썸'이라는,

     

    1) '뉴트로' 컨셉의 블루투스 입/출력 기능과 오토리버스가 되는 카세트 플레이어,

    2) 지금의 아이돌들이 90년대 인기 노래들을 리메이크 한 테이프 하나, 그리고

    3) 아이돌 굿즈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된 찐팬용 종합 선물세트 같은 제품이 되겠다.

     아이돌 굿즈 목적이다 보니 패키징은 화려하다. 스피커 두 개 달린 붐박스가 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무게도 덤이다. 박스가 일단 두꺼우니 박스 무게라 보면 될 듯. 첫 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포장을 열면 왼쪽에 자점착 보호필름으로 둘러쌓여있는 KST-016RB 플레이어가 있고, 오른쪽 박스에는 리와인드:블라썸의 테이프와 아이돌 굿즈가 위치한다. 뭐 다른 블로그나 press를 통해 이미 다양한 제품정보와 리뷰, 이미지들이 풀려 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카세트 기기 자체의 첫 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사진으로 본 것 보다 화사한 느낌이었고.


     여기서 살짝 구매 동기를 풀어보면,

     최근 이케아서 심포니스크 스피커를 본 이후, 왠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카세트에 담긴 노래가 듣고싶어 티악 V-3000 데크에 갖고있던 테이프를 차례로 물려 봤던 것이 최초였고 그 다음이 돌아다니면서 듣고 싶어서 그나마 집에 정상적으로 돌아가던 아이와 RX490을 꺼냈다 좌절하게 된 것이 두번째였다. 앞의 블로그 포스팅으로 이미 구구절절히 풀어낸 바 있다.

     그 뒤에 오픈마켓/직구샵을 통해 중고 워크맨을 둘러보게된다. 당장 추억 소환거리로 몇 가지 모델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일단 중고는 직접 보지 않고서는 품질을 판단할 수 없으나 동선의 한계가 있고, 지금 잘 돌아간다고 해도 어느 순간 뻗을지 장담할 수 없으며, 과거의 추억만으로 제품을 덥썩 물어서 관리하려면 정말로 라이언 하트를 가져야 할 것 같았다. 당장 저 단순한 RX490 조차도 끊어진 벨트하나 못 이어서 난리인데. 자신이 없었다.

    요즘 오픈마켓에 흔해빠진, 중국산 MP3 컨버터 되는 카세트 플레이어. 성능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택지가 없을줄 알면서도 신품 카세트 플레이어를 찾아보기에 이른다. 이건 뭐... 예상은 했지만 죄다 중국 제품에다, 최근 오픈마켓의 중국 해외배송품 소개는 아예 번역도 않고 중국어로 떡칠이 되어 있으니 무슨 기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제품들이 다 뱃지만 다르고 플랫폼, 심지어 외형까지 다 똑같다. 색놀이 하는 것은 오히려 고마울 정도. 거기다 나름 오래 쓰겠다고 신품을 고르는 것인데 당장 오게 될 제품을 믿을 수가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산제품은 아남이나 롯데 이름으로 판매하는 중국제 OEM 소수가 있으나 오토리버스 기능이 없는 외형이 엉성한 찍찍이 수준이고(찍찍이가 뭔지 아시려나...), 그리고 한 때 워크맨 시장을 리드했던 일제 역시 중국산 OEM조차 씨가 말랐고, 국내 업체가 QA하는 마데제 중소기업 제품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다...라고 했는데, 별 생각없이 펀샵을 들어가 신기한 물건 없나 쳐다보다가 덜컥 이 제품의 출시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가격이...거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자비가 없고 공식몰이나 오픈마켓이나 결국은 같은데서 제품을 발송하는 것 같다. 기본 목적인 아이돌 굿즈 특성 상 올해 초 1차 물량이 '한정'인 척 풀려서 이미 다 소진되었고, 낚시질이 나쁘지 않았던지 이번에 2차 물량을 풀었는데 여유있게 재고를 마련한 덕분인지 시중에 물량이 많이 남아있었다(아마도 모 여자 아이돌 그룹의 이슈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확인차 몇 군데의 블로그와 유튜브 클립등을 통해 정보를 얻어 보니 플레이어 자체는 다들 나쁘지 않다고 그러는 것 아닌가. 그래서 찝찝함을 계속 품고 결국 지르게 되었다는, 요즘 사회 어디에서나 있을법한 그런 전형적인 흑우의 이야기를 이렇게 TMT 하게 되었다. 적다보니 살짝이 아니게 되었네, 죄송합니다.

     왠지 14인치 플립북 살 때랑 비슷한 절차였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긴가민가 하면서도 최종 결정을 내린데는 딱 세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 조금 의심이 가기는 하지만 일단 디자인은 나쁘지 않다.

     - 국내 업체가 기획/품질관리하는 마데 생산 제품이니 일단 단기간이나마 보증은 될거다 - 적어도 개봉한 순간 문제가 생겨도 돈을 떼이지는 않겠지.

     - 오토리버스가 된다. 적어도 포터블 플레이어에서 제일 귀찮은 카세트 뒤집기를 안해도 된다.


    기타 블로그나 상품소개 사이트에서 이야기하는 잡다한 기능이나 부속되는 굿즈들은 별로 기대도 안했음. 그래도 2021년의 카세트 테이프이니 음반은 나름 기대. 그럼 지금부터 찬찬히 훑어보기.

    정면. 방대한 투명창이 이 제품의 특징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디터람스 룩의 포스트 모더니즘 한 이미지를 노렸다면 저 'KASSETTE'로고는 작게 만들거나 빼는게 좋았겠다 싶다. 그리고 사용중에는 테이프가 가려주기는 하지만 모터나 작동기구가 보이는 것도 조금은 가리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기계식 카세트 플레이어의 한계이긴 한데, 투명창이면 카세트도 역방향으로 삽입되도록 레이아웃을 구성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판매되었던,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테이프 라벨들 대부분 역방향으로 삽입되어야 글자가 뒤집히지 않으니까.

    플레이어를 눕혀서 저렇게 놓으면 되지만 그러면 KASSETTE로고와 버튼의 타이포가 뒤집힌다. 헐.

     오히려 디자인적으로 양념을 치려면, 마치 초기형 쏘니 워크맨 같이 테이프를 돌리는 저 까만 꼭지(릴와인더? 뭐라 해야하는지 용어를 모릅니다) 팁 끝에 흰색표시로 돌아가는 형태가 강조되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저렇게 창이 잘 보이는 구조라면 저 꼭지 사이에 테이프 감긴 정도를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네모 반사거울을 달아주는 것이 20세기 말의 센스이지.

    SONY WALKMAN TPS-L2 released in 1977.

     내 것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정면 투명창의 clarity가 좋지 않다. 사출 얼룩이 일부 눈에 띄임. 단순 이형제에 의한 오염인가 했는데 안지워지는 것을 보니 영구적인 얼룩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가면 스크래치에 몸살을 앓을 듯 한데, 미리 PPF (페인트 프로텍션 필름) 같은 것으로 실딩을 해 두어야 할지 고민된다.

     그리고 테이프 삽입구 뚜껑을 수동으로 열고 닫는 방식인데, 과거의 습관이 남은 탓인지 테이프를 꺼내기 전 반드시 stop 스위치를 한 번 누르게 된다. 그리고 보통의 수동창을 열고 닫을 때, 전형적인 과거 카세트 플레이어들은 측면의 양 끝단을 잡고 여는 방식이 보편적인데, 이 녀석은 커버 위에있는 약간 돌출된 팁을 통해 여닫는 방식이라 조금 어색했다.

     본체 상단면. 쓰레기같은 사진 품질은 양해를 - 갤놋20울트라 카메라, 제품 사진 찍는데는 정말 젬병이다.

     모든 동작 버튼들은 기계식이다. 대체로 간결하게 잘 만든 것 같은데, 역시 다른 사람들도 지적한 바와 같이 리와인드(RWD)-패스트 포워드(FF) 버튼의 표기가 문제가 된다. 보통 전자식 버튼, 혹은 일방향 재생만 가능한 플레이어면 모르겠으나, 기계식 버튼의  오토리버스 플레이어에 저렇게 과감하게 저 단어들을 사용하다니. 저럴 때는 그냥 심플하게

    << >>

    화살표로 표현하는게 정답이다. 왼쪽 버튼은 A면 재생 시 패스트 포워드, B면 재생시는 리와인드가 되는 방향이니까. 타이포그래피로 통일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left, right 혹은 CCW, CW 로 표시하던지. 것보다 지금 폰트가 에바인데?

     분명 저 오토리버스는 포터블 카세트 플레이어, 특히 이 제품에서는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오래되었지만 기능이 가득한 카세트 테이프 데크 앞에 앉아서 여유있게 음악을 감상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테이프를 앞뒤로 뒤집는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다. 특히 손발이 자유롭지 못할 수 있는 옥외 환경에서는 뚜껑열고 테이프 빼고 돌리고 넣고 뚜껑 닫고가 중노동이 된다. 버스타고 양파링 잡고 서있기라도 해 봐라. 그냥 재생이 끝난 이어폰 귀에 꽂고 목적지까지 노브레끼인 것이다.

     그런데, 오토리버스 기능에 대한 표시도 좀 이상하다. 재생모드 스위치가 on/off로 표시되어 있는데, 처음 봤을 때는 On이 A/B 무한 반복재생, Off가 그냥 A & B 단방향 재생 이렇게 되어 있을거라 생각했었지만, On은 동일하게 A/B 무한 반복재생, Off는 A/B 1회 주행 후 꺼지는 구성이다. 이것도 On/Off가 아니라 아래와 같은 기호로 표현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렇게 보면 A & B 단방향 재생은 없는 기능이 된다.

     다른 리뷰 글에서 보지못한 이 플레이어의 치명적인 동작문제 하나를 짚고 넘어간다. 리와인드/패스트 포워딩 하고 테이프의 끝에 도달하면, 더이상 테이프가 감길 것이 없어 장력이 발생할텐데 이 때 자동으로 해당 기능을 정지하고 스위치가 원래 위치로 '톡'하고 올라 와서 기기가 자동 정지해야한다. 그런데 이 녀석은 사용자가 stop을 눌러 끌 때 까지 계속 잡고 놓질 않는다. 아무리 자기재용 테이프 원단이 주행방향 (흔히 업계에서는 MD, 즉 machine direction이라 한다) 강도에 특화된 재질일지언정, 이렇게 계속 늘이고 있으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걸 억지로 잡아당기고 있는 플레이어 본체에게도 피로가 쌓이게 되고 벨트의 조기 노화, 기어의 마모등에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21년도에 이런 기술에 IP가 남아있을리는 만무하고,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설계 했거나, 그렇게 만들어진 저가의 박리다매 드라이빙 모듈을 그냥 사다 붙여 놓은것이거나.

     

     기기 우측방. 좌로부터 배터리 15% 이하로 떨어지면 붉은 불이 나온다는 표시등, 블루투스 입/출력 전환하는 스위치, 블루투스 페어링 버튼, 볼륨, 그리고 3.5파이 이어폰 커넥터이다. 1.2V 에네루프 전지 기준으로 play 해 보니 대략 6~8시간 정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에네뷔와 같은 외부 전원 스피커를 '유선으로' 연결하면 상대적으로 재생수명이 길어지는 것 같다.

     본 기기의 이름이 '블루투스카세트플레이어 KST-016RB' 이지만, 블루투스 연동을 과연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다. 입력도 그저 그렇고, 스피커의 출력도 그저 그렇기 때문. 그냥 있으니 언젠간 쓸일 있겠지만 글쎄다. 배터리만 잡아먹지 않을까? 에네뷔에 바로 연결해서 테스트 해보면 될 일이지만, 페어링 시간도 무척 길다해서 그냥 가볍게 포기했다.

     내부 충전 기능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 안정적인 외부전원을 공급 받을 수 있는 USB-C 케이블 단자나 전용 어댑터 단자 같은 것이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포터블 기기라고 해서, 실내에서까지 1.5볼트 (혹은 1.2볼트 충전지) AA 배터리만으로만 버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전압은 카세트 플레이어가 재생 중 속도의 변화나 출력의 널뛰기 없이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는데 매우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기 좌측방. 4옴 0.5와트짜리 동전파스 크기의 스피커가 있다. 그냥 달려있는 것이니 기대는 금물.

    코딱지만한 아이폰 스피커도 짱짱하게 나오는 마당에 저 정도 크기나 되는 그냥 달려있는 것으로 취급당하니 당사자인 스피커는 억울하시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진짜 그냥 달려있는 것 수준인걸. 그래도 아무 출력장비가 없을 때 모니터용으로 쓸 수 있다! 정도로 위안을 삼기를. 있는 것을 안쓰는 것과 없어서 못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참조로 본체에 달린 스피커가 모노라고 해서 출력이 모노인 것은 아니다. 이어폰 꽂으면 스테레오 잘 되는데, 혹자가 말하기를 L/R이 반대라고 한다. 거기까지는 민감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뭣하면 L/R을 반대로 끼고 들으면 될 일...요샌 L/R 측 이어폰 모양이 딱 고정되서 나오니까 좀 그렇긴 하겠다만;;; 옛날 솜 달려있는 이어폰이 귀는 더 편한 것 같다.

     뒷면. 아무것도 없고 AA 배터리 두 개를 넣는 곳만 갈라져 있다. 이 제품의 주요 타깃인 20대 층의 리뷰를 보면 '왜 충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AA 배터리인가'로 불만이 많은 듯. 이것은 세대를 불문하고 개인차가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는 기기의 제조비용 절감은 일단 차치하고, 이걸 오래동안 꾸준히 운용할 목적이라면 AA배터리를 선택한 것은 최선안인 것 같다. 특히 기기에 내장된 충전지의 배불뚝이나 뚜따 같은 것을 숱하게 겪은 나로써는 성능 떨어진 배터리는 빨리빨리 짬시키고 new comer를 영입할 수 있는 이런 교체 시스템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급할 일은 당연 없겠지만 이런 간단한 구조의 기기는 충전할 시간에 동네 편의점에 뛰어가 AA 배터리 사서 끼워쓰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고.

     레트로라 하면 니카드 충전지 한 두 세트 가지고 갈아가면서 쓰는 것도 레트로의 맛 아니겠슴니껴.

     그리고 본체 대부분을 감싸고 있는 은은한 베이지색상은 수지 본연의 색상이 아니라 흰색 수지에 칠을 한 것이다. 배터리 홀더 부분을 까보면 알 수 있음. 아랫쪽에 고무 패킹 같은 것도 없던데 좀 오래쓰면 칠까짐이 예상된다. 뭐 그것도 세월의 흔적이다 라고 하면 그런가보다 한다. 근데 보기는 안좋을 듯.

     

     이제 좀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바로 재생 이야기.

    부속된 리와인드:블라썸 카세트 테이프는 하도 여기저기서 씹어대서 이미 너덜너덜한 것 같아 일단 논외로 두고, 나름 상태가 나쁘지 않은 93년판 보이즈 투 맨 '종점' 앨범, 그리고 같은 93년 소니 컬럼비아에서 출시한 머라이어 캐리 'Music box' 앨범을 레퍼런스로 사용하여 여러 조건에서 청취했다.

    한마디로 이 플레이어의 재생 능력을 표현하자면 '뉴트로라는 미명으로 당시 평균 수준 카세트 플레이어들의 진짜 수준과 능력을 무시한 저질 퍼포먼스와 그릇된 마케팅'이라고 감히 이야기해야겠다.

     가장 큰 문제는 플레이어의 재생속도와 볼륨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마치 간신배, 이방, 내시가 떨면서 말하는 듯한 이상한 재생음을 들려준다. 플레이어를 작동시킨 최초에 이 현상은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항속할 때는 처음보다 덜하지만 역시 파도타는 음을 들려준다. 맨 처음 포장을 뜯고나서 완충된 에네루프 1.2V 충전지 사용해서 재생을 해 봤는데, 총 전압이 문제가 되나 싶어서 제품에 포함된 벡셀 전지, 이케아 알칼리스크, 다이소 네오, 듀라셀, 에너자이저 등 왠만한 1.5V 일회용 배터리라는 배터리 종류는 다 신품 넣어서 돌려봤는데 결과는 똑같았다. 이 정도면 아마 배터리 소모 정도에 따라 완충때는 알부칠 바른 어린아이처럼 날뛰다가 다 떨어질 때 쯤 되면 중년 신사의 음성변조 목소리가 나올 것이 자명하다.

     아마도 모터를 돌려주는 전압의 흐름이 균일하지 못하거나(회로 설계 실패 혹은 저질 부품 사용), 근본적으로 드라이브 모터의 성능이 좋지 않거나, 벨트의 장력이 부적절하다거나(조립중 꼬임이 발생했을 가능성 포함), 벨트 풀리에서 불규칙적인 슬립이 발생한다거나, 아예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이 불량이거나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어느 것 하나, 이 제품이 10만원이 넘는 종합 패키지임에도 불구, 플레이어가 제가격을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요즘 5~6만원만 투자하면, 비록 오토리버스는 없지만 이것보다 좀 더 안정적인 붐박스 형태의 카세트 플레이어도 살 수 있다. 그야말로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것을 자초하는 것이다. 아, 오토리버스 값인가?

     게다가 재생 중 플레이어를 흔들면 CD 플레이어도 아니고 음이 튄다. 포터블 플레이어인데? 내 귀를 의심했다.

     위의 문제들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일까. 오히려 테이프 고유의 화이트 노이즈 같은 '쉐-' 하는 소음(Hiss noise라고 하는 그것)은 오히려 크게 들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헤드가 신품이다 보니 테이프로부터의 신호는 먹먹함 없이 깨끗하게 잘 잡아내었다. 음장감은 그냥 가볍다. 저음은 그냥 없다고 보는게 맞고 속빈 깡통에 소리를 내지르는 것 같이 소리가 저하늘로 휙휙 날아간다. 에네뷔를 연결해서 bass를 최대까지 올려봐도 소리만 눅눅해질 뿐, 가벼움은 그대로. 

     마지막으로 오토리버스 될 때 기기 어딘가가 '똑'하고 부서질 것 같은 소리가 난다. 무섭다.


     총평을 하기 전에 동봉된 음반도 잠깐 살펴본다.

     음반의 속지(요즘 속지를 J-card 라고 이야기하더라. 우리가 카세트 쓸 때는 그냥 '속지'였는데...)는 초 단순한 구성이다. 뭐 카세트도 포스트 모더니즘스러운 같은 간결한 분위기를 내려고 한 것 같다.

      뚜껑 까면 스티커 안붙이고 직접 수지에 제목을 인쇄한 카세트 테이프 하나와, 테이프 릴이 움직이는 것을 막아주는 고정핀이 없는 투명케이스, 그리고 각 곡의 디테일을 소개하는 속지가 있다. 릴 고정핀 없는 케이스는 내가 공테이프 사고 다닐 당시에도 있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음.

     테이프 본체. 중심의 저런 네모네모한 모양은 레트로 감각이 아닌데. 모양이 너무 세련됐다. 정석은 릴을 따라 라운드 진 형태에 중간 테이프 창에는 눈금과 함께 100-50-0 이 그려진 그것이지. 바로 아래와 같이.

    사이먼 & 가펑클 베스트 앨범 더빙. 원본은 친누이가 소유. 와꾸가 이정도는 되야 레트로지. 빈티지인가?

     테이프 하우징만 봐도 그리 좋은 품질의 테이프는 아니겠구나 싶다. 게다가 공테입 아닌 정식으로 음반사를 통해 출시한 정품 테입이면 적어도 본 테입 나오기 전 버퍼영역의 투명테이프에는 음반사의 워터마크 정도는 새겨서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아래와 같이.

     이제 인터넷에 수 많은 리뷰어와 오디오 애호가들이 경악해 마지않는 테이프의 재생 품질을 이야기하자면, 일단 유튜브나 동영상 클립에서 보았던 재생 시 속도가 일정치 않고 음이 떨리는 현상은 테이프가 아니라 플레이어 본체의 문제였음을 실제 확인했다.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카세트가 아니라 플레이어였다는데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럼 이 테이프의 무엇이 그렇게 사람들에게 탄식을 자아내게 했을까 싶어서 이 테이프를 티악 데크, 그리고 거실에 있는 소니 콤포세트에 각각 물려보았다. 

     일단 전반적인 녹음 품질에 해상도가 많이 떨어져 있었고 - 웅웅거리는게 아니라 뭔가 날이 서지 않고 깎여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재생하는 내내 뭔가 구름 낀 것 마냥 지지직거리는 소음이 귀를 괴롭힌다. 혹시나 해서 유튜브에 공개된 음원 뮤비를 보면서 일부러 그랬나 하고 들어봤는데, 이 쪽은 깨끗한데? 그래서 내린 결론은 1) 어디선가 중국제 저가 공테이프를 벌크로 헐값이 들고와서 버퍼 테이프에 인쇄도 안하고 허덥한 더블데크에 넣고 녹음했나, 2) 뭔가 감성에 소구할 목적으로 편집때 노이즈 양념질을 쳤나, 근데 그게 너무 과했나 정도이다. 일단 청력 보호를 위해서 봉인하던지, 디지털 음원을 역으로 다른 공테이프로 더빙해서 넣고 껍데기 갈이를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제품을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 따라, (나와같은) 어떤 사람 A는 '카세트' 만, 어떤 사람 B는 '음반' 만, 어떤 어떤 사람 C는 '굿즈'만 노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 B와 같은 부류를 위해서 이정도 되는 가격이라면 좀 괜찮은 음질의 CD라도 한 장 낑궈 두었으면 이렇게 욕을 바가지로 먹지는 않았을 듯. 


    나름 80년대 굿디자인을 받았다는 마쓰시타(내쇼날)의 TG-451 탁상시계와 함께. 네모네모가 상호 어울림. 뒤의 에네뷔도.

     자, 결론이다. 혹여 테이프를 써 보지 않은 젊은 세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외에도, 과거 테이프 워크맨을 사용했던 아저씨 아줌마들의 추억을 소환할 목적까지 포함하여 이 제품을 기획했다면, 죄송하지만 이런 것은 만들어서도 안되고 사 줘서도 안된다.

     과거에 국산 '마이마이' '아하' 의 보급형 모델보다도 못한 퀄리티의 재생능력을 가진 플레이어, 그리고 친구에게서 빌려온 새로운 음반을 두근두근하면서 더블데크에 넣고 공테이프로 더빙하던 그 때 당시의 녹음 품질보다 못한 테이프가 여기 패키지에 들어있다. 테이프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대에게 '뉴트로'라는 사탕발림의 마케팅 언어로 지직거림과 불안한 음의 재생이 마치 그 당시의 보편적인 테이프 플레이어와 카세트 테이프 성능의 진실, 그리고 20세기말의 감성과 낭만이었던 양 호도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워크맨이 유행했던 80~90년대 기술과 시장은 6개월에 한 번씩 다이내믹한 기능과 어이없는 아이디어로 제한된 '카세트 테이프' 미디어로부터 최고의 음질을 뽑아내기 위한 기술의 각축장이었으며, 어찌보면 지금의 애플이나 삼성이 내어놓는 핸드폰 신제품이 주는 쇼크보다 더 강렬한 자극을 소비자에게 제공했었으니까.

     할 수만 있다면 가격이 좀 더 올라가더라도 어댑터 단자 설치, AM/FM 라디오 추가, 중저음 이퀄라이저 추가(돌비까지는 바라지도 않음), 드라이빙 유닛 자체의 주행 안정성 향상 등에 신경을 좀 더 쓴 ver.2가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저런 디터람스 디자인 말고 80년대 원색가득한 네모네모의 그 워크맨 외관으로. 아니, 단순히 주행 품질만 좀 개선 해 준다면 괜찮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뭐 산건 산 거니, 여러 테이프들을 조금 더 돌려가며 에이징하면서 상태를 보려고 한다. 당분간은 1.2V 충전지 위주로만 사용 해 보겠다. 이렇게 에이징 후 재생속도가 널뛰기 하는 현상이 줄어들기만 해도 아주 못써먹을 물건은 아닐 것 같긴 하다. 일단 와꾸는 준수하고 무려 오토리버스가 되니까.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리와인드:블라썸의 디지털 음원을 PC로 부터 다른 공테이프 (집에 새한 공테이프가 몇 개 남아있네)에 더빙해서 동봉된 테이프와 음질 비교를 해 보고 싶다. 테이프에 들어가 있는 이상한 인사멘트는 당장 다른 노래들로 덮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 해당 아이돌 팬들께는 죄송합니다. 음반 제작에 참여한 아이돌의 찐팬이 아니라면 아이돌 종교의 힘을 받지 못해 나 처럼 리얼리스트가 되니, 구매를 고민하거들랑 꼭 137,689번 검토 후 진행하시기 바란다. 다만 카세트 플레이어만을 위한 선택이라면 나는 극력 반대하고 싶다. 능력이 된다면 중고 워크맨을 사서 관리 하시고, 자신이 없다면 이 것보다 싼 중국산 유사제품은 시장에 널렸으니 차라리 그 쪽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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