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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모형] TMI, 그리고 KATO JR히가시니혼 E233계 3000번 도카이도센/우에노 도쿄라인 N게이지 스타터 세트 스페셜+aTrain Model 2020. 10. 26. 16:29
지난 10여년 간, 공적이든 사적이든 기회가 있어 일년에 '최소' 한 번, 1회에 보통 3주, 길면 최대 2개월 정도를 일본에 체류했었다. 그 동안 머물렀던 주요 서식 영역은 도쿄~요코하마~쇼난~시즈오카의 도카이도 루트, 그리고 야마가타~센다이의 도호쿠 루트 정도 되겠다.
방문경험이 길어지다 보니 호스팅에 친절한 일본 동료들조차도 낮선 곳에서 만나기로 하거나 찾아가야 할 때 '알아서 찾아오세요'를 시전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일본 대중교통을 타는 방법을 정면 박치기하면서 터득 할 수 밖에 없었다 - 구글맵과 hyperdia.com은 일본 내 이동 시 필수. 게다가 아무도 없는 주말이나 샌드위치 공휴일에 특별한 약속이 없는 경우, 길고 긴 시간을 호텔방에서만 있을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밖에 나가서 뭔가를 보거나 해야 하므로, 목적지까지 가려면 도보로 걷는 것 외에는 주로 전철, 간혹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 여정의 가장 핵심에 있었던 전철이 우리나라 1호선과 같은 분위기인 '도카이도센/우에노 도쿄라인'이다. 도쿄 중심으로 북동쪽의 도치기 현 '쿠로이소' 부터 도쿄를 관통, 서남쪽 시즈오카현 '누마즈'까지 300km에 이르는 장대한 구간을 운행하는 철도라 한다 - 실제 전 구간을 운행하는 편성은 드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한 때의 주 체류지였던 시즈오카 고텐바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 시나가와에서 코우즈까지, 코우즈에서 쇼난 일부 도시(히라츠카, 치가사키)와 요코하마까지 이동할 때 주로 사용했던 열차이다.
2018년 초, 생일을 맞이하여 자유 상품권이라 읽고 돈이라고 쓰는 생일선물을 와이프에게 받게 되었고 이걸로 무엇을 해 볼까 고민하다가, 출장갈 때 마다 일본의 어느 모형점에서 보았던, 매번 관심은 있었으나 진입장벽이 높다하여 힐끗힐끗 쳐다만 보다 말았던 철도모형 냄새나 맡아볼까 하면서 골라본 것이 스타터 세트. 그 중에도 도카이도선을 달리는 E233계 3000번대라는 철도의 4량 기본세트와 기본 원형 레일과 컨트롤러가 들어 가 있는 카토의 스타터 세트였다. 서울 1호선 같은 존재니까 뭔가 처음 사야할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위 이미지의 실물샷. 왼쪽 창에 기차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미 증결 A세트를 구매해서 거기의 bookcase 에 집어넣었기 때문)
아무것도 모르던 때라 그냥 옥션같은 쇼핑몰에서 그다지 싸지 않은 가격으로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랬다가 100V전용 어댑터가 들어있는 것을 알고 황급히 다운트랜스를 찾았으나 없어서, 보름 정도를 묵혀두었다 어디선가 구르던 것을 얻어와서 드디어 '입선."
1량의 길이가 손가락만한 모형이 속도를 조절하자 스무스하게 출발할 때의 그 감동이란. 작은데 정밀하기까지한 조형이라니.
박스를 열어 젖히면 왼쪽 상단에 리레일러 (지금은 다른 곳에 보관), 기차 4량 기본세트 (다른 곳에 보관), 피더선 등이 놓여져 있고, 오른쪽에는 원형트랙 레일 세트(피더선로 포함), 어댑터, 파워팩 스탠다드 S(현재 단종)이 구성되어 있다. 그 외에, 설명서나 추가부품들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패키지의 옆에 위치하고 있다. 거기에는 "이 상자에 설명서가 들어 있습니다. 앞으로 구매할지도 모르는 차량케이스나 선로 등을 여기에 수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라고 적혀있다.
옆을 열면 이렇게 설명서가 있고...크로스포인트는 복선을 대비하여 염가에 미리 구매해 둔 것인데 현재는 쓸 일이 없음.
다음은 E233계 3000번대 전철의 모형소개. 일단 차량의 편성과 제품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참조로 10-026을 스터터 세트로 구매하면 기본세트 4량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10-1267은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10-026은 최근 단종된 듯 한데). 이렇게 총 편성을 모으면 15량 구성이며 Bookcase형식의 차량 수납 박스 두 권으로 정리된다(각 bookcase안에 8량/7량으로 수납됨). 보통의 레이아웃에서도 15량은 정말 긴 편성이기 때문에, 웬만한 규모의 고정 레이아웃이거나 큰 맘 먹고 집 거실에다 거대한 땅바닥 레이아웃을 꾸밀 것이 아니면 풀편성 돌리기는 현실적으로는 거의 어렵다 봐야 한다. 다만 한 편성을 꼭 갖추어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수집욕=비용이 된다. 리얼리티를 완전히 포기하고 순수하게 모형 그 자체만 즐기고자 하면, 가정에서 돌리기 합리적인 구성은 스타터 세트와 같이 평균 4량, 최대 6량 정도가 아닐까.
다만 어중간한 개수로 편성을 구성 해 두면 보관이 불편하게끔 세트구성이 되어 있다(이놈의 일본회사들 상술이란...). 현재 부속편성 제외한 10량을 모아 두었는데(부속편성 없이 돌아다니는 경우도 많으니), 8량은 bookcase에, 2량의 7,8호 중간차는 종이박스에 초라하게 들어가서 굴러다니고 있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카토의 대표적인 색상인 녹색 케이스. 북케이스 상자를 열면 충격 방지를 위한 우레탄 폼 안에 열차들이 차례로 배치되어 있다. Bookcase형식이니 책장에 보관하면 되니까 은근 보관이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쉬운데, 이게 양이 늘어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모형 보호를 위해 케이스의 부피도 나름 크고 두꺼운 편이기 때문. 회사마다 케이스의 크기도 미묘하게 다르고. 제품 설명서, 일부 다양한 행선지를 가진 기차는 행선지 교체용 스티커, 유저 선택 조립용 파트, 그리고 박스를 다 채우면 케이스의 이름을 바꿀 수 있는 라벨 스티커도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위 bookcase의 네번째/다섯번째 칸을 보면 중간이 더블데커(이층)인 차량 두 량이 보인다. '사로'시리즈라고 하는 그린샤(그린차), 즉 지정좌석의 특실차량이다. 그린샤는 차량 겉면에 네잎클로버 마크가 그려져 있고, 이용하려면 구간요금 외에 그린샤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딱 이거. 참고로 더블데커 1층 창문과 고상홈의 토대와 높이가 교묘해서, 역 정차시에는 바깥 창문을 바라보는 것이 민망한 순간이 온다. 그냥 달릴때만 창문보고 정지시에는 눈감고 고개 돌리고 있는게 속편하다...)
일반선에 일부 관광열차나 장거리 편성의 특급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한국과 일본, 특히 JR히가시니혼의 철도 운용 방식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의 경우 무궁화-새마을-누리로 한 편성이 서울-->부산과 같은 중장거리 구간을 모두 커버하며, 각 거점역에 3~4열 시트가 구비된 차량으로 사람을 수송하는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 반면, 일본은 중장거리는 아예 신칸센에 자리를 내어 줘 버리고 '전기동차'라고 하는 차량에 우리 지하철에서나 볼법한 롱시트(일부 로컬구간에는 3~4열 고정식 크로스시트 짬뽕)차량이 중단거리를 릴레이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본 도카이도센을 달리는 E233을 탑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롱시트가 있는 차량에 마치 우리나라 서울 1호선 같이 탑승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구간 내를 장거리로 좀 편히 가고싶은 경우 구비된 그린샤를 통해 특급 요금을 내고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일반선을 이용해서 장거리를 갈 경우, 구간별로 몇 개의 기차를 메뚜기뛰듯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오후혼센을 이용해서 후쿠시마-->야마가타를 가려면
1. 후쿠시마역에서 요네자와행 차량 탑승
2. 요네자와역에서 야마가타행 구간환승
3. 야마가타역 도착. 신조까지 가고싶으면 여기서 또 신조행 차량으로 구간환승.
4. 신조역 도착. 더 올라가고 싶으면 또 구간환승 (아키타까지 오후혼센으로 일반선 타고 가느니 신칸센을 타지...)...
야마가타역 플랫폼 풍경. 4번선에 8시 43분 요네자와행 차량이 오려고 하고 있고, 3번선은 이미 신조에서 야마가타역으로 도착한 열차가 9시 30분에 다시 신조로 가기 위해 출발 대기 중인 것 같음. 왼쪽 기차는 지선인 아테라자와선의 후루티아 뭐시긴가 하는 네모네모한 디젤동차. (사진: 위키미디어 발췌)
이런 식이다. 간혹 위와 같이 한적한 시간에는 플랫폼에서 다음편 출발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적어도 같은 JR회사 내에서 구간환승하는 경우, 대부분은 내리자마자 그다음 편성이 옆 플랫폼에 대기하고 있다가 15분 내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 번 앉은자리 뺏기기 싫을때는 한 편성으로 가는것이 좋겠지만...자리 투쟁이 치열한 경우에는 이렇게 구간환승을 하면 분위기도 바뀌고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코레일 기차들도 슬슬 동차를 많이쓰고 전철형 동차를 여기저기 운용하는 것을 보니 향후 일본과 비슷한 구간환승 스타일을 가져갈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든다.
차량간 연결하는 커플러는 통상의 아놀드가 아닌 카토 전용의 밀착연결형 커플러가 기본 설치된다. 어짜피 한 편성으로 묶이면 다른 차량과는 연결할 필요가 없으니 전용 커플러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선로에 놓고 차량을 마주 밀면 '딱'소리가 나면서 붙고, 해제하려면 반대로 수평방향으로 선로위에 굴리면서 떼어내면 됨.
참조로 토믹스의 경우, 외측의 커플러는 더미나 TN, 내측은 아놀드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신칸센 및 HG모델들 제외). 안쪽 차량들까지 모두 카토 수준의 사실감 있는 커플러로 변경하려면 추가로 구매해서 바꾸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 물론 토믹스의 TN커플러는 사실성이 높기로 이바닥에서는 꽤 유명해서, 카토차량조차도 개조로 TN 커플러로 변경하는 분들도 보긴 했지만, 기본 차량가격도 카토보다 약간 비싼데 디테일업까지 하려면 별매의 커플러를 더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야 하므로, 애초에 같은 모델이 양 메이커에 모두 존재한다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면 카토 것을 사는게 훨씬 이득이지 싶다. 카토는 단품차량의 경우를 제외하고, 세트의 경우에 기관차와 붙는 선두/말단차 외에 커플러를 자사의 너클이나 카토 커플러로 기본 장착한 경우도 적지 않다 - 이럴때는 타사 단품 객차와의 호환이 오히려 걱정되기는 함.
더불어, 도카이도센 차량의 편성을 맞추어 줄 때 해당 재고가 E231(1000번대)인지, E233(3000번대)인지 잘 구분하고 구매해야겠다. 현재 두 가지 모델이 현역 도카이도센에서 운용되고 있는데, 철도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경우에는 두 차량의 도색 상태(오렌지-그린의 쇼난색)나 옆모양, 세트의 편성수도 동일해서 똑같은건가...싶어 무작정 구매할 수도 있겠다 싶다 - 실제로 쇼핑몰에서 부속 편성세트 5량 쿨매가 떠서 장바구니에 넣고 구매 누르려는 순간 E231이라 취소했던 경험이 있음.
철도 관심있는 분들이나 도쿄여행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E231은 작년까지 도쿄의 얼굴마담이라 불리는 녹색 '야마노테센'의 주력 차량이었고(지금은 전량 은퇴하고 전자레인지-E235로 변경), E233은 일부 구간 야마노테와 바로 옆에 붙어서 병주하기도 하는 하늘색 '케이힌 토호쿠센'의 주력차량이다. 물론 드물게 E231 10량에 E233 5량 등의 짬뽕편성이 붙어서 돌아다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고.
이렇게 철도모형에 대한 관심을 실체화하였고, 이 지름질 한 번이 그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도화선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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