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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청춘의 복사력, Metallica One (Live) 싱글 테이프.
    Funny Widgets 2021. 10. 29. 14:13

     과거 자금력이 제한적이던 학생시절 수중에 돈이 5천원 생기면, 음악 듣는 취향이 같은 친구와 함께 손을 잡고 레코드가게에 가서 각자 4천원짜리 정품 음반과 천원짜리 공테이프를 구입한 뒤, 각자 집에 가기 전 자신의 공테이프를 서로 건네면서 '더빙'을 부탁하면, 각자 자기가 산 원본 테이프를 더블데크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통해 더빙해서 그 다음날 그 공테이프에 건네어준다. 그렇게 하면 각자 5천원을 투자하여 음반 두 개를 가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지금은 음반의 저작권이 엄격해진데다가 유튜브에서 스트리밍 형식으로 쉽게 '열람' 가능하니 음반을 구입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옵션이 되어 버렸지만, 과거에는 미디어를 직접 '소유'하지 않으면 음악을 즐길 수 없었기에 돈이 궁한 학생이 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어쨌든, 집에 있는 테이프들을 정리하다가 '내가 그 때 이렇게까지 했었어야 했나'할 만한 것이 있어 소개해본다. 쓰래쉬 메탈의 양대 산맥이었던 '메탈리카'와 '메가데스'가 경합을 벌이던 90년대, 메탈리카의 팬이었던 나는 1집~5집 정규앨범을 전부 원본으로 구매하여 소장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는데, 1996년 6집 Load가 나오기 전 까지 대략 4년 정도의 공백기간동안 메탈리카가 돈이 궁했는지 음반사가 돈이 궁했는지 모르겠지만 부틀랙 음반, 라이브판들을 잘잘이 쪼개어 판매하는 만행(?)을 저지른 적이 있다. 돈이 궁한 나로써는 이런 싱글 앨범들까지 구매할 여력이 없었기에, 조금이나마 금전적으로 여유있는 비슷한 음악 취향의 친구들이 그것들을 구입하면 빌려 듣거나 더빙하는 방법으로 '간접'소유를 하게 된다.

     오늘 소개하는 테이프도 그런 앨범 중 하나인데 아래의 ONE (Live) 앨범. 골때리는 것이 A면과 B면의 수록곡이 똑같다! 모두 Live Shit : Binge & Purge의 Garage Days Revisited라는 라이브 세트에 수록되었던 트랙의 일부이다. 음반사에서 정식 발매한 것이 맞는지부터 일단은 의문인 그런 앨범인데, 어쨌든 한국에는 94년에 이렇게 출시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metalkingdom.net/album-photo/metallica-one-%28demo%29-cassette-10191

     친구가 이 ONE 앨범을 구매하였고, 이것을 빌려다가 집에서 더빙하면서 아래의 목적을 위해 며칠만 더 빌리자고 문의했고 흔쾌히 허락하게 된다. 이렇게 직접 만들어 두었던 더빙 테이프이다. 

     짜잔.

     당시 프린터라고 해 봐야 도트 프린터가 일반적이고, 잉크젯은 이제 캐논이나 HP제품이 매우 고가에 저해상도 제품이 태동하던 시절이었다. 그저 정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따려면 손맛 밖에는 방법 없었음.

     최대한 비슷한 질감을 내려고 돌아다니는 똥색 봉투지를 가져다가 로고까지는 어떻게든 손으로 트레이싱 하는데 성공 했는데, 문제는 저 해골마크. 결국 트레이싱지를 하나 구해다가 연필로 본을 뜬 뒤에 싸인펜으로 열심히 그렸던 것 같다. 그랬더니 정품의 디자인 보다 더욱 Live Shit 같은 느낌이 나는 크레이지한 이 감성은 무엇.

     테이프 라벨지도 똥종이 사용하고, 테이프 종이와 라벨에 적힌 것들을 일일이 옮겨 놓는다. 아마도 알맹이는 어딘가의 공테이프를 사용했고 껍데기는 굴러다니는 어학 테이프 중 하나를 희생하여 스왑했을 것이 자명하다. 레이블사인 VERTIGO의 마크까지는 어떻게 그리지 못했던 까닭인지 레이블 로고는 없다. 그래도 저렇게 해 둔 덕분에 여타 공테이프들 같이 원본이 언제 출시됐는지, 어디서 갖고왔는지 등 정보를 다시 인터넷에서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저렇게 하라고 해도 할 열정도, 시간도, 실력도 더이상 없지만 어쨌든 저렇게까지 하면서 음악을 눈으로도 즐기려고 했던 때도 있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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