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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B탄 딱총 체험기 - 아카데미 Mini 5906 에어소프트건.
    Funny Widgets 2022. 5. 25. 16:40

     BB탄총. 혹시 과거에 좀 갖고 놀아본 40대가 계신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없는 돈에 어떻게든 용돈을 쥐어 짜내서 아카데미제 콜트 M1911 권총과 M16A1 소총 두 자루를 구입해서 갖고 놀았던 기억이 꽤 뚜렷하게 난다. 당시는 요즘같이 안전장구 같은 것은 철저하지 않은 시절이니, 그런건 개나 줘 버리고 마치 제 3세계 게릴라 같은 몰골로 집 옥상에서 깡통과녁 혹은 비둘기 맞추기(이렇게 말은 해도 한 번도 못맞춤;;;), 그리고 봄/가을 동네 뒷산으로 소풍가서 학우들이랑  총싸움질을 했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딱 'CLA(초딩해방군)' 짓을 했던 것이지. 심지어 어디에선가 피스톤에 '휴지'를 쑤셔 넣으면 파워가 강해진다는 소문만 듣고 실린더의 1/3을 휴지로 쑤셔넣었다가 M16A1의 실린더는 장렬히 산화했었던. 그 전에 목재 색깔로 되어 있는 M16A1의 스톡이 맘에 들지 않아 전면을 검은색 매직으로 박박 칠했다가 손에 다 묻기도 하고, M1911 외측 음각 글자에 형형색색의 색연필을 긁어서 넣어 휘황찬란한 총을 만들었던, 어쨌든 나름 유년시절 꽤 뚜렷한 흔적이 남아있다.

     사설이 길었지만 나름 그렇게 몇 년 동안을 BB탄총을 잘 갖고 놀았기 때문일까. 아직도 소위 '에어소프트건'이라고 불리우는 이 부류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지는 않다. 아주 crazy하지는 않지만 조금 밀덕 기질도 있고... 뭐 이나라에서는 총기 모양만 하고 있으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데다가 옛날보다 더더욱 서바이벌 게임에 대한 저변이 넓지 않은 것 같아서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마트 한 켠에 아카데미의 BB탄 총들이 꽤 많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니 수요가 없지는 않은 듯 하다.

     별 생각 없이 마트 갔다가 손으로 당겨서 한 발 한 발 장전과 격발을 하는 저가형 에어코킹 권총 모형 진열된 것을 보고 갑자기 땡겨서 구입 해 봄.


    실총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뭐 현대 권총 중 가장 흔하고 유명한 것은 글록 시리즈 되겠으나, 이번 체험기는 개인 취향에 맞춘것이 아니라 오로지 가격에 맞춘 것이므로 취향 고려치 않고 5천원 왔다갔다 하는 조그만 박스를 하나 집어들었으니 미국 사법기관에서 한 때 제식용으로 사용했다는 9mm 구경 스미스&웨슨 5906 모델이 되시겠다(송료포함 인터넷 최저가 4,500KRW). 간단한 총기의 설명이 제품 박스 안에 듀얼 카드같이 생긴 것에 적혀있긴 한데, 굳이 구구절절이 여기다 적지는 않겠다. 실총의 크기가 꽤 작은데 무게는 상당했었다는 후문.

     겉박스만 봐서는 상품성이 엄청날 것 같다. 뭐 아카데미의 포장능력은 옛날부터 출중했으니... 알기로 현재 이 시장의 M/S 1위라고 보여지는 일본 원조기업 도쿄 마루이에 이어, 메커니즘의 카피로 출발하긴 했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전동 에어소프트건을 상용화 한 기업이 아카데미였다고 한다. 심지어 비인기의 영국 소총을 상품화하여 나름대로의 니치마켓 전략을 노리기도 한 듯 하고. 지금은 나라의 모의총포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비롯, 부정적인 여론 등 이런저런 장벽에 말려서 그저 동네 CLA들을 위한 조병창 수준으로 전락한 바 없지 않으나, 당시부터 지금까지 아카데미 모델건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한 가지 사실은 몸체가 메탈이 아님에도 삐걱거리거나 뒤틀림 없이 무척 단단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아카데미의 FRP 노하우가 담긴 철라스틱. 이거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면 재활용이 될까 싶을 정도로 돌같다.

     참조로 청소년용 BB건(14세~19세)의 경우 탄속이 0.14J (Joule), 20세 이상 성인용 제품의 경우 탄속이 0.2J 인데, 이 정도면 쏴 봐야 몇 m 가지 못하고 고개숙인 남성마냥 푹 꺾인다 한다. 예전 법도 없을 무렵 휴지를 꽉꽉 채워가며 총으로 뭘 부셔보겠다고 혈안이 되었던 유년시절 나와, 현재 자식을 둔 아버지 입장에서 어느편을 들어야 할지 참 난감한데 '멀리있는 표적을 정확하게 쏘아서 맞춘다'는 목적의 총기 완구라면 조금은 현실성 있게 규제의 강도를 조절 해 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든다. 맞는 힘은 약해도 최소 장거리 활공은 할 수 있게 말이다. 생각 해 보면 그런 법도 없던 시절에는 컬러파츠도 없고, 총기의 각인은 최대한 실총과 유사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총 안에 든 실린더의 용적도 그리 빡빡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오히려 80~90년대가 황금기였구먼!!

     겉 뚜껑을 까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권총 본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전에 사용에 대한 주의사항 등이 기재된 종이가 하나 있는 듯 하고, 그 외에 유희왕 카드같은거 한장, 마지막으로 시험용 BB탄 약간이 있는데 어린시절 사용했던 총알보다 꽤 표면 마무리는 미려한데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밀도가 높은 총알을 쏘면 힘이 약한 총기를 사용해서 밀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의도하지 않게 상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 그런 까닭인지도.

    동봉된 6mm BB탄. 참조로 일회용이라 합니다.

     (좀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BB총알의 최대 허용 중량이 0.2g이라 하는데, 이 제품에 동봉된 것은 이보다 더 낮은 중량 제품인 것 같다. 얼핏 보기로 아카데미에서 0.1Xg 중량의 제품도 파는 듯. 다만 총알의 평균 직경이나 제품별 중량 등 상세한 제원이 넷 상에 없어 안타깝다.)

     본체. 모의총포단속법에 따라 총구 끝은 컬러파트가 의무적으로 붙게 되어 있고 - 사람이 임의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제거되면 안되며, 상대방이 가짜총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전방 및 상하좌우에서 컬러파트가 다 보여야 한다고 함 - 총은 전체가 고강도 아카데미 '철라스틱'의 향연이다. Fiber Reinforced Plastic(Polymer)라고, 마치 건물 공구리를 칠 때 시멘트 안에 철근과 자갈을 넣는 것 처럼, 플라스틱 수지 안에 강도를 지지할 만한 보강재로 돌가루, 쇳가루, 혹은 짧게 재단한 실을 섞어 금형 틀에넣고 모양을 만들었다 보시면 된다. 배합비는 기업비밀이니 알 방도가 없겠지만 경험적으로 단섬유 보강재를 사용했지 않을까 싶고.

     총에 인각된 몰드가 좀 수상한데, 최초 제품 출시때는 S&W나 저작권을 보유한 이해당사자로부터 허가를 받아 실제 총과 비슷하게 뭔갈 새긴 흔적이 있는데, 지금은 라이센스가 끝이 났는지 원래 총에 있을 것 같지도 않은 5906 BB GUN이라는 수상한 몰드가 슬라이드에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고, 네모 형태로 금형을 갈아내어 몇 개의 글자를 지운 흔적이 발견된다. 그 와중에 Made in Philippines 몰드가 왼쪽 총구 끝에 하나, 매그넘에 하나 새겨져 있음. 굳이 저기다 저걸 저렇게 잘 보이는 곳에 새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문득 어린 시절, 저런 음각부에다가 색연필을 강하게 긁어서 채워 넣는 방법으로 각인에 색을 입혔던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슬라이드부의 안전레버는 몰드, 마치 글록의 그것과 같은 슬라이드 키가 안전레버를 대체, 이것까지는 좋다. 뭐...모형총이니까 싶은데 슬라이드 후퇴고정 바는 작동하지 않는다. 즉 노리쇠 후퇴고정이 안됨. 뭐 실린더가 노출되는 구조는 아니니 그럴 수도 있지만 총알이 다 되면 노리쇠 후퇴고정 되는 것으로 잔탄이 없음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이런 기능이 없는 것이 아쉽다. 5천원짜리에 그정도나 되는 기믹을 넣어 달라는 건 아닌데 수동으로나마 후퇴고정을 할 수 있도록 노치를 만들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해서.

     뒷면도 두 포인트 정도 몰드를 지운 사각형 흔적이 있다. 슬라이드 상단의 가늠자가 꽤 높아보이는데 실총도 그런건가? 싶은데 실총 이미지를 보니 조금 높은 감은 있다. 플라스틱 느낌이 충만한 까닭인지, 슬라이드 후반부 해머만 없다면 꼭 글록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다만 저 해머는 고정도 안되고 아무 기능 없는 그저 장식인 듯 함. 위아래로 움직이긴 하지만.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해서 한 번 뜯어보고 싶은데 부서질까봐 겁나서 못뜯겠다. 철라스틱이니 하우징이 부서지지는 않겠지만 스프링 같은 구동부가 바보상자같이 튀어 나올까봐 너무 무섭다... 재조립도 힘들거고.

     리얼리티에 절망하면서도 아카데미를 마냥 깔 수 없는 이유 중 하나. 이너바렐이 알루미늄이다.. 5천원대 권총에. 아무리 탄이 줄줄 흐르는 0.14J 미만의 파워를 갖는 딱총이라지만 포텐셜은 있다는 말씀.

     매그넘(탄창). 아카데미의 상징같은 '짤짤이' 탄창이 아니라 그냥 비비탄 한발 한발 우겨넣는 정상적인 탄창이다. 스프링을 아래까지 죽 내려 걸고 흘려 넣어도 되고, 출구에 한발씩 한발씩 끼워넣어도 된다. 딱총에 굳이 수십발을 넣을 이유가 없어서 뭐... 때려 박으면 총 11발 들어가기는 하는데 탄창 삽입이 안되니 10발로 만족해야 함.


     이하 간단 사용 소감.

     - 아무래도 미니미니한 간략화 된 구조의 권총모델인 까닭인지, 같은 에어코킹건이라도 과거 M1911 정도의 듬직함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너바렐과 스프링, 일부 나사 제외하면 다 플라스틱이니 진라면처럼 가볍다. 개조된 몰드들도 그렇지만 요소요소의 형태도 그렇게까지 정밀하지는 않아서 그냥 장난감 총 같다. 5천원짜리 총이니까 하고 그냥 이해하려니 과거 콜트 권총의 디테일이 그립다.

     - 노리쇠 후퇴 고정 기믹이 재현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그리고 이걸 청소년이 과연 코킹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가고, 전체 조작 메커니즘에 세련된 맛은 없다. 20년이 훌쩍 넘은 감각을 좆아 비교 해 보건대, 장전압이 K5 실총보다 좀 더 무거운 것 같다. 그리고 상부 슬라이드부의 몰드로 새겨진 노리쇠 격발 안전레버 때문에 코킹 회수가 늘어날 수록 손에 힘이 빠지면서 이 몰드에 손이 간섭, 쓸리거나 찍혀서 고통이 동반되거나 심지어는 상처가 나기도 한다. 차라리 저것이 없는 글록류가 더 좋을 듯. 

     - 청소년 팔에 맞춰져 있어서일까. 전방 가늠쇠의 두께가 꽤 두꺼워서 가늠자와 틈이 얼마 나지 않는다. 뭐 저정도 되는 에어건이 얼마만큼의 명중률이 구현될지 진지하게 생각 해 볼 필요가 있겠냐 싶다가도, 그래도 총이니까 제대로 갖추어진 아이언사이트가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음.

     - 간혹 여러 발 넣고 코킹을 계속 하면서 사격하다보면 탄창이 밑으로 약간 빠지는 경우가 발생. 탄창 홀더가 헐거운 것인지, 사격 시 쥐는 자세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 아무리 0.14J 사양의 청소년용 에어코킹건이라고 해도, 지근거리에서 갈기는 것을 시험삼아 맞아보니 꽤 아프다. 잘못 맞으면 퉁퉁 부을 수도 있음. 가능하면 시중에 파는 보안경 얼마 하지 않으니, 하나 사서 쓰고 총질할 것(*주: 안경끼는 그대, 안경낀다고 보안경 필요 없다고 절대 생각하지 말 것. 그냥 잘 보는 목적의 안경과, 외부 이물/충격으로부터 눈을 보호 해 주는 보안경은 목적과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당연히 초등학교 이하 친구들에게는 왠만하면 갖고 놀라고 넘겨주지 않는 편이 좋겠다 (질풍노도의 중학생이 더 위협적일수도 있을텐데...). 3미터 거리에서 영점사격지에 슈팅을 해 보니, 딱총이라고 얕보았는데 보시다시피 한 발도 튕기는 일 없이 구멍이 숭숭 뚫린다. 심지어 저 A4용지는 보통의 A4지보다 조금 더 두꺼운 재질이었다.  아카데미 0.12g 비비탄 기준, 그 정도 까지는 그럭저럭 과녁에 맞음 (약간 우상탄이 나는 경향이 있는데 개채차이일 듯). 5m 넘어가면 집탄 성능은 조금 개판 되는 것 같은데 역시 종이를 뚫음. 한 과녁에 집중해서 쏠 수 있는 성격의 총은 아닌고로 그런가보다 한다.

     - 그냥 나 같은 나이든 어른은 성능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마시고, 담배 한 갑 가격에 책상에 두고 한 번 씩 빈 총을 코킹하여 쏘는 맛으로 갖고 노는 용도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뭔갈 쏠 용도로 구입하려면 차라리 돈을 한 30정도 모아서 제대로 된 가스건을 사시길. 물론 에어건은 빈총을 계속 쏘면 총알 넣고 쏘는 것 보다 충격이 심해져 수명이 대폭 짧아지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재주가 있다면 예의 유치한 몰드라도 좀 지워주면 그럴 듯 할 테고.

     

    (2022.5.26) 망가질것 각오하고 한 번 뜯어봤는데 생각보다 위의 슬라이드가 잘 벗겨지네. 그냥 철도모형 캐빈 벗기듯이 옆으로 살살 벌려서 앞으로 잡아 당기면 쏙 빠진다. 다만 피스톤이나 방아쇠 등 아래 총몸 부분까지 해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리스크가 있어 포기함.

     슬라이드를 원 형상대로 유지하는 것은 아웃바렐 외측의 스프링, 그리고 코킹을 만드는 쪽은 뒤의 스프링이 되겠다. 저 작디 작은 실린더의 용적을 보시라.

     코킹하고 나면 실린더 안의 피스톤을 총몸 아래쪽의 무언가의 기구로 꽉 잡아준다. 그러면 실린더 내부의 스프링이 수축 고정되어 있고 방아쇠를 당기면 이것이 릴리즈되면서 앞으로 공기를 불어주어 발사되는 구조. 어찌 보면 과거 M1911 콜트 권총보다 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메커니즘이 아닌가 싶다.

     보통 투명 파츠들의 경우 단단하기는 하지만 소위 brittle 해서 충격에 깨지기 쉬운 소재들이 많은데, 이런 총들의 피스톤 실린더 구조에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니 이 정도의 충격량은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인가보다. 금속 실린더면 좋겠지만 이 가격에서 무슨.

     나름 비비탄을 잡아주고 역회전을 걸어주는 홉업 고무 같은 것도 실린더와 맞닫는 쪽에 잘 장착되어 있는 듯 하다. 혹시나 조금이나마 파워를 올릴 수 있는 기구가 있는지 한 번 찾아보려 하였으나... 실린더 크기 보고 이내 납득하고, 실린더 실링과 충분한 왕복운동의 내구성을 위해 구리스를 살짝 펴 발라주고 조심스레 슬라이드를 다시 닫아주었다. 지금도 지근거리에서 A4 종이에 구멍 뚫리는데 굳이 방구석 슈터가 파워 올려봐야...암튼 나에게는 스피너보다 더 손으로 만지작하기 좋았던 아카데미 에어코킹 권총 이야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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