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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디오 리뷰 - TECSUN PL-990x kit. (Feat. TECSUN Q3)
    Radiowave 2023. 9. 4. 12:42

    ...글쎄 이 놈의 지름병이란. 조금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PL-380, 말라카이트 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성능의 수신 장비를 갖고 있지만, 어떤 것이 익숙해지면 또 다른 주변 세계를 한 번 돌아보게 되어 있는 것이 이치. 입문기와 상급기 간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서 시중에 판매중인 라디오들의 제원과 성능, 평 등을 다양하게 조사하다가 '지르는 것은 마음먹은 순간 이미 정해져 있고, 고민은 지름을 늦출 뿐'이라는 핑게로 TECSUN PL-990x를 사 보기에 이른다. 라디오 메이커별 특징도 볼 겸 대만제 산진(Sangean) ATS-909x2 도 구매 물망에 올랐으나 가격도 가격이고 조만간 국내 수입사로부터 정식 제품이 등록 될랑말랑 한다 해서 그냥 두었다.

     결국 고성능 디지털 단파 라디오와 mp3 재생 기능이 공존하는 990x 쪽으로 낙점하고 덥썩.

    구매대행 가격 사악한 것 보소. 출처: 다나와 검색.

     단파라디오 취미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한 번쯤은 TECSUN 라디오 검토를 위해 들러 보았음직 한, 소문의 Anon-co에서 PL-990x 와 함께 외장 안테나 등등 몇 개의 보조 파트가 부속된 하드케이스에 넣어 판매하는 키트란 것이 있어서, 기왕 사는 김에 두 번 일 하고싶지 않아서 그렇게 주문 해 보았다. 해당 셀러는 가격이 싸고 비싸고를 떠나 보내기 전 발송할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사전 검수를 해 주기로 알려진 곳이다. 아무래도 같은 회사 보급기인 380 대비해서는 고가 장비이니 제대로 된 제품을 받고 싶어 그렇게 했고, 어댑터는 유로 C 타입을 선택했으며, 배송 옵션에 EMS가 아닌 Fedex priority 를 이용하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해당 업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봉하여 발송이 가능하고 통관세도 배송료에 모두 포함시켜 통관과 실랑이 할 일도 없기에 이 쪽의 옵션을 선택 해 봄(300USD 초반의 가격을 지불). 환율 생각하면 눈물나지만, 그와 비례하여 국내 구매대행 업체들은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 이상 가격을 높여 놓았으니, 현재로써는 이게 최선이었다고 믿고싶다.

     참조로 시중에 PL-990 그리고 PL-990x 가 막 혼재되어 있는데 기기 자체의 차이는 없고 (혹자는 X 쪽이 초도 생산품, X를 뗀 쪽이 이후 양산품이라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기기 내에 설정된 값이 아래와 같이 다른 점이 보인다고 링크의 블로그에서 언급하였다. 어떤 경로를 통해 펌웨어를 받아 업그레이드하면 별반 차이도 없다 한다. 그리고 'When set to MW 10kHz'로 설정된 기기에서는 주파수간 설정값의 차이가 없음.

    출처: RADIOJAYALLEN. 위의 링크 참조.

     사담이지만 다니고 있는 회사의 국제택배 핸들러가 Fedex고 한 달에도 워낙 많은 양을 처리하는지라, 지금껏 받아왔던 서비스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B to B가 아닌 B to C로 받아보니 DHL보다 조금 불편한 점이 있다. 반 박자 정도 DHL 보다 대응이나 실시간 tracking 등이 늦은 느낌. 뭐 UPS보다야.

     이중의 종이박스를 벗기니 (중국제품인데 왜 이리 포장이 충실할꼬. 나름 TECSUN의 포터블 플래그십이라 그런가) 공구상자같은 박스가 나타난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이 하드케이스에 넣어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겠다. 단, 단품용 종이박스는 동봉되어 있지 않으니 제품 박스가 필요한 분은 단품을 사셔야 할 듯.

     내용물. PL-990x 본체가 마치 성경책이 들었을 것 같은 가죽(아마도 레쟈??)파우치 안에 포장되어 있고, 릴 타입 외장 안테나 AL-03L, 18650 배터리 하나 (1개 추가로 별도의 포장 안에 동봉되어 총 2개가 제공), 110V 돼지코의 5V/1A 외장 어댑터, 그리고 신용카드보다 작은 크기의 출처를 모르겠는 TECSUN 로고가 박힌 기계가 하나 들어있었다. 그 외에 유로타입 연장 플러그나 이어폰, 충전잭, 설명서 등의 자잘한 것들이 함께 들어있는 지퍼백 하나로 kit의 패키지 구성은 끝.

     

     사실... 저런 저 조그만 기계가 이 패키지에 포함된 줄 모르고 이걸 질렀더랬는데, 판매처 사이트가서 구성물을 다시 한 번 찬찬히 확인했더니 리스트에 포함이 되었었네;;; 나는 저게 PL-990x의 FM 라디오 기능을 보강하고 디지털적으로 라디오를 녹음할 수 있는 외장 어댑터 장비 같은 것인 줄 알고 그냥 넘겼었다.  근데 그 실체는 FM만 되는 라디오고, 여기에 micro SD카드 삽입해서 MP3 재생 및 라디오 방송을 녹음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시중에 흔히 판매하는 효도라디오의 초박형 버전이 되시겠다. 제품은 알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국내 구매대행을 찾아보니 대략 시중가 2 ~ 3만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음.

     옛날 어린 시절 친척이 사 준 과자 선물세트 안에, 어린이들이 잘 먹지 않는 악성재고 과자 한 두개 들어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외관으로 보았을 때의 완성도는 꽤 괜찮아 보인다. 기본은 FM 라디오인데 텔레스코픽 안테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외장 안테나가 없어서 인테나로 작동하나? 혹시 이어폰을 끼워줘야 안테나로 동작하나? 했더니... 사진에 보시는 은색 스트랩이 안테나를 대신한다고. 스트랩에 손목을 걸게되면 어김없이 '인간접지'가 되면서 수신률 및 잡음대책이 확 좋아지는 것을 확인한 바, 설명서를 다시 들여다보니 그렇다고 한다. 근데 이런 기믹도 이미 출시된 효도라디오에 다수 채용되어 있었네. 새삼스러울 것이 없단 말씀인데 쓰다가 저거 끊어지면 낭패 아닌가? 개인적으로 스트랩 주렁주렁 달려 있는거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버튼 중 키패드는 통짜의 고무 하나로 되어 있고, 아마도 아래쪽에는 기판과 멤브레인으로 맞닿게 되어 있을 것 같다.

     Q3 라디오는 고기능을 추구한 것이 아닌지라 수신률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FM 전파 환경이 그나마 괜찮은 도심지에서는 그럭저럭 사용할 수 있겠지만 중계소와 멀리 떨어진 높은산 깊은곳 적막한 산악의 외곽으로 나가면 수신률은 아마 확 떨어질 것 같다. 그저 가볍게 갖고 놀거나 휴대하기 편할 용도로 사용하는 라디오 정도랄까. 냉정하게 수신률로만 따지면 다이소 라디오보다 별로다.

     라디오, 그리고 MP3 녹음 플레이어 외에 하나 더 숨겨진 기능이 이 Q3에 있는데, 오른쪽 옆구리의 3.5파이 line in 단자에 다른 오디오 장비를 연결 해 주면 외장 스피커 기능을 한다. 블루투스 아닌 유선이고, 음질이 거기서 거기지만 급할 때 음원을 증폭해서 외장 출력할 필요가 있을 때는 요긴할 듯 하다.

     뒷면. 홀로그램 스티커가 이 제품은 정품입니다~를 알려주고 있고, 배터리 커버에는 제품의 이름과 배터리의 간단한 제원이 표시되어 있다. 배터리는 일반적인 효도라디오에 많이 채용 된 BL-5C를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타입의 배터리를 에뮬 게임기에서 많이 써 봤는데, 충방전 대책이 좋지 않은지 사용한 것 모두 좀 쓰다보면 부풀어 오르던데 이 녀석도 그러지 않을까 살짝 걱정되기는 함. 오프라인 구매가 어려워서 그렇지 구하는것은 어렵지 않은 품종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상단에는 기기를 on/off 하거나 mp3 player / 라디오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슬라이드 버튼이 붙어있다. mp3를 돌려보니 희한하게 재생 시 '정지'가 불가능하고 '일시정지' 내지는 녹음의 '정지'만 작동한다. 따라서 음원을 잠시라도 완전히 멈추려면 '일시정지'를 누르거나 위의 슬라이드 버튼을 off 로 하여 아예 기능을 꺼 버려야 한다. 그리고 off 한 후에 다시 mp3로 버튼을 돌리면 앞서 재생한 플레이리스트를 기억하지 못하고 바로 1번 트랙부터 재생한다. 그 정도의 치밀한 로직의 플레이어는 아니라는 말씀. 그리고 전면에 있는 숫자버튼으로 트랙 리스트를 바로 접근 가능하지만, mp3에 기록된 제목이나 메타 정보를 디스플레이에 띄워 줄 만큼 액정 화면이 화려하지 않으니 아무리 1Gb 용량의 SD카드에 수백곡을 구겨 넣는다 한들 곡 순서를 알고 들을 수는 없다. 이건 뭐 시중에 파는 효도라디오도 마찬가지니 그렇다 치고 넘어간다.

     나중에 990x도 보시겠지만, 바닥면에 micro SD 카드 슬롯이 위치한다. 보통 저런 슬롯은 옆구리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기기의 설계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저 위치가 안정적으로 보관하기 좋은 위치인지 잘 모르겠다. 바닥에 뭔가 불규칙하게 불쑥 튀어나와 있는 오브젝트가 있다면 눌려서 카드가 이탈하지 않을까? 고무 패킹이 있지만 물이라도 엎지르게 되면 수분이 기계로 침투하지 않을까? 별 시덥지 않은 FMEA를 머리속으로 돌려본다. 본 기기들은 '라디오'가 주된 기능임을 강조하고 싶어서 SD카드가 삽입되는 슬롯을 감추려는 목적이었는지도 모르겠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게된다.


     오늘의 메인 이벤트. TECSUN PL-990x. 원래 공연의 헤드라이너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일단 TECSUN 의 포터블 제품군 중에서는 플래그십이라고 불러야 할 제품이다. 본연의 기능인 고기능 DSP 단파라디오였던 PL-880에 SD카드로 재생되는 mp3 플레이어, 그리고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이 함께 포함되면서 다기능 기기로 탄생했다. 여느 단파라디오의 외견이 마찬가지지만 버튼들이 앞뒤옆위아래 어지럽게 여기저기 놓여있어 볼륨과 튜닝노브만 달려있는 FM 혹은 FM/AM 겸용 라디오만 접하셨던 분들에게는 뭔가 범접하기 어려운 포스를 풍긴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상 그 속내를 들여다 보고 조금만 설명서를 들여다 보면 정말 필요해서 다 튀어나와 있는 버튼들이라 적응하면 이렇게 하나의 버튼에 한 두개의 기능만 부여된 분산된 레이아웃을 되려 고마워하게 된다.

      라디오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역시 전면 옆구리에 돌출된 세 개의 노브가 가장 눈에 띄고, 기기를 손에 잡는 순간 이것부터 돌려보고 싶게 생겼다. C국 제품임을 감안한 편견과는 다르게 예상한 것 보다는 평균 이상으로 진중하게 돌아 가 주지만, 또 그렇다고 고급 오디오 장비에서 경험했던 기계적 감성 충만한 진중함은 아닌 딱 75% 만족감의 조작감이다. 노브 머리 끝에는 고무 패킹이 있어 머리에 손가락을 걸고 빙빙 돌리면서 뭔갈 맞추어도 된다 - 아래 측면사진 있으니 보면 이해가 됨. DSP 라디오지만 PL-380과 다르게 튜닝 시 수신음이 딱딱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인양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이 기기만의 특별한 점이 되겠다.

     솔직하게 외관만 봐서는 과거 제품인 PL-880 보다 좀 퇴보한 것 같다. 전면 버튼판 부위의 하이글로시한 감성 느낌도 사라지고 PL-380과 다름없는 투박한 다크그레이 플라스틱으로만 도배되어 있으며, 옆 노브도 '멕기'느낌 가득한 메탈메탈한 노브라기 보다는 약하게 다크 크롬을 먹인 재질로 변경되었으니까. 오히려 보급기인 PL-330이 880과 유사한 느낌이 나도록 바뀐 것이 아이러니.

     넷 상에 310/330/380 같은 입문형 라디오와 크기 비교한 사진이 많으나 여기서도 한 번 비교. 역시 사진으로 비교하니 무척 차이가 많이 나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990은 크지 않다. 전체 크기는 7인치짜리 모바일 탭 정도이고 다만 두께 차이로 더 묵직해 보이는 것일 뿐. 무게도 생각 한 것 보다는 무겁지 않아서 마음 먹으면 그럭저럭 휴대할 만 할 것 같다. 

    PL-380 이 입문기, 소형의 포터블 DSP 라디오를 표방하고 있어 대체로 쉬운 조작, 높은 휴대성, 자동 설정 등에 초점이 맞추어진 장비라고 한다면, 990x 쪽은 폭 넓은 수신성능을 보조 해 주기 위한 주파수 저장기능이 위 버튼의 대부분의 기능을 차지한다. 990x에 ETM (이지 튜닝 모드) 따위는 없다. 반면 각 meter band (주파수 파장 길이별로 수신할 수 있는 주파수를 나누어 놓은 것) 에서 최적의 튜닝 활용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이 잘 만들어져 있다.

    주파수별 미터밴드의 분류. 출처: 위키피디아.

      DSLR 취미 가지신 분이라면 이런 비유라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입문용 보급기의 경우 세세한 설정보다는 촬영 모드에 따라 자동 설정 혹은 보정이 되는 기능 위주로 메뉴를 갖추는 반면, 전문가용 플래그십은 그 모든 모드를 유저 스스로가 판단, 모든 파라미터를 수동으로 조작하도록 구성된다. 그래서 가격비교 사이트 등에 게시된 고기능, 고화질 문구만 보고 덜컥 플래그십 DSLR을 사서 첫 슈팅을 나간 뒤 그 결과물을 보면 적잖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이러한 이유. 대신 이런 자동 프로세싱을 포기한 댓가는 사진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춘 자에게는 표현의 자유도를 무한대로 선사하는 보검 같은 존재가 되겠다.

     위에는 스누즈 버튼, 그리고 전면 디스플레이의 정보를 변경하거나 버튼에 lock을 걸 수 있는 버튼 하나, 텔레스코프 안테나 하나가 있다. 안테나는 380과 달리 측면 양쪽 끝에 두툼한 턱이 있어서 안테나 수납 상태에서 외부로부터의 보호는 잘 되겠으나 수평하게 펼친 상태로 180도 회전이 불가능한 구조다. 안테나를 수평으로 뻗치게 늘일 일이 얼마나 있겠냐마는...안테나 늘어나는 길이는 꽤 된다. 

     오른쪽에는 튜닝을 위한 노브와 볼륨(검은 무광 고무로 되어 있는 상단 부분 참조) 그리고 Tone이라고 되어있는 간이 이퀄라이저가 있다. 튜닝 노브는 FM 기준, 0.1 Mhz 단위로 조정할 수 있는 것과 0.01Mhz 단위로 조정할 수 있는 미세노브 두 개로 구성된다. 메뉴에 따라 이 튜너버튼은 mp3 재생 시 폴더간 이동 기능으로 변신하는 등 한다. 톤 스위치는 건드려봤는데 차분하게 음악 같은걸 듣고 싶다면 Bass를, 주로 뉴스나 기사 같은 것을 듣고 싶다면 Treble 쪽으로 조정하면 될 듯. 그 외에 세밀한 이퀄라이저 같은것은 없다. 뭐 확실히 380 보다는 음질은 나은 것 같다가도 FM 수신을 해 보면 오히려 380 쪽이 좀 더 나은 면도 보인다. 굳이 라디오에 음장을 따지자면 시중에 판매하는 간이 스피커 정도의 품질이고, 그 이상은 안되니 헛한 기대를 품지는 않기를. 감성으로 듣는 티볼리 라디오나 산진 WR-11 같은 장비에 비할 바가 못된다. 애당초 음질보다는 수신 성능에 최적화된 장비이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노릇.

     고급기 특성대로 마이크로 5핀 충전단자 (충전 뿐만 아니라, USB 잭으로 PC와 연결하면 PC 스피커로 사용할 수 있음), 이어폰 단자, 라인아웃 단자, 그리고 릴 안테나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외장안테나 잭이 있다. 모든 잭 구멍은 저렇게 고무 패킹으로 막혀있어 외부 이물질에 의한 오염을 막아주고 있으며, 이 제품이 고급기 취급을 잘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라인아웃 단자로 외장 스피커와 연결하면 라디오에서 볼륨 컨트롤이 안된다니 반드시 볼륨 기능이 있는 액티브 타입 스피커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micro SD 꽂는 슬롯이 라디오의 바닥면에 위치하는 것은 앞서 설명한 Q3와 같다. 암만 봐도 옆구리가 적당한 위치인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기능을 초기화 할 수 있는 리셋 구멍도 위치. 플라스틱 일자 다리인 380과 다르게 고무 패킹으로 된 다리도 있어서 바닥에 세워놔도 잘 안미끌린다.


     오랜 기간동안 사용하면서 얻은 결론.

     - 플래그십이 맞긴 맞다.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주파수로 방송을 청취해보면, 확실히 기존의 380, 660 보다 990x 쪽이 신호를 더 잘 받고, 808과는 호각이거나 808 쪽이 좀 더 좋다. 또한 990x에는 신호 강도에 따라 안테나 이득(gain) 값을 DX/Normal/Local 세 가지로 설정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신호가 미약한 단파쪽은 DX를, 어디서나 비교적 잘 터지는 FM은 local로 놓는 등 방송 조건에 맞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생각보다 실내서 잘 안들리는 102.7Mhz AFN의 경우, gain을 올려주면 그럭저럭 전파가 잡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플래그십 라디오들이 수신률이나 선택도 위주로 기기가 설정되어 실제 듣는 음질은 오히려 입문기들이 훨씬 낫다는 사례를 많이 접했었는데, 아마도 이 차이가 아닌가 한다. 일단 약한 주파수나마 수신이 잘되는것은 990x 가 맞고, 강한 전파 수신이 가능한 - 대략 30dBu 이상 - 방송의 경우 이상하리만치 380 쪽이 좀 더 명쾌하게 들린다. 정확한 차이는 본인보다 더 단파라디오 오래 해 오신 고수분들이 잘 아실 듯 하지만...어쨌든 약한 주파수라도 어떻게든 들으려면 990x, 이미 잘 알고있는 강한 주파수를 깔끔하게 들으려면 380쪽이 괜찮은 느낌이다. 특히 FM 채널에서 이런 차이가 좀 두드러진다. 990x가 가진 음장 기능과는 또 다른, 설명하기 좀 힘든 그런 부분. AM 부분은 여전히 660 쪽이 좀 더 우세.

     플래그십임에도 불구하고 660, 808 에 있는 Air band 가 없는 점은 좀 이상하다. TECSUN 제품군의 밸런스가 이상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 그럭저럭 호랑이였던 소니를 위시한 기라성같은 일본 메이커들이 라디오 시장으로부터 철수하면서 TECSUN이 이 시장에 일등 메이커로 등극한 것 같은데, 그렇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여전히 C국 제품이라는 굴레가 갖는 편견은 넘어야 할 산이지만, 현재로써는 신품 기준으로는 대안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간혹 튀어나온다는 일본제품 대비 부실한 QC 대책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개선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구입 이후 고장이 나면 수리 해 가면서 사용하려고 해도 마땅한 AS 조치를 국내서 받을 수 없어서 새로운 기기를 다시 사야만 하는 문제.

     - 라디오 기능에 더해 mp3 플레이어, 그리고 블루투스 스피커, USB로 연결되는 외장 스피커 용도로 다양하게 활용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 제품의 가장 큰 목적은 고성능 단파 라디오로써, 그 외 부차 기능은 그저 상황에 따라 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 정도이지 기능이 동일 목적의 전문 제품 정도가 아니므로 주력 기기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장 mp3만 해도 이미 음원 파일을 가지고 재생하는 행위는 10년 전 이후 거의 끝난 듯 하고, 핸드폰으로 고음질, 고화질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버렸으니까.

     한편 생각 해 보면, 고성능 라디오로만 외부 정보를 접할 수 밖에 없는 국가나 지역에 살고 있는 유저,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가지면서 남는 시간에 조금 특별한 이벤트를 갖고 싶은 사람에게는 조금 무리해서 이 기기를 장만하면 다른 기능의 기기를 추가 구입할 필요 없을 것 같다. 특히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자에게는 알람시계도 되니 축복과 같은 만능 기기가 된다.

     어쨌든 모든 기능이 동등하게 최상위일거라는 기대는 금물이고, 잡스런 기능을 원하지 않고 단파라디오 만의 정수를 진하게 느끼실 분은 구매가를 조금 낮추면서 동등 혹은 이상의 제품 - 660이나 880. 특히 880은 음장감이 990보다 낫다 함 - 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이를 추천드리겠다.

     -  플래그십 라디오임에도 불구하고 표시 해 주는 액정 화면이 단순 계산기 타입에 정보의 양도 380, 660의 그것과 차별화 되지 않는 것은 좀 아쉽다. 특히나 요즘같이 디스플레이 모듈이 흔해빠진 기술 시대에 이런 정보 표시 방법은 제품의 포지셔닝을 생각하면 조금 무리해서 구형 흑백 TN 액정이라도 달아서 그래픽적 요소가 들어간 화면으로 멋있게 꾸며 주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에 욕심 좀 더 보태서 말라카이트 같이 수신하는 전파의 신호 세기나 퍼져있는 분포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스펙트럼/캐스케이드 기능이 있다면 더더욱 고성능 기기의 이미지가 있었을지도.  물론 이런 전통적인 액정이 주는 이점도 있다. 모듈 수명이 길고, 배터리도 오래가며, LCD 액정이 내뿜는 신호 잡음에서도 어느정도 해방된다. 

    하드웨어와 별개로 액정 화면에 볼륨량이 표시되지 않는 점도 아쉽다. 380은 볼륨놉을 돌리면 화면에 잘 나온다. 380과 달리 액정에 온도 정보가 안나오는 것도 아쉬움. 

     - 조작 부분은 겁먹지말고 설명서를 세 번만 정독하면 웬만하면 다 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앞서 설명했듯 기능을 쓰는데 버튼을 두 세개 동시에 조합하거나 조작 순서를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등의 쓸데없는, 제프 라스킨 옹 께서 설파하신 '모드'가 거의 없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380보다, 말라카이트 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설명서를 봐야 이해한다는 것에 저항감이 있을 수 있으나, 넘어야 할 산이다. 단파 라디오 조작에 익숙한 분들은 한 번만 봐도 충분히 능숙한 조작이 가능하다.

    공대 다닌 분들은 공학용 계산기가 기억날 듯. 그 복잡한 기기도 잘 썼는데 하물며 이 정도야.

     


    - 결론. 단파라디오 초짜가 이런 말씀 감히 드리기 두렵습니다만, 한 방에 990x로 시작하시라 하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죄송스럽게도, 조만장자라면 모를까, 요즘 시대에 취미든 실용 목적이든 간에 처음부터 비싼 단파라디오를 한 방에 들일 열정적인 바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매니아만의 전유물로, 나중에 취미를 접겠다고 불특정 누군가에게 중고 시장에 팔기도 꽤 애매할 듯 하다. 보급형은 보급형 나름대로 험하게 굴려도 부담이 없으니까.

     라디오는 송출하는 방송국이 이 지구상에 어느 곳이라도 있다면 이를 구동할 전원만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든 쓸 수 있는 유용한 정보매체이기는 하지만, 평시 상황에서 접할 수 있는 다른 매체 - 주로 핸드폰이라 불리우는 모바일&와이파이 - 가 너무 유혹적, 매력적이라 주력 매체로써는 그 기능이 멀어진지 오래이고, 살고있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듣고싶어도 쉬이 듣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단파는 더더욱 그렇다. 자기가 만일에 만일을 대비하는 프레퍼라고 하더라도, 굳이 이 정도의 고기능 장비를 위기 대처용으로 들일 필요 없다본다. 오히려 전쟁호환마마 같은 재난이 발생한다면 나는 AA 배터리 호환도 잘 되는 380, 혹은 219나 다이소 라디오를 챙기겠다. Simple is Best.

     그러니 앞선 선배들이 조언 해 주시는 대로 처음에는 입문기로 시작해서 이것저것 단파라디오가 가져야 할 기본 기능부터 알아보고, 주파수별 특징도 섭렵하면서 공부 하시고, 이 분야 용어나 각 방송국에서 송출 해 주는 방송 주파수 등이 익숙해질 때 즈음 여력이 있을 때 고성능 기기를 구입해서 deep diving 하는 것을 추천 드린다. 기존 입문기를 Secondary 로 사용하시든, 친척이나 가족에게 줘버리든, 전투용으로 험하게 굴리든, 둠스데이를 대비해서 EMP 대책 마련하여 숨겨 놓든, 두 대가 있어도 전혀 문제될 것 없고 따로따로 용도에 맞게 사용 가능하다. 라디오 두 세대씩 사 모으는 콜렉터도 많은 것 같은데 뭐...

    그것에 앞서서, 입문기라도 전파 수신을 일선에서 받는 안테나의 성능이 좋으면 수신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으므로, 장비병이 아직 발병 초기단계이고 금전력이 아직 제한적이라면 라디오 보다 저렴한 가격범위 내에서 외장 안테나 쪽에 좀 더 힘을 주시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굳이 이 제품만의 만족도를 매겨달라 하시면

     PL-990x는 라디오 본연의 수신 성능이 좋아서 10점 만점에 8점 드리겠습니다.

     Q3는 애당초 살 목적이 없었고 써 봐도 딱히 잘 모르겠어서 10점 만점에 4점 드리겠습니다.

     Kit는 처음 개봉 시에는 플래그십을 샀다는 대접받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내용물 하나 하나 뒤져보니 생각보다는 허당이라 990x 단품만 사셔도 충분할 듯 합니다. 차라리 그렇게 save 된 자금으로 Youloop 안테나 하나 사는게 낫겠습니다.

    참조로 올려두는 PL-990에 숨겨진 기능키. 출처: RADIOJAY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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