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기숙사 방에 널부러져있던 극초기형 iMac G4-700 - 일명 15인치 호빵맥 - 을 켜서 세팅하기 시작했다. 원래 갖고있던 성격인 '가재 늘리기'의 일환으로, 그래도 역사속에 각인된 Mac은 왠지 다 써봐야겠다는 욕심때문에 들여놓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었던 녀석이다.
예전 블로그때도 잠시 이야길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Yoonoca의 Mac 역사의 시작은 독특하다.
남들은 Apple II로 컴퓨터를 시작했어요, LC로 시작했어요...등등이지만, 오랜동안 맥바라기로 Mac 없이 그냥 살았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런 존재로.
Yoonoca의 컴퓨터 생활과 Mac과의 인연을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 생활 연대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보실분만 보라고 창을 하나 만든다. 과거 컴퓨터 키드였다면 재미있을지도 모를 이야기.
그래도 누군가는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허허.
1986 - 어머니 친구분 댁에 있던 Apple II를 첨 보다.
그 땐 컴퓨터같이 생긴걸 갖고있는 사람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이었음
하지만 머리속엔 컴퓨터 <<<<< 재믹스.....정말 이랬음
재믹스가 키보드 없는 MSX라는건 정말 한참 뒤에나 알았음.
1990 - 3년간 다니던 피아노학원을 끊고 (퍽이나 후회가 많음)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함
줄줄이 늘어져있던 Apple II 는 Skip 하고, 바로 IBM-XT에서 BASIC과 DOS를 배움
부친이 CAD용으로 80287 코풀어와 EGA-허큘리스 듀얼모니터, 136컬럼 도트프린터에
당시로는 생소한 Mouse Systems의 쓰리버튼 광마우스가 달린 AT를 구매하심
동네에서 완전 짱먹음!
1991 - 좀 '사는'어머니 동창분의 아들과 친구됨. 맨날 신기한 부속을 사다가 XT및 내 컴퓨터에
돌아가면서 붙임
'반도체는 낮은 온도에서 처리속도가 더 좋지'라고 어설프게 듣고는
보드를 냉동고에 집어넣었다가 통째로 날려먹질 않나
티악제 30Mb 하드를 구했는데 과열로 난리가 나질 않나
동네 '마이크로랜드'를 가면 돈을 내고 게임을 카피해주었는데, 바이러스를 심어와서는
완전 뒤집어 엎지를 않나.
그 때....열독하던 '마이컴'잡지에서 '매킨토시'라는 컴퓨터의 정체를 알기 시작하고, 점점
흥미를 더해가기 시작함
세상에, 아스키 코드의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만든 글자를 그대로 컴퓨터 상에 이용한다니..
(포스트스크립트;;;;) 게다가 그림으로 된 운영체제라니!!!!
1994 -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 2학년 쯤에 아는건 쥐뿔도 없으면서
학교 컴퓨터 동호회 (써클) 'KEY'의 회장이 됨.
친구들이 하나 둘 VGA에 386, 486을 구매하기 시작하고, 나만 외로이 286으로 악전고투함
이 286을 대체할만한 컴퓨터로 당시 엘렉스에서 팔던 LC475, 클 2, 컬클 등이 눈에 들어오고
집요하게 부모님을 설득하여 가격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일반 486 두 대는 삼직한 가격에 좌절하고 돌아섬
유일한 낙은 가끔 엘렉스에서 주최하는 Macintosh 전시회나 Mac을 파는 매장에 들러 열심히
마우스질을 하다가 손가락 쭐쭐 빨고 집에 왔던 것.
아는건 쥐뿔도 없으면서 Macworld랑 여러 Mac 잡지를 보면서 스스로 동호회에서 Mac 관련
강의를 하고 있었음;;;;
당시 컴퓨터 통신에서 지금으로 말하면 Mac을 '병행'수입하던 업체를 수배, 십원이라도 싼 곳이
없나 부지런히 물색만 함. 그렇게 하려고 한국통신에서 단말기 얻어다가 설치함;;;
1996 - 대학입학. 친척집에 자취하면서 컴퓨터를 구매해야하는데,
당시 중학생 입학하던 외사촌 동생이 학교숙제를 해야한다는 이유 때문에
PowerMac 6100을 사려던 나의 로비는 실패하고 펜티엄 75를 구매함
(컴퓨터 구매금이 이모에게서 나온거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가 없었음)
C&C와 Warcraft II + 확장팩을 하면서 맥을 잠시 잊음;;
인터넷 따위는 관심도 없고 무조건 나우누리질이었음..
1997 - 만화동아리에 있던 나에게 'Newtype' 잡지에 있던 iMac 선전이 눈에 띄임.
근데 사진이 대부분 iMac 윗모습, 뒷모습을 보여주던 것들이 대부분이라, 이게 컴퓨터인지 모름
'애플에서 이상한거 만들었네. 이거 마우슨가???'
이미 윈텔의 시종이 되어 부속을 뗏다 붙였다, 윈도우즈를 깔았다 지웠다로 변태적인 낙을 삼음.
그래도 Mac에 대한 미련은 남아, 윈도우즈에서 Mac같이 만들어주는 툴 몇개를 가지고 Windows
에 장난질을 많이 침 (그래서 또 윈도우즈 깜.;;;).
2000 - 2년 2개월의 군대를 다녀옴.
http://daum.net이란데서 메일이란걸 처음 만듦. 스타크래프트로 난리가 남
승부에 관심없는 나에게는 스타크래프트는 단지 싱글플레이의 희생양일 뿐.
2001 - 내가 번 돈으로 최초로 컴퓨터 풀 셋 구매. 근데 펜티엄 4 2.0이었음;;;;
2003 - 중전마마 집에 뒹굴던, System 7.5.3이 깔린 PowerMac 6200을 본의아니게 업어옴.
스물스물 맥에대한 동경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함
년말, iMac G3-333 인터넷으로 중고구매. 두 달 만에 과전류로 폭삭!
OS 9.2를 쓰려고 구입했으나, 그 안에는 OSX 10.1이 심겨 있었음. 엄청 느렸음!!!!!!!
그러나 그 화면에서 희망을 보았음.
2004 - 망한 iMac을 뒤로한채, 대학원 입학. 다시금 살아난 Mac心!!!
iBook G4-800 12인치 구매함. 완전 캐 날아다닐 것 같음.
OSX 10.3 Panther는 완전 신세경임.
그러나...업무용으로 맞지 않아 1년만에 방출하고 Thinkpad로 전환.
Appleforum 등을 배회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계속 포럼을 추근덕거림;; 과거의 향수땜에
'당시 못 써봤던 것 들, 원없이 써봐야지!!' 정책에 힘입어 FATMAC 가입.
한 때 자취방에는 Mac들로 산을 쌓았고, 당시 울산에 계시던 FATMAC 대장님과도 접선함;;;
주요 Old Mac은 클 2, PowerMac 6100, PowerMac 6200 X 2, PowerMac 8100, LC475 등.
아이팟 3세대 구입 (미니, 나노, 터치 이런거 절대 아님!!). 파워메이트 구입.
나름 인터넷에서 맥쓰는 Yoonoca로 알려졌었고, 아크몬드님 블로그에 가서 비스타 욕하고
있었음 (관대했던 아크몬드님....).
2005 - 2004년도 여름 쯤 iMac G3-450 구입. 램 및 하드 초초초 보강 (당시 하드 60G면 떡을 쳤음)
1년 사용하다가....피스모로 (Powerbook G3-400) Shift함. 램 및 하드 초초초 보강;;; 에어폿 설치! 줏어온 컴퓨터에 리눅스 깔고 공부시작하다가...시작단계에서 포기 (당최 App을 깔 수가 없었다능)
2006 - 회사입사. 휴대성을 위해 IBM의 컬트, S30을 들임.
술먹고 피스모 박살냄;;; 고육지책으로 Digital Audio 들임 (PowerMac G4-450). LCD 모니터를 쓰고싶어서 오픈프레임 17인치 LCD 조립함
S30 Windows의 닥터왓슨 에러로 맛감. 윈도우즈 설치안됨
(지금도 설치 안되는데 이유를 모르겠음....방치중;;;)
2008 - 맥북 C2D 영입, 지금까지 잘 쓰고 있음 (외관은 완전 걸레수준;;;)
2009 - iMac G4-700 영입. 방치;;;;
아이폰 3GS 구매. 잘 씀.
실질적으로 Mac을 쓰기 시작한건 2003년, 본격적으로 대세에 맞추어 Mac을 쓰기 시작한건 2004년이다.
당시 기존 Mac 유저와, 윈텔의 시스템 및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에 불평을 자기고 있던 '선구자(?)' 사이에서 Mac 사용량이 늘기 시작했던 시절이었고, 그 때 적절하게 OSX의 안정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Panther가 출시되었었다.
지금에 와서 iPod을 위시한 iPhone, iPad 에 기인해서 Mac 시장 및 사용자가 늘어나준 것은 고맙긴 하지만, 옛날 과거의 Geek 스러운 Mac이 좀 옅어진 느낌이 들어서 안타깝다.
나스스로도 과거에 비해 Mac에서 신선한 것을 찾지 못하고, 단지 컴퓨터의 한 종류로써, 사생활용으로써 그냥그냥 사용하는 컴퓨터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서 내년 출시를 앞두고 공개된 Lion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옛날 Panther를 처음 접할 때, tiger나 leopard로 치고 올라올 때의 감흥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너무 모바일 시장에 집중한 탓인지 Mac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는 기분이고. 큐브나 호빵, 맥미니 나올 때 만큼의 '오오오'하는 느낌은 이제 Mac 제품군에서 찾기 어려워졌다.
아이맥이 두부맥으로 바뀌고나서, 재질 변경 외에 특별히 외관상으로 바뀐곳이 없지 않은가. 맥프로를 위시한 데스크탑 군은 G5의 망령을, 그보다 더나아가 포터블군은 과거 G4의 망령을 벗어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매킨토시가 IBM (지금은 레노보) 와 같은 블랙우레탄 컬러의 아이덴티티를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것도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의미없지 않은가? 누구보다 모델 체인지를 극단적으로 했던 그룹인데?
뭐 이랬든 저랬든 모바일 디바이스의 스테이션화가 Mac의 최종 종착점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왠지 달갑지 않은 느낌이 드는건 나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증거일까.
그래서, 과거의 열정이 깃든 iMac G4를 가지고 조금 장난질을 쳐 볼까한다.
그러고보니 자금줄의 문제 때문에 맥미니 속살과 클2 껍질로 미니멀한 컴팩트맥을 만들려던 내 웅대한 계획은 올해 실현하지 못했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