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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카데미 1/48 USN F3F-2.
    Funny Widgets 2025. 1. 15. 23:36

     요즘 프라모델 만드는데 재미를 붙여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한 아이템들을 찾아 아주 저층의 프라탑을 쌓아놓고 하나씩 시간 날 때 마다 만들어보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돈이 없어서 코묻은 돈 한푼 두푼 모아 산 프라모델 하나 만들어 놓고 도색은 엄두도 못내었었다면, 지금은 시간과 환경과 장소의 문제로 완벽한 수준의 도색 공구를 갖추어 놓고 작업 할 수 없어서, 아직도 남들만큼 깔끔하고 실물같은 질감의 모형을 만들 수는 없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 취미의 꽃이며 화룡점정은 도색이고, 제대로 도색을 하려면 역시 에어브러시/컴프레서 한 세트 조합은 필수이건만, 베란다도 없는 요즘 식의  아파트에서 이런 류의 취미활동을 하기란 여간 강심장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대안으로 요즘 찾아보면 제법 있다는 주변 프라 도색공방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업무시간이 낮밤없는 특징이 있는데다가 집안 사정상 어딜 혼자 나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기가 어려워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

     - 그렇다고 해서 건프라도 아니고 유년시절과 같이 단순 킷을 조립하는 것 만으로는 내면에 들끓는 이 욕심을 만족할 수 없으니, 주변에 굴러다니는 미술용 아크릴 물감을 주 색재료로 최대한 써 보기로 하고, 시중에 절찬리에 판매 중인 락카 펜이나 아크릴 잉크 펜 등을 유용해서 포인트 등에 쉽게 채색할 용도로 써 보려고 하고 있다.

     - 다만 역시 프라모델 전용의 색재료가 아닌 까닭일까. 이런저런 참고 문헌이나 인터넷 자료 등을 보면서 최대한 붓자국 없이, 얼룩없이 깔끔한 붓도장을 몇 종류의 모델에 해 보았는데 힘들다. 아직 시도 전이지만 아크릴물감 전용의 신너를 사용하면 혹여나 물보다 플라스틱 피착재 표면에 wet 성이 좋아질까 해서 조만간 서페이서 구입과 함께 시도 해 보려고는 함.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은 국내 모형회사 아카데미의, 어큐리트 미니어처라는 업체의 금형을 사용한 것으로 짐작되는 전간기~2차대전 미 해군이 사용했다는 함상 복엽기 '구라망' F3F-2 를 만든 소감을 간단하게 남겨 봄

     

    [1/48] 12326 미해군 F3F-2 VF-6 파이팅 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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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ademy.co.kr

    . 스케일은 일반적인 Aero 모델들의 축적이라 할 수 있는 1/48이지만, 현대 항공기들 보다 반 정도 크기를 갖는 아담한 비행기라고 보시면 된다. 킷의 공식 정가는 2만원인데, 리테일 샵이나 모형점 온라인몰로 넘어오면 항상 그렇듯 정가보다 싸다. 게다가 1/48 치고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접근하기 비교적 좋음.

     1/48 스케일 킷 치고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조립이 가능했고, 아카데미로 런너가 넘어오면서 상품성을 좀 더 좋게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데칼 품질도 나쁘지 않고 - 나중에 보시겠지만 그걸 붙이는 작업자의 손기술이 문제일 뿐이다 - 캐노피 창틀 도색을 도와주는 마스킹 테이프, 그리고 리깅(rigging, 범선 등의 밧줄을 표현하는 방법)용 에칭파트 등도 충실히 킷 안에 들어있다. 확실히 옛날보다는 거의 킷 제작에 거의 유저를 떠 먹여주는 정도 퀄리티의 제품들이 많이 나와주는 것 같다.

     캐노피 내부 좌석 조립하고 도색에 하루, 본체조립에 하루, 도색에 3일 해서 만드는데 총 5일이 걸렸다. 조립이야 접착제 떡칠해가면서 만들면 반나절도 뚝딱 할 양인데, 도색을 하자니 칠하고 말리고, 칠하고 말리고 수정하고, 이 짓을 반복하다 보니 거의 일주일을 이 킷에만 쏟아부은 것.

     시간 대비 작품 수준 결과물을 바라는 건 애당초 무리다. 그럴 경험이나 실력도 없고.

     지금 정서로는 전투기가 RYB 화려한 컬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납득이 안갈 것 같은데, 뭐 미 해군기는 가만 생각해 보면 80년대 까지도 꼬리날개나 이런 저런 포인트에 화려한 부대 기장이나 무늬들을 칠하고 날아다녔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하지도 않다.

     이 키트 구입 시 한 가지 감안하지 못했던 점인데, 이 비행기의 기본 기체 컬러가 '은색' 인지라, 갖고있는 아크릴 물감 중에는 은색을 칠할 방법이 없어 작례에 있던 네이비 블루 톤의 훈련기 사양으로 도장할까 하다가 때마침 방구석에 15년 이상을 사용치 않고 굴러다니던 '일신락카' 은색을 발견하기 이른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똥망. 사진상으로는 잘 확인되지 않겠으나 일반 락카 특성상 에어압이 강하고 분사량이 크고 넓다보니, 여기저기 칠이 불균일하게 되어서 엉망이 되었다. 다행히 기포는 적게 남았고 비드가 생길 정도로 굵게 도포된 쪽도 표면 패널라인을 먹을 정도는 아니어서 - 플러스 몰드 인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던 것인가 - 군제 웨더링 액으로 적당히 처발처발했더니 은깔치의 깔쌈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결점들을 상당히 가려주게 되었다.

     에칭파트 리깅이라는 것을 처음 해 보았는데, 역시 경험이 부족하여 초반에 엄청난 삽질을 하였고, 순간접착제 도포량 조절도 실패하여 파트 주변에 묻어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게다가 날개쪽 X 자 리깅은 보시는 바와 같이 장력조절에 실패하여, 처음엔 꽤 high tension 을 주고 만들었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저렇게 울어서 휘어져 버리는 결과가 나와버렸다.

     전면 프로펠라부의 빨간색은 예의 내 첫차, 프라이드의 돌빵용으로 사서 아직도 갖고있는 스피넬 레드의 카페인트를 사용했는데, 약간 펄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은색 기체와 꽤 어울리면서 잘 발린다. 전체 바디를 바르는 용도로는 돈 JR이 되겠지만 일부 포인트에 붓터치 타입의 카페인트를 사용하는 것은 건조도 빠르고 피막도 단단한 편이라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신품 카페인트라면 섞여있는 용제가 플라스틱을 녹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프라모델 채색을 위해 굳이 카페인트를 사서 칠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측면, 동체 옆의 검은색 세로줄은 데칼인데 보시다시피 경계면 따라 부착하는데 실패했다. 생각보다 일신 실버 락카의 표면이 미끌미끌했던 듯, 애써 위치 맞추어 데칼 정렬 해 놓고 잠깐 딴거 하고 있다 돌아 와 보니 저렇게 몇 mm를 알아서 이동하는 바람에 완전히 망쳤다. 게다가 덜마른 은색 락카면을 다음 작업한다고 이리저리 만지다가 지문이 좀 임프린트 됐는데, 뭐 데칼로 덮고 웨더링 액으로 더럽히다보니 잘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다.

     먹선을 넣을 까닭으로 웨더링액을 도포하고 닦아내기 작업을 했는데, 뭔가 일신락카 표면 재질과 상성이 맞지 않았는지 표면이 약하게 녹아내리는 통에 패널라인은 두드러지지 않고 그냥 더러워지기만 했다.


    키트는 복엽기 좋아하시는 분, 그리고 간단하게 aero 모형 조립 해 보실 분들에게도 괜찮은 가성비 제품인 것 같다. 기체가 좀 굵은 편이라 실제 비행기도 '날으는 술통' 이라는 멸칭같은 별명이 붙어있었다 하는데, 뚱뚱한 것은 맞으나 박스아트나 자료사진에서 보는 것 보다 의외로 그 뚱뚱함이 크게 프로포션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복엽날개가 뚱뚱함을 가려주는 것도 없진 않기도 하고. 패널라인이 일부 리벳이나 부위가 플러스 몰드인지라, 먹선 넣어서 깰끔하게 만들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

     뭐 어디 전시회에 내 놓을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과정을 즐기고 만들었다는 자기 만족 목적이므로, 그냥 이 정도에서 작업을 마무리한다. 몇 가지의 aero 키트가 좀 더 남아 있는데, 기회가 닿으면 블로그에 로그를 남길 수도 있고,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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