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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phone LucilleFunny Widgets 2026. 4. 17. 09:48
뜬금없는 루씰 구입기.
레전드 블루스 기타리스트 비비 킹의 커스텀 모델로, ES-335를 기반으로 한 세미 할로우 기타 모델 중 하나이다. 깁슨까지는 실력이나 자금 조달 사정이나 모든 것이 맞지 않아 에피폰 것으로 입수.

갑자기 세미할로우를 하나 들이게 된 배경은,
-오래전부터 갖고있던 Susuki 클래식 기타는 프렛이 다 닳아서 사용감이 많이 떨어졌고 (비용을 들여 리프렛을 하는 것이 합당한가 계속 고민 중), 통기타를 구하려니 역시 일렉대비 잘 쓰지 않을 것 같아서, 하이브리드 같은 느낌으로 '세미할로우'를 갖춰놓으면 괜찮을까 하는 동기가 발동함.
- 나름 에피폰이라는 메이커에 대한 충성심. 좀 다르지만 펜더의 스콰이어 같은 느낌, 과거 에피폰 SG-400 special edition 사용이력 있음.
- 예전부터 경험 해 보고 싶었던 세미할로우 기타. 단 정비나 관리가 어렵지 않을 것인데, 전면 f 홀이 막혀있는대신 와이어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뒷뚜껑이 달림.
- 블랙뷰티 느낌의 글로스 블랙에 바인딩 + 금장!
갖고와서 며칠간 사용해보고 얻은 소감.
- 기존에 갖고 있었던 세미할로우 기타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이 꽤 많다. 부분적으로나마 바디 속이 빈 '세미 할로우' 기타이기 때문에 솔리드 기타보다 당연히 가벼울거라 생각한 것과 정확히 반대로, 그 무겁다는 레스폴보다 무겁고(평균 4kg가 넘는걸로 알고있음), 풀할로우보다 울림이 적다해서 솔리드바디에 가깝게 땡땡거리겠지 했는데, 솔리드보다는 확실히 통기타 특유의 공간감이 느껴지는 통소리가 나며, 반대로 하이게인 드라이브시에는 빈통 때문에 피드백이 엄청날거라 생각했는데, 15W TR 앰프가 연결된 방구석 기타 환경에 메탈존을 끼우고 조금 먼 거리에서 돌려 보았는데도 하울링이 터지지는 않았다. 전면에 없는 F 홀이 하울링을 줄이는데 영향을 조금은 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 다만 게인이 어느수준 이상 걸리면 '샤-'하는 노이즈가 은근하게 앰프로부터 올라온다. 스트랫의 싱글픽업에서 나오는 소음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원래 세미할로우 기타들이 그런건지, 이 개체의 특징인지, 장비 연결환경이 문제인지는 지금은 모르겠다.
- 완벽한 대체는 불가능하지만 아쉬우나마 어쿠스틱과 같은 울림이 포함되어 있어서 언플러그드 상태서 제한적인 연주는 가능. 앰프 연결 이후에도 할로우 바디 특징의 공명음이 더해진다. 게인이 올라갈수록 이 공명음이 퍼져서 음의 명료도는 확실히 솔리드보다는 좋지 않은 것 같다. 좋게 이야기하면 비비기 좋고(;;;) 따뜻한 느낌의 게인음을 얻을 수 있을테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연주음 자체가 먹먹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 루씰의 특징이라는 6단 베리톤, 일종의 이퀄라이저 컷 기능을 하는 노브는 사용 목적을 잘 모르겠다. 그저 단수를 올리면 깁슨계열 답지 않게 기타가 땡땡거리고, 앰프 스피커로부터 나오는 소리가 점점 스피커 콘 안쪽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있긴한데. 좀 더 써봐야 알 수 있을 듯.
- 넥이 꽤 두꺼움. 보유중인 2000년산 레스폴이 다른 개체들보다 넥이 얇은 편이긴 하지만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래도 335 계열의 바디 더블컷이 레스폴보다 편한 하이플랫 연주감을 준다. SG와 마찬가지로 플랫 전체가 바디로부터 좀 더 튀어나와 있어서 포지셔닝도 안정적임. 그렇다고 해도 펜더 계열 기타들보다 줄 높이를 막 낮출수는 없으니 적당히 띄워놓고 사용하다 보니, 이 녀석을 좀 갖고 치다가 로동이(스트랫형 파츠캐스터)로 바꾸어서 연주하면 속주가 한결 편해지는 마법이 펼쳐진다.
- 내또래 기타에 흥미나 취미가 있는 한국사람들에게 '에피폰'의 이미지는 과거 힌국 공장에서 하청받아 생산할 무렵 일부 생산 시 나온 불량품이 시장으로 흘러 나오거나, 말 그대로 합판으로 만든 카피 기타 등으로 만들어진 '합피폰' '등외품'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서, 이에 더해서 지금은 중국으로 현지공장이 넘어가 있어 이 이미지에 대한 폄하가 더 강해질만도 하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 생산되어 판매되고 있는 개체들은 나름 깁슨에서 QC 관리를 잘 하는건지는 몰라도 기타의 전체 마무리나 소리나 연주감이나 (특별히 넥감) 오히려 과거보다 좀 평이해지고 나아진 것 같다. 거짓말 좀 보태어 깁슨보다 외관은 나아보이기도.
- 전체 금장 외형이든지 훌륭하긴 한데, 아무래도 특정 플레이어의 커스텀 기타다 보니 뭔가가 뭔가다. 솔직히 비비 킹의 열혈 팬도 아니고, 판소리같은 느낌의 정통 블루스보다는 락이나 펑키와 혼합된 블루스를 좋아해서 정통 블루스라고 해도 끽해봤자 몇몇 히트곡만 들어본 것이 다라 팬심으로 산 것은 절대 아니다. 당사자는 섭섭하겠지만, 당장 금장의 비비킹 이름이 새겨진 트러스로드 커버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든다...
- 바디가 커서 연주감이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레스폴보단 낫다. 바디가 커서 SG같이 넥다이브가 발생하지도 않거니와, 플랫이 바디로부터 좀 더 튀어나와있어 하이플랫 연주도 '비교적' 편하다.
지난 수년간, 정규 악기 시장에서의 기타 가격이 이렇게나 많이 올랐다는 것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옛날 300정도면 괜찮은 레스폴 커스텀 하나 살 수 있었던 깁슨도, 이제는 기본 600-700만원 정도 주지 않으면 손도 댈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에피폰이나 스콰이어조차도 괜찮은 놈을 구하려면 비용을 좀 무겁게 투자해야 가능하고.
다행인 것은 보급형, 하위기종들의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지만 그에 따라서 평균적인 품질들이 다들 괜찮아서, 꼭 전통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하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꽤 많이 열려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나같은 꼰대들이야 HEX 같은 가성비 국산메이커 기타를 보다가도 결국은 옛날에 썼던 취향대로 지갑을 꺼내게 되더라마는... 적어도 믿을 수 있는 쇼핑몰을 이용해서 기타를 사면 옛날같이 합판으로 된 허덥한 짝퉁 기타는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 정도라도 어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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