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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칲손' 경험기(1) - 구입, 그리고 일차 개조.Funny Widgets 2025. 10. 26. 19:55
<주의>
저작권이 있는 유명메이커 기타의 중제 짝퉁 모델 경험기를 다루는 글입니다. 개인 소감과 경험을 기록하기 위한 것으로 본 포스팅을 통해 일체 금전적인 이익이나 이윤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시장에 암묵적으로 퍼져있는 유사품의 구매를 촉진하거나 유도할 목적은 전혀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또한 과정과 결과물이 모두 천편일률적일 수 없는 것의 성격상, 만일이라도 이 포스팅을 보고 흥미가 동하여 구입 후 문제가 발생해도 이는 개개인의 책임 문제이며 저는 해당 사건에 일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구매처 문의는 거절합니다.
몇달 전, 인터넷에 떠도는 '칩슨'이라 불리우는 알리/테무발 짝퉁 깁슨 기타 리뷰를 접하게 되었다. 사용 경험을 공유한 대부분이 호기심 + 정품의 1/10도 안되는 가격에 오픈북 헤드의 깁슨기타 같이 생긴 무언가의 존재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이 동기가 된 듯 하다. 나 역시 이 정보를 접하고 낚여서 반 장난 + 이들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퀄이 괜찮다 이야기 하는게 진짜인가... 하는 의심 가득하지만 기대 섞인 마음으로, 몇 달에 걸쳐 리뷰를 정독한 뒤에 문제의 이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들을 기웃기웃 하다가, 알리가 중추절 한정 특가 할인을 하는 틈에 다른 동종 제품보다 조금 더 도전적인 할인율을 제시한 곳이 있어 반신반의 하면서 한 번 사 보기에 이른다. 항상 강조하지만 이 곳은 가격=품질이 완전히 성립하는 곳은 아니기에...레버리지라고나 할까.
모델 선정 기준은 1) 2025년 현재 깁슨의 라인업에서 단종되었고, 앞으로 리이슈도 희박한 모델, 2) 지금 보유한 기타와 성격이 다른 것 이 두가지였고, 그렇게 최종 선택한 것이 깁슨 레스폴 커스텀, 잭 와일드 시그네쳐 불스아이 모델 되시겠다. 커스텀 헤드의 다이아몬드 펄로이드 로고는 깁슨 매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으니까, 기왕이면 커스텀으로. 여기에 일반적인 레스폴 모델과는 차별점이 있는, 나무결이 훤히 드러난 메이플 넥, EMG 픽업, 화려한 바디 페인팅 등의 특징적인 사양의 '사나이' 기타라 관심이 생겼다.
물론 짝퉁이 진품의 품질과 소리를 따라갈 리는 없는건 당연한 것이고. 사실 오래전부터 깁슨 기타 중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은 에보니 지판의 커스텀 모델, 특히 블랙뷰티라고 불리우는 레스폴 커스텀 에보니 모델인데, 나름 최애 모델이라는 것을 짝퉁 기타로 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실력도 없으니 기백만원을 태워 깁슨 제품을 사는 것도 악기를 대하는 자세가 아닌 것 같아서, 대안으로써 요즘 물이 좀 오른 에피폰 인스파이어드 바이 깁슨 모델을 구매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으므로 이번 구매 고려 대상은 아니었다. 다만 요즘 봇치 기타니 뭐니 해서, 레스폴 커스텀 에보니가 덕후 기타가 되어버렸던데, 이거 완전히 예전 레스폴 스탠다드 입수할 무렵 유행했던 '유이기타' 때의 트라우마가 생각나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느끼고 있던 것도 한 몫.
잭 와일드 또한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이긴 해도 일부러 그의 기타를 사서 간직하고 있을 만큼 광팬은 아니지만, 그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어서 추억은 있다. 이 모델은 옛날 옛적 故 오지 오스본 선생께서 서울에서 공연하셨을 당시 - 메탈리카 로버트 트루히요가 오지 오스본 밴드 있었을 바로 그 때 - 맥주병 뚜껑 못박은 그 기타와 함께 잭이 공연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것 중 하나였다.
이런 엔도서 모델은 연주자의 에고와 그 성향을 강하게 타므로, 사실 신품가 600-700만원 되는 시그니쳐 기타를 제돈주고 사기에 가성비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게다가 지금의 잭 와일드는 새로운 브랜드 와일드 오디오 제품의 이상하게 생긴(?) 기타들을 사용하고 있고 더이상 깁슨의 엔도서는 아닌지라, 이제는 그의 깁슨 시그니쳐 자체를 리이슈 신품으로 살 수 있는 가능성도 높지 않다. 비단 그의 기타뿐만 아니라, 줄쟁이라면 칭송할 수 밖에 없는 SRV의 기타도 레릭에 011~013을 1번줄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나, 잉베이 말름스틴의 스캘럽 지판 빅헤드 스트랫인 등, 범용으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 가득하다. 그나마 스티브 바이의 JEM/PIA 정도나 되어야 범용으로 쓸 정도이지 않을까.
한 편 조금 생각을 달리해서, 애니 덕후들이 열심히 모으는 미소녀 피규어 처럼,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기타를 내 공간에 장식하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분들은 대안이 없다면 칩슨을 싼 값에 사서 조금 손 본 뒤에 깔아 둘 수 있다면 합리적인 선택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되지만, 연주할 목적이 아닌데 굳이 비싼 기타를 정가를 주고 살 필요가 있을까 싶기 때문.
구매 넣은 뒤, 추석 연휴에 말려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오더 이후 한 3주 기다려서 제대로 된 물건을 받았다. 넥뿌로 유명한 레스폴 모양 기타인데다가, 하케 옵션을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은 그냥 사다리꼴로 만들어진 스티로폼 박스에 마치 해산물 택배 보내듯 박스 테이프로 꽁꽁싸서 날려 보내주고 그것 때문에 파손된 칩슨을 보고 절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보았기 때문에, 역시 배송 과정에서 파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물품이 날아오는 동안 꽤 긴장했었다. 게다가 짝퉁기타이니 세관에서 맘 먹고 잡겠다고 들면 사실 압수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상품이기도 해서 더 더욱 내 돈 날릴까 노심초사함.
다행히 포장을 풀어보니 배송중 발생한 파손은 픽업링 두개 중 하나가 깨져서 픽업이 주저앉아 있는 정도로 액땜(?)했고, 통관 부분도 로고쪽이 강력 테이프로 잘 발려져 왔기에 이슈 없이 도착했다 - 애당초 뜯어보지도 않은 듯.

오자마자 줄을 끊고, 트러스로드 커버에 '칩손'을 붙임. 이하는 첫 인상과 그 이후의 작업들, 앞으로 해야 할 작업들과 추가 완성된 작업 현황 등을 기록하기로 한다.
<2025. 10. 27>
- 일단 픽업링이 깨진 것은 사소한 문제니 그냥 두고, 결론을 먼저 말씀 드리면 전체적인 품질을 보았을 때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빨아주는 그 정도의 퀄리티는 아니다. 단언컨대 과장이다. 물론 판매 업체나 제조 공장의 뽑기가 잘 되었다면 적어도 지금 에피폰 수준의 진품 못지 않은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받아볼 행운아들도 분명 존재하겠고, 일부 정직하게 로고를 빼고 좋은 재질의 목재와 하드웨어 조합을 강조하며 꽤 비싼 가격으로 deal 하는 shop 도 존재하고 있지만, 거의 90%는 나와 같은 수준의 고만고만한 가격대 제품들이고, 그 수준의 결과물을 들고 현실과 타협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 긍정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발송된 상태 그대로라면 도저히 못써먹을 정도이지만, 옛날 합피폰 시절 에피폰들과 마찬가지로 조립된 부속물을 적당히 좋은 것으로 바꾸어주면 실연주에서 쓸 정도는 된다는 말씀.
다시 말씀 드리면, 목재나 도장 마무리 같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대부분의 칩슨들은 국내 악기 소매상에서 30만원대에 판매중인 저가 레스폴류 기타보다 외관 질감, 사용한 픽업, 브릿지, 헤드머신등의 하드웨어는 더 안좋을 수도 있어서, 어찌보면 칩슨으로 대표되는 알리/테무발 짝퉁기타들의 진실은 겉보기, 그 모양과 로고만을 net price로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결국 이걸 연주에 써 먹으려면 부속 개조 및 튜닝은 필수 불가결하다.
- 최초 포장을 풀면, Mainland China의 나쁜 기운은 다 구매자에게 보낼 요량이었는지, 먼지가 상당하다. 일단 기타를 만지기 앞서 먼지부터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기타를 꺼낼 때 함께 또로롱 굴러다니는 스티로폼 조각은 덤. 기본으로 달려있는 스트링 또한... 만지면 만질수록 파상풍 걸릴것만 같이 검은 무언가가 계속 손에 묻어나온다. 버릴걸 각오하고 스트링 클리너를 줄 위에 한정없이 굴려봐도, 그나마 와운드 스트링이 아닌 1~3번 줄은 검댕기가 사라지는데, 4~6번 줄은 와운딩 줄 사이에 뭔가 끼어있는지 손댈 때 마다 검댕이 묻고, 표면도 거칠에서 슬라이딩이 불가능 할 정도. 그냥 여분 줄 아끼지 말고, 일단 받는대로 갖고있는 것 중 가장 안좋은 것이라도 신속히 바꾸는 것이 심신이 행복하다. 줄 역시 아무런 감정 없이 009 세트로 구성되었다. 레스폴이면 기본 010으로 시작해야 할텐데. 잭 와일드 커스텀이라면 더더욱 굵은것이라야.
- 위 사진에서 보시듯, 깁슨 오픈북 헤드는 뭐 그럴싸 하다. 깁슨 로고도, 커스텀 다이아몬드 로고도 모두 자개무늬의 펄로이드로 잘 박혀 있다. 몇 년 전 이런저런 커뮤니티에서 포스팅된 '깁슨 진품과 칩슨의 차이점' 같은 것 보다는 기대 이상으로 진품 흉내를 많이 내긴 했는데... 여전히 넥과 트러스로드가 연결되는 너트쪽의 잘록한 목이 진품보다 좀 길고, 깁슨 로고가 에피폰과 비슷한 각도로 약간 비스듬히 뉘어져 있다. 원래 G와 N 의 아래로 길게 뻗은 끝단이 헤드와 수직한 방향으로 평형을 대부분 이루는게 진품의 로고 방식이다 - 보유한 스탠다드로 비교해서 확인 완료.
- 양심은 있었는지, 금색의 트러스로드 커버에 '레스폴 커스텀' 혹은 '잭 와일드 커스텀' 이라는 인각은 없었다. 혹시나 해서 트러스로드 커버를 뒤집으면 그것이 나올까 싶어서 넥도 조정할 겸 까 봤는데... 없었다. 트러스로드 구멍 안에 가득한 톱밥만 발견했을 뿐.
그것도 생산 개채별 차이가 있는 듯, 같은 딜러에게 산 다른 사람의 동종제품 사용 후기를 보니 또 트러스로드 커버에 인각이 있는 사람도 있더라. 인각된 내용도 서로 다름. 어떤 놈은 '레스폴 커스텀' 만, 어떤 놈은 '잭 와일드 커스텀' 으로. 거 참... 일단 라벨 프린터 이용해서 '칩손'을 출력해서 붙여놓긴 했는데, 일체감이 없어서 뜯어내야 할 듯 하고 좀 더 영구적으로 '이 기타는 짝퉁입니다'를 대 놓고 표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다만 깔끔하게.
- 넥 가공상태가 생각보다 좋은 것은 긍정적임. 적어도 악기로 써 먹을 포텐셜은 있다는 이야기니. 플랫이 손에 걸리거나, 줄이 플랫 끝단에 걸리거나, 포지션을 나타내는 펄로이드가 들뜨거나 하는 현상은 없었고, 손으로 넥을 대충 쓸어도 걸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서 한 숨 돌림. 심지어 플랫보드를 감싸는 바인딩도 약간 라운드를 주고 가공을 해 둬서 예상외로 연주감이 나쁘지 않다.
단지 조립된 플랫의 재질이, 조금만 밴딩을 치면 갈릴 것 같이 좀 약해보이고, 여느 기타의 플랫보다 높이가 낮은 착시인지 모를 느낌이 있는데 플랫으로 인한 버징은 발생하지 않고 플랫으로 인해 음이 왜곡되는 현상은 없으니 연주에는 지장없다로 결론 내릴 수 있었다. 다만 로즈우드인지 에보니인지 알 수 없는 정체 불명 재질의 플랫보드가 비쩍 말라 있어서 - 나무결 음각 안쪽 수분이나 유분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흰 색이 꽤 많았음. 스트링펠로우 오일 1차, 닥터덕스 오일 2차로 처발한 이후에야 플랫보드가 여느 기타와 같은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너트와 브리지까지의 거리, 각 플랫 별 간격 등도 기존 레스폴과 차이 없음 확인함. 넥은 C넥으로, 잭와일드의 취향인지 모르겠으나 빠따넥이므로 굵은 넥 싫어하시는 분들은 좀 생각을 해봐야 함. 개인적으로 빠따넥 좋아함.

- 너트는 싸구려 플라스틱. 너트 때문에 버징이 나거나 하지 않으므로 당분간은 그대로 쓸텐데, 너트를 접합하는데 본드가 사방에 삐져 나올만큼 너무 발라놔서 0플랫 오염되어 있고, 너트를 조립한 상태로 상도를 도장했는지 측면 플랫보드 바인딩과 너트가 쓸데없이 도장 일체화 되어있다. 이래서는 나중에 너트를 다른 재질로 교체하려고 하면 고생 좀 할 것 같다. 3~4번 스트링 너트 홈에 플라스틱 burr 같은게 보여서 그 부분도 상품성이 부족한것 아닌가 싶었다. 모든 홈에 샤프로 흑연을 발라주어 줄이 자연스럽게 마찰되도록 함.
- 뒷면 가짜 시리얼넘버 - 내가 알기로 잭 와일드 시그네쳐는 인쇄로 ZW 000 번호로 간략화 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뒤에 리이슈된 것들은 어떤지 딱히 알고싶지 않지만 이 녀석은 일반적인 레스폴 기타의 9자리 시리얼 번호에 Made in USA가 각인되어 있다. 이 자리에 뭔가 이 기타가 짝퉁임을 설명하는 글귀 같은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잭 와일드 실루엣 아래에 '칩'을 라벨 프린트하여 부착. '칲'으로 쓰고 싶었는데 엡손 라벨트린터가 이게 지원이 안돼요.
- 페그, 헤드머신이라 부르는 줄감개는 양각으로 '그로버'라고 새겨져 있긴 한데, 오줌색상의 경박하고 밝은, 마치 3000원짜리 장난감에 멕기처리한 부품에서 볼 수 있는 금색으로 되어 있고, 몇 개는 조율 시 백래시가 나는 것으로 봐서 당연히 진품이 아니다. 가뜩이나 튜닝이 잘 빠지는 레스폴인지라, 가급적 돈을 좀 들여서 1:18 잘 맞아 떨어지는 국산제조 페그라도 구해다가 갈아주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깁슨 정품이나 고또것을 여기에 달기는 좀...
- 내가 아는 한 깁슨의 넥은 헤드의 사이드 부분을 접붙이는 것 외에 전체 기둥은 1피스 통넥으로 알고 있는데, 이 녀석은 헤드가 꺾인 높이만큼 각목 두 개를 쌓고 접합한 후 깎은 것 같다.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대로 1번, 6번 페그가 있는 쪽 측면으로 비스듬하게, 셋인 넥 부풀어 오르는 지점에서 넥과 수평한 방향으로 제 2의 나무를 덧댄 흔적이 보인다. 페인트로 덮어버리는 커스텀 모델이라면 인식조차 할 수 없을텐데, 나무 재질이 투명 글로스 바니시로 노출된 모델이라 쉽게 알 수 있었던 부분. 뭐 헤드가 꺾이는 레스폴 모델 특성상, 진품 수준으로 받아먹을 것 아니면 굳이 원피스 넥을 고집 할 필요는 없으니 좋았쓰.

- 바인딩 상태는 아래와 같이 보시는대로 극악. 바인딩의 두께가 틀어진다거나 간격이 균일하지 않은 문제는 칩슨의 공통적인 문제로 널리 보고되어 있으니 차치하고, 바인딩 일부는 상도가 제대로 먹지 않아 표면이 노출, 표면이 까끌까끌하거나, 바인딩 끝이 직각이라 살이 긁히거나, 목재와 바인딩 사이 단차가 제대로 수정되지 않고 그냥 상도가 올라가 경계면에서 도장이 푹 꺼지는 등 그냥 별로다. 이런것에 민감한 사람들은 절대 칩슨은 장난이라도 사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인딩 없는 모델이나 칩슨 말고 다른 종류의 기타를 알아 보시던가.

- 바디. 바디의 불스아이 역시 도장한 것 같지는 않고, 인쇄된 시트 같은 것을 잘라 붙인 흔적이 보인다. 바인딩 면과 상도 인쇄면이 균일하지 않고, 가위로 자른듯 단면이 울퉁불퉁하며, 픽업링 조립하면서 위의 판이 밀린 것 같은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바디가 마호가니+메이플 탑 조합인지는 내부도 페인트 떡칠되어있어 알 길이 없음. 은색 쉘러호환 락킹 스프랩 핀이 남아서 바꾸어줬더니 역시 골드 일색의 커스텀에 어울리지 않아 좀 아쉽긴 하다.

- 픽업링 재질이 약하므로(fragile), 이는 필수 교체대상이다. 항상 중제 제품들에게서 가장 불만인 부분이 바로 플라스틱 재질의 부품이 거의 대부분 내구도가 극악이라는 것. 전공자라서 더 눈에 띄는 것일 수 있겠으나 사실이라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만일을 대비하여 대체할 험버커용 픽업링을 미리 구해놨었는데, 불행히 EMG 짝퉁 픽업이 좀 더 커서 교체할 수 없었고, 치수를 다시 측정하고 조만간 맞는 것으로 다시 구해서 장착해야 한다.

- 원래 잭와일드 불스아이에 없던 것인데 3way 픽업 전환 스위치에 '트레블-리듬' 패널을 사다가 끼워주었다. 아무래도 저게 없으면 레스폴 느낌이 안나서.

- 튠 오 매틱 브리지는 국산 성일의 것으로 교체, 아래 스탑 테일피스도 옛날 에피폰 SG-400 에서 떼 놓았던 것으로 교체. 컬러가 통일되지 않아서 아쉽지만, 두 개 모두 기존 스터드에 딱 맞게 들어가서 추가 개조는 필요 없었다. 이걸 보면 옛날 20여년 전 한국에서도 판치던 '합피폰' 사례처럼, 중국으로 에피폰 생산기지가 이전하면서 취득한 기술 제반을 가지고, 에피폰 사양으로 이런저런 깁슨 기타의 짝퉁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페그와 함께 브리지도 필수로 바꾸어야 할 것 중 하나인데, 원래 이 칩슨에 달려있던 튠오매틱 섀들 홈의 폭과 깊이가 1~6번줄 모두 같은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함. 이로 인해 1~3번줄이 브릿지 부분에서 줄에 유동이 발생, 위치에 따라 버징이 났다 안났다 하는 현상이 극심했다. 앰프로 버징음이 들릴 정도로 심각했는데, 교체 이후에 버징은 싹 사라진걸로 좋았쓰. 테일피스 색이 맞지 않지만 연주감은 더 좋아졌으므로 당분간 이대로 놓고 쓸 예정.

- 2V 2T 노브의 서로간 간격이 원본 레스폴보다 너무 가깝게 위치함. 연주에는 지장없는 부분인데 기타의 외형, 프로포션 중시하는 분이라면 꽤 거슬릴 듯. 볼륨 숫자도 노브에 따라 엉망으로 끼워져있어, 다 뽑아서 같은 위치로 정렬 해 줘야만 했다.

- '나 EMG일지도?' 라고 우기는 픽업을 한 번 까 봤는데, 당연히 액티브는 아니고 뒷판 로고도 없으며, 보시는대로 얇고 화려한 노란색 전선 하나로 결선되어 있지만, 그래도 나름 수지로 픽업하부를 잘 실링 해 놓았다. 외부 공연에 쓸 목적이 아닌지라 진정한 쓰레기 픽업인지 영영 알 길은 없을 것 같지만, 집에 세팅해 놓은 앰프-이펙터 환경에서는 볼륨이 딸린다거나, 드라이브가 잘 안먹는다던가 하는 문제는 없지만 이펙터나 앰프 EQ를 돌려봐도 뭔가 레스폴의 앵앵거림과 다른 흐리멍텅함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EMG 라면 생톤에서도 뚜렷한 음감이어야 하는데, 여느 PAF 픽업보다 더 음이 퍼져 나간다. 일단 좀 더 쓰다가 돈이 좀 모이면 테슬라 픽업 정도를 가성비 있는 교체 후보군으로 생각 중이다. 그 때 2V 2T의 배선도 바꾸어야 할 지도.
기왕이면 하이게인 잘 묻는 강한 것을 달아주고 싶다. 후보군은 계속 물색해 볼 예정.

전체 이미지. 솔직히 깁슨 매니아 혹은 매니아가 아니라도 기타만 뚫어져라 쳐다보지 않는다면, 이게 진품인지 가품인지 상대방이 구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좀 더 목재가 바삭바삭하게 말라봐야 알겠지만 무게도 딱히 진품에 밀리지 않는 정도이고...
몇 년 사이 시장에 출시된 기타들의 품질이 등급에 무관하게 꽤 상향 평준화 되었다고 하던데, 옛날 합판으로 만들어져 수 많은 메탈키드들을 좌절로 몰고 갔던 짝퉁 기타들과 이걸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품질이고, 지금 샵에서 살 수 있는 신품 기타 만큼의 품질을 기대하고 칩슨을 대하면 실망이 클 것 같다.
먼저, 이 기타는 구입 즉시 '플러그 앤 플레이'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우선 달려있는 하드웨어 모두가 쓰레기들이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이것들을 다 바꾸어준 이후에야 이걸 연주용으로 사용할지 말지 결정이 가능하다. 그냥 이 기타가 만들어져 있는 상태를 점검할 수 있을 최소한의 하드웨어가 박혀있는, 도장 완료된 일렉기타 바디를 취향대로 돈주고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편할 것 같다. 분명 실용적 관점에서의 가성비는 똥망이다.
깔끔한 신제품의 완성도에 익숙한 현대 기타 플레이어와 꿈나무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내 젊은 시절 주변 지인들에게 저가기타의 개조 및 업그레이드는 일상이었기에, 또 그렇게 이질적이지는 않다. 연주가 되는 '피규어'를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면 뭐...
백번 곱씹어 봐도,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성능적으로나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는 제품이다. 반쯤은 장난 투로 '나는 지금은 헝그리 기타리스트라 짝퉁을 써요, 응원 해 줘서 스타플레이어 되면 진품 살게요'하는 컨셉으로 공연까지 쓸 만한 평생 귀속템 하나를 빌드업 하다는 컨셉이면 나는 '뭐 그래... 개인이 스스로 감당할 것이니 알아서 하겠지' 하고 수긍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걸 가지고 자존심에, 그리고 충동적인 금욕으로 상대를 속이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걸로는 어떤 것을 해도 떳떳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 그래도 도전 해 보고자 하는 분들은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잘 관리했으면 한다. 영구적으로 짝퉁임을 구분할 수 있도록 처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걸 갖고 거창한 공연이나 이런저런 이벤트에 써 먹을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고, 그저 진품 레스폴 기타를 갖고는 해 볼 수 없었던, 이 플랫폼의 개조나 부품의 실험, 성능 개선 같은 것에 써먹을까 싶다. 우선은
- 페그, 픽업링 교체. 연주를 위해 가장 시급한 교체 계획이다.
- 픽가드 설치. 픽가드 없으니 뭔가 허전한데다가, 아치탑 높이를 좀 보정 해 줘야 피킹이 편할 듯 해서이다.
- 그렇게 좀 더 돌려보고 픽업 및 와이어링 교체. 가급적 비싼 것 쓰지 않고 적당히 타협할 정도 수준에서 하이게인 픽업을 구해서 설치 해 줄 계획. 기타 성격을 생각하면 빈티지 컨셉의 PAF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조금씩 조금씩 업그레이드 하고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계속 포스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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