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칲손 여행기(4) - 기타픽업 공부, 그리고 교체.Funny Widgets 2025. 11. 15. 12:19
칲손에게 새로운 험버커를 달아주려고 주문을 넣은 뒤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 평소 픽업에 대해 궁금했던 상식을 AI 와 문헌들을 통해 알아보았다. 그것들을 간단히 이 포스팅에 요약.
전기/전자 분야 문외한이라 전문용어가 거의 없는 딱 내 이해 수준의 정리글이 될 것이고, 사람마다 경험에서 오는 의견과는 또 다를 수 있으니 이 점은 감안할 것.
I. 픽업의 와이어링과 음질의 상관관계

- 앰프를 통해 무지막지한 음압과 볼륨의 소리를 쏟아내는 악기인 일렉기타이건만, 사실 픽업이 현의 진동을 앰프로 전달하는데는 많은 전기적 파워가 필요 없다고. 우리가 노래방에서 많이 쓰는 마이크도 마찬가지 원리.
- 현의 진동을 저항이나 지연 없이 빠르게 전달 해 줄 수 있는 배선 재질이라면 어떤 것을 사용하든 기타용으로 문제가 없음. 배선의 치수에 대해, 굵기는 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길이는 이론적으로는 길면 길수록 트레블 톤 깎임에 약간의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수십미터 정도 길어져야 느낄 정도가 되므로, 바디 안에 들어간 배선재의 길이를 생각하면 무시 할 만한 수준.
- 앞서 설명한 대로 저항이 낮은 배선재의 선정이 중요한데, 알루미늄 빼고 일반적으로 전선에 사용하는 금속 재질(철, 동, 니켈, 은, 기타 등등)이면 음질이나 음색에 큰 영향은 없다고. 음질이 좀 더 좋아질 것을 기대하고 무산소 배선이나 은도금 된 전선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신호의 전달력이나 저항이 시간에 따라 '산화' 혹은 '열화'되는 것을 지연시켜주어서 처음 배선 해 준 컨디션을 좀 더 오래 유지시켜 줄 목적이지, 성능의 차이는 미미하다고 한다.
- 배선재의 굵기,길이,재질보다는 제대로 된 납땜 작업을 통해 배선 연결을 잘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잡음 대책을 좀 더 보강 해 주는 것이 좋은데, 구리선 그물같은 것이 겉을 감싸는 Braided wire나, 은박이 감싸져있는 실딩이 잘 되어 있는 배선재를 선택하거나, 픽업이나 노브가 들어가는 하우징 안쪽에 동박처리 혹은 차폐도료 같은 것을 발라서 잡음에 의한 음 손실을 줄이려 노력하는 것이 더 낫다.
물론 실드도 과하면 트레블 톤을 깎아먹는다는 중론이 있긴 하다.
- 오히려 배선의 굵기, 길이, 등을 신경써야 할 곳은 기타쪽이 아니라 파워앰프와 스피커가 연결되는 그 부위라고 함. 앰프출력에 맞지 않는 제원이나 재질의 배선을 쓰면 출력에 다대한 손실이나 왜곡(디스토션이 아닌 안좋은 의미의 왜곡)을 볼 수 있어서, 이 부분이야말로 적절한 배선재와 치수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한다.
II. Zebra humbucker 탄생의 배경

- 최초로 Zebra type 험버커를 만든 회사는 Gibson.
- 특징적인 기능성이나, 뮤지션으로부터 디자인 적인 요구가 있어 만들어 진 것이 아닌, 그냥 생산 중 발생한 원료 수급 문제로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한다. 기능상 차이가 있을 수 없음.
: 1950년대 중반, Gibson 엔지니어였던 Seth Lover 가 험버커 타입의 PAF 픽업을 개발.
: 1958년 경, Gibson이 PAF 생산에 주로 사용하던 검은색 보빈의 재고가 일시적으로 부족하게 되어, 그 일부를 상대적으로 재고량이 충분했던 아이보리색 보빈으로 대신하는 과정에서 검은색/아이보리색이 반반 조합된 PAF가 생산됨.
: 이 때 일시적으로 공급된 Zebra Bustbucker 를 장착한 Gibson LP Standard 모델 중 일부가 유명 기타리스트들 손에 들어가면서 뭔가 특이한 것인마냥 상징화 된 것 - Duane Allman, Jimmy Page, Billy Gibbons 등.

주문한 Probucker가 도착. 진품 가품인지 알 길은 없으나 나름 픽업쪽은 (마찰에 의한 구멍이 있긴 했지만...) 진공포장을 잘 해두었고, 배선의 포텐셔미터도 국산 알파제 인것을 보아, 그냥 에피폰 조립 라인에서 쓸 목적으로 납품받았던 bulk 부품을 뒤로 빼서 팔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조립 과정 사진 찍는 것을 까먹었지만 새로운 픽업의 장착은 정말 쉽다. 고숙련 납땜 가능한 작업자가 필요없이 커넥터를 끼우기만 하면 회로 연결이 완성되는 터미널 조립 구조를 택함으로써, 알바생이나 저숙련공이 달라 붙더라도 균일한 품질과 빠른 조립성을 유지시켜주는 대량 생산을 양립하기 위한 설계 구조라고 보여지는데, 납땜 작업이 익숙치 않은 일반 유저가 픽업을 업그레이드 하고자 할 때 역시 톤포트에 브릿지로부터의 접지선 한 포인트만 납땜 해 주면 더이상의 배선작업은 필요치 않으니 꽤 합리적인 난이도라고 할 수 있다.
조립한 파츠 기준으로 단자의 방향 등을 기록하자면,
- 3 way 픽업 절환 스위치의 방향은 육각 볼트가 체결된 방향이 neck pick-up 쪽, 십자나사 머리가 있는 쪽(스위치 프레임에 에피폰 로고가 있는 쪽)이 Bridge pick-up 방향이다.
- Neck pick-up은 볼륨포트 전선이 적색, Bridge pick-up은 볼륨포트 전선이 청색. Neck pick-up 쪽만 무언가의 code로 태깅이 되어 있는데, 혼란을 막고자 bridge 쪽에 네임프린터로 bridge쪽에서 나온 전선임을 마킹하였다.
- Neck 쪽 톤포트에 브릿지로부터 나온 접지선을 1 포인트 납땜 완료. 접지선 땜납 하고 안하고 부밍음의 차이가 현격하니, 반드시 연결해야 함.

그렇게 해서 Probucker 로 새로운 픽업 교체 완료. 넥쪽 제브라 무늬가 bullseye 무늬와 우연과 같이 어울린다. 그리고 딱히 위화감 없이 잘 붙어 있어서 외관으로는 불만 없음.
장착 이후 소감.
- Probucker의 특징으로 푸시풀 볼륨놉으로 험-싱글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스트랫의 깽깽거림 정도는 아니라도 이 플랫폼에서 깽깽거림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음색이 확 바뀌는 점이 신선했다. 특히 넥/브릿지 모두 싱글로 전환해 놓고 픽업 포지션을 미들로 놓으면, 그 스트록 음이 꽤 좋다. 그럼에도 원래 근본이 험버커인 까닭인지, 노이즈가 원래 싱글 픽업보다는 상당히 억제된다.
- 다른 기타들에 비해 넥/브릿지간 픽업의 개성이 꽤 다름. 픽업 특징인지, 칲손 바디의 특징인지, 저기 달려있는 TP-6테일피스 때문인지 알 길 없으나 넥은 레스폴 특유의 코맹맹이가 잘 표현되고 깁슨 스탠다드 대비 톤도 약간 죽어서 표현되는 반면, 브릿지쪽은 트레블이 꽤 많이 올라오고 앙칼진 편이다. 픽업 전환에 무관하게 유사한 톤이 나오는 것 보다, 이렇게 차별점이 생기면 좀 더 표현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 개인적으로는 더 좋은 방향인 것 같다.
다만 좀 더 사용해 보니 두 험버커간 톤, 볼륨 차이가 좀 있는 편이다. 넥 쪽은 중저음이 높은 편이라 전체적으로 음이 두드러져 올라오는 반면, 브릿지쪽은 중저음이 빠지고 고음이 치고 올라와서, 실상 연주하면 음이 앙칼지기는 해도 음이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프론트보다 약간 뭔가 빠진 느낌이랄까... 기대하던 브릿지 픽업의 밀어주는 맛이 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결국 기타 본체의 볼륨 톤 컨트롤을 좀 더 세밀하게 해주지 않으면, 연주 중 픽업 전환 시 음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것 같다.
- 순정의 'EMG 인척 하는' 픽업보다 역시 출력은 크게 상승. 이제서야 쓸 만한 정도의 음색과 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렇다고 깁슨 스탠다드의 그 느낌과는 또 다름 -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
이렇게 해서 칲손은 바디와 플랫, 너트를 제외한 모든 부품을 싹 바꾸어버렸다. 사실 저 부실한 플라스틱 너트를 황동 너트로 교체 해 주려고 했지만, 떡칠된 본드 + 너트에 유광바니시를 덮빵 해 둔 까닭에 떼어낼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좀 더 쓰다가 도저히 이 너트론 못쓰겠다 할 때 모험을 감행하는 수 밖에.
그리고 오래간만의 오픈 픽업이라서 그런지, 코일을 보호하는 전기테이프(?) 같은 것이 허벌허벌 한 것이 뭔가 모르게 불안하다. 좀 쓰다가 영 픽업을 보호해 주지 못할 것 같으면 이 녀석도 플라스틱 픽업 커버 사다가 끼워 줘야 할 것 같단 생각을 하고 있다. 좀 다양한 컬러가 있으면 좋겠는데 블랙/화이트 뿐이네...
그래도 이제는 대 놓고 연주와 공연도 가능한 수준까지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자평할 수 있다. 잘 갖고 놀 수 있도록 꾸준히 쉬지않고 연습하는 것 만 남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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