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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모형] KATO 디오라마군 - 만들기 (4)
    Train Model 2021. 2. 5. 18:34

     자, 지난번에 이은 디오라마군 만들기 제4탄. 지난 포스팅 끝에 소개드린 대로 이 두 개의 특수 웨더링 도료를 사용해서 흙바닥과 시멘트 길바닥을 만들어 주려 한다. 크레오스, 과거 모델링 좀 해 봤다는 분들이면 '군제 산업'하면 알만한 도료회사 것인데, 회사 이름이 바뀐 지 꽤 된 것 같지만 정식 회사 명칭이 'GSI 크레오스'이니 아마 저 GSI가 '군제산교inc.'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동조선 사람들도 역시 영어 이름 섞는 거 좋아해.

     참고로 앞선 포스팅에서 동용군과의 댓글 대화에서 언급된 오리지날 '군제 산교 레벨링 신나'는 이렇게 생겼다. 거의 20년이 넘은 케미컬... 시대가 시대인지라 병 라벨에 화기주의, 유독성 있음 정도 경고 문구만 있고, 정확한 성분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요새 이렇게 만들었다가는 바로 철퇴감이지...예의 그 독한 신너냄새도 여전한걸 보니 붓 세척용으로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 아재냄새 ㅠㅠ

     다시 오늘의 도료 이야기로 돌아와서, 둘 다 웨더링 페이스트라는 이름의 아크릴계 도료로써 내부에 흙가루 같은 입자가 좀 들어가 있어서 맨바닥 같은 것을 재현하기 좋다고 한다. 디오라마 만드는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 죄다 '타미야 정경 텍스쳐'라는 것만 쓰고 이것은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긴 하다. 근데 타미야 제품을 써 보려니 예전에 고려도 안하고 있을 때는 온라인으로 자주 이용하던 국내 모형점에 재고가 좀 있었는데, 최근 계약이 끝났는지 전 타미야 제품이 상품 리스트에서 삭제되었고, 이제 어디서 파는지 잘 찾을 수가 없다. 있어도 죄다 품절이거나 택도 없이 비쌈.

     일단 왼쪽의 머드레드는 보시는 대로 좀 붉은 브라운에 가까운 색이라, 너무 색이 진해질까 걱정되고 오른쪽 머드 화이트는 예의 시멘트 바닥을 잘 표현 해 줄지 모르겠다. 어쨌든 도전! 

    머드 레드의 뚜껑을 깠는데, 생각보다 점도가 높고 수분은 낮은 편이네. 잘 발릴까 걱정했는데 또 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땅콩크림 느낌, 빙햄유체(?). 저거 다 쓰려면 정말 열심히 써야 할 것 같은데...

     붓 가지고 열심히 칠해나가고 있는데, 거실서 놀다가 들어온 큰아들녀석이 저거보고 똥칠하고 있다 그러고 휙 사라진다. 갑자기 현타가 오면서 이걸 계속 발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기왕 칠하기 시작한 거 안되면 아크릴 물감으로 덧칠하거나 잔디 페이스트로 덮어버리면 되지 하고 맘 편하게 먹고 계속 진행.

     다행히 칠이 마르면서 붉은기가 조금씩 조금씩 가시기 시작했고, 조금 단단한 흙색깔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어릴 때 학교서 주무르던 찰흙 색깔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머드 화이트 쪽이었는데, 시골 동네에 논두렁 사이에 있는, 경운기가 지나가면 매우 어울릴 듯 한, 한 번쯤 놀러 가 보신 분들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 시멘트 길이 안 만들어진다. 정말 머드 화이트, 말 그대로 물을 하나도 먹지 않은 말라서 먼지가 풀풀 나는 그런 흙바닥 느낌이다. 칠이 말라도 예의 노리 팅팅한 색은 '사라질 생각 없어, 그냥 써' 하고 있고, 그래서 안되면 다른 컬러로 덧칠을 좀 더해야 하나 고민 중.

     참고로 아크릴계 도료이지만 아크릴 물감만큼은 빨리 마르지는 않는다. 혹시나 붓 버릴까봐 다 사용한 뒤에 위에 보여드린 '군제 산교' 에어브러시 래커용 신나를 조금 풀어 붓을 씻어주긴 했는데, 물로 씻어도 잘 씻겨질 것 같다. 그렇다고 애써 모험을 해 볼 생각은 없다.

     대강 한 시간 정도 말리고 나니 이 정도 느낌이 난다. 머드레드의 흙 색깔은 여전히 붉은빛이 돌긴 하지만 크게 나쁘지는 않았고, 머드 화이트로 드라이브러싱 개념으로 에지를 하이라이트 쳐 주니 꽤 명암이 괜찮게 표현된다. 다만 시멘트 길바닥 색깔로 쓰기에 머드 화이트는 일단 불합격인 듯. 회색에 가까운 입자감 있는 도료가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참고로 안에 들어있다는 입자 때문인지, 손으로 문지르면 계속 뭔가가 묻어 나오므로 주의할 것 - 제조사에서는 불투명 클리어를 올릴 것을 권유함. 

    출처: 다음 쇼핑하우 검색. 특정판매사의 홍보내용 아닙니다.

     다만, 타미야의 정경텍스쳐 페인트보다는 입자가 굵지 않아 거칠고 두터운 땅의 표현은 어려운 듯하다. 말 그대로 정말 무른 똥 칠하는 그런 느낌. 좀 더 거친 표면이 필요하면 타미야 쪽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게다가 입자가 굵어서 아래 사진에서 일부 보이는, 지점토들이 완전히 하나로 뭉쳐지지 않아 겹쳐지고 주름진듯한 곳들이 가려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일전 공유해 드린 시게몬씨의 디오라마군 제작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얼마나 입 자감 있고 두껍게 칠해지는지 알 수 있다.

     조금 더 확대 해 보면 이런 느낌. 앞서 말씀드렸듯 '물'이라고 연필로 적은 개울가의 물 표현이 가장 큰 걱정인데 저걸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 저걸로 고민하다가 한 동안 이걸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금 이 상태서 조금만 더 건드려보기로 하는데, 바로 고민 중이었던 선로 웨더링. 본디 녹들이 말라서 조금 밝아진 느낌의 웨더링을 주고 싶었지만, 재료도 없고 그런 것 자유자재로 구현할 실력도 없으므로, 잔머리를 굴려보다가 먹선용으로 사 두었던 크레오스의 웨더링 컬러, 그라운드 브라운을 소환했다. 보통은 프라모델의 마이너스 몰드에 흘려 넣고 닦아내는 용도이다.

     그렇게 I빔 안팎을 경계로 웨더링 컬러를 떡칠하고 살짝 닦아줌. 순간 '앗, 조졌다' 싶어서 아까전에 웨더링 페이스트를 빨았던 '군제 산교' 신너를 위에 발라주었다가... 도상의 도장이 슬슬 묻어서 올라옴! 다행히 사진에 보시는 대로 그것을 깨닫고 붓질을 멈추어서, 마른 뒤에 색이 조금 밝게 돌아갔을 뿐 완전히 벗겨지지 않아서 위기는 모면했고, 뭐 나쁘지 않게 됐다. 

     실제는 철륜이 닿는 위쪽을 제외하고, I빔 좌/우도 모두 녹표현을 해 줘야 리얼함이 확 살아나는데, 그 정도까지는 실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듯하여 그냥 놔둠. 왠지 철도모형 바퀴가 오염에 더 취약해질 것 같기도 하고. 웨더링 컬러가 거의 물 수준이라 진득하게 칠해지지 않는 것도 있고 더 칠해봐야 그냥 떡칠만 될 것 같아서 오늘은 이 정도로 해 둘까 하고 정리를 한다. 했었는데,

     결국은 회가 동하여 웨더링 페이스트가 대강 마른 것을 확인하고 그만 위에 잔디 페이스트를 얹어버린 것. 때마침 일전 만들어 둔 목공본드 수용액이 있었기에 작업이 더 빨리 진행되었다. 주삿바늘이 있는 주사기를 꺼내어 물방울을 조금씩 적셔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는 그냥 아무 때나 떨어뜨렸다가 주변이 정말 개판됨. 다행히 뒤늦게 깨닫고 주사기로 마이크로 드롭을 시전 하니 그나마 안정적으로 안착된다. 

     지금은 어색하지만 수용액이 마르고 고착되면 그럭저럭 볼 만하게 될걸.

     오늘까지의 작업 결과물. 수용액은 지금 시간에도 계속 말라가고 있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1, 꽃을 표현해 줄 색깔 페이스트를 올릴지, 좀 짙은 컬러의 페이스트를 잔디밭에 더 깔지 고민하고,

    2. 유니트랙과 지면 사이에 여분의 색모래(디오라마 전문 모형점에서 산 밸러스트 전용 돌가루가 아닌, 말 그대로 색모래)를 흩뿌려주고 목공 본드 수용액으로 추가 고착,

    3. 그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개울물의 표현. 미대 서양화 학사 출신이신 와이프에게 조용히, 그리고 심각하게 문의를 했더니 '그냥 짙은 파랑, 밝은 파랑, 흰색 세개 써서 대충 적당히 물결무늬 주면서 칠해라'가 대답이었음. 친정어머니가 딸에게 요리 가르칠 때 '간장 대충 넣고 고춧가루 대충 넣고 이렇게 저렇게 대충 저어서 만들면 되지'하고 똑같은 양상임. 것보다 저런 곳에서 흐르는 개울물이 마냥 파랗기만 한가 싶다...

     암튼 오늘은 진짜 여기까지. 진도를 더 빼고 싶지만 더 진행했다가는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글 초안 작성한 시간 새벽 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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